본문 바로가기

PEOPLE

신혼 향기

‘결혼 6개월’ 손미나 아나운서의 달콤한 신혼일기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헤어&메이크업·리엔리 이동수 ■ 의상협찬·발렌시아 쿠스토바르셀로나

2007. 10. 24

지난 5월 결혼, 요즘 한창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 있는 손미나 아나운서는 결혼 전보다 바빠졌지만 언제나 옆에서 격려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힘이 난다고 말한다. 그가 발품 팔아 직접 꾸몄다는 ‘러브하우스’에서 깨소금 냄새가 폴폴 나는 신혼생활에 대해 들었다.

‘결혼 6개월’ 손미나 아나운서의 달콤한 신혼일기

올봄 한 살 연상의 회사원 박찬형씨와 웨딩마치를 울린 손미나 아나운서(35). 서울 구기동 신혼집에서 만난 그는 결혼생활의 달콤함 때문인지 표정이 밝아 보였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도 잘 어울렸는데, 한 주의 식단이 적혀 있는 블랙보드를 보니 결혼 전 가진 인터뷰에서 “남편을 위해 매일 다른 종류의 디저트를 만들어주겠다”던 그의 다짐이 현실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는 결혼한 뒤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의 식사를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 매일같이 장을 보고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다 보면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고. 그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요리는 카레와 스파게티, 지중해식 샐러드. 그리고 아침마다 남편을 위한 녹즙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신혼집 인테리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정돈한 거실부터 로맨틱한 침대가 놓인 침실, 기타와 드럼으로 장식한 놀이방, 서재와 드레스룸까지 어느 곳 하나 평범하게 꾸며진 공간이 없다. 가구는 물론 화장실에 놓은 소품 하나도 그가 발품을 팔아 장만한 것이라고 한다.
“남편에게조차 비공개로 하고 꾸몄어요.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는 ‘러브하우스’ 찍듯이 남편의 눈을 가리고 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왔죠(웃음).”

‘결혼 6개월’ 손미나 아나운서의 달콤한 신혼일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는 손미나는 매일같이 장을 보고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면서 결혼생활이 주는 행복함을 새삼 느낀다고 한다.


“프랑스 유학 대신 남편을 택했지만 조금도 후회 없어요”
지난 6월 KBS에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그는 오히려 결혼 후 더욱 바빠졌다고 한다. 지난해 자신의 스페인 유학생활을 담은 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펴낸 뒤 집필가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 그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 한 출판사로부터 앞으로 10년간 1년에 한 번씩 해외를 여행한 뒤 책을 내기로 계약을 맺었고, 지난 7월 일본 도쿄로 첫 번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일정은 보름 정도였는데 남편이 동행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됐다고. 책은 11월에 출판될 예정이다.
“예전부터 여행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게 될 줄은 몰랐어요. 출판사와 계약서를 쓸 때까지도 믿기 힘들었을 정도니까요. 무엇보다 제 방식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에요. 나라 선정부터 여행 스케줄, 동행자 여부 등 모든 걸 제가 알아서 정하기 때문에 저만의 색깔이 담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대기업에 다니며 무역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남편은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수다쟁이’로 돌변한다고 한다. 그가 밤늦게까지 글을 쓰고 있으면 방에서 혼자 마술을 준비해와 그 앞에서 깜짝쇼를 벌이기도 한다고. 처음부터 신기할 정도로 모든 게 잘 통했던 두 사람은 요즘도 예전에 미처 몰랐던 서로의 공통점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중이다.
“신혼집을 꾸미면서 또 한 번 놀랐어요. 평소 친정엄마한테 인형 모으는 걸 좋아한다고 잔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남편도 저 못지않게 장난감, 미니어처 소품 등을 많이 모았더라고요. 좋아하는 음악 성향도 비슷한데, 결혼하고 나서야 둘 다 드럼을 칠 줄 안다는 걸 알고 한참을 신기해 했어요. 무엇보다 남편이나 저나 한 곳에 안주하는 걸 싫어하고 언제나 새로운 걸 추구한다는 점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서른 중반을 넘기고서 결혼한 그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결혼에 다소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사람을 소개받는 자리에 나갈 때마다 ‘60억 인구 중에 나와 맞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하고 좌절한 날이 많았다고. 남편을 소개받을 무렵에도 그는 결혼 대신 공부를 더 하자는 심정으로 프랑스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그때 저처럼 동양 여자에 스페인어를 할 수 있고, 방송 경력이 있으면 장차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데 유리하다는 정보를 얻었죠. 그래서 학교를 정하고 올여름 프랑스 파리로 떠날 계획을 다 세워뒀는데, 그때 남편을 소개받았어요. 어쩔 수 없이 처음 만난 날 남편에게 제 상황을 다 얘기했는데, 결국은 공부가 아닌 결혼을 선택했죠(웃음).”
하지만 그는 유학을 포기한 것에 대해 전혀 미련이 없다고 한다. 결혼 역시 그가 꿈꾸던 생활의 일부이고 남편과 함께하기에 앞으로의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걸 확신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 응원해주고 더 나은 길을 제시해주는 남편 덕분에 결혼 후 더 큰 자유를 얻었다고 말한다.

“친정아버지가 써주신 편지 보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남편을 이해하려고 해요”
‘결혼 6개월’ 손미나 아나운서의 달콤한 신혼일기

그의 시부모 역시 그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고 한다. 가족 모임을 잡을 때도 3주 전에 연락해 그에게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묻고 결정한다고. 심지어 결혼식도 당사자인 두 사람이 알아서 결정하라며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결혼식 날짜며 식장, 혼수, 예물 등 모든 걸 남편과 상의해 결정했다. 또한 두 사람은 결혼하면 으레 주고받는 예단도 시부모의 만류로 생략했다. 처음에는 친정어머니가 ‘딸 가진 부모로서’ 예의가 아니라고 몇 차례 예단을 보내겠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허례허식은 필요 없다는 생각에 결국 양가 어른 모두 동의했다고 한다.
“얼마 전 시아버님 생신이어서 결혼하고 처음 시부모님을 집으로 모셔 식사를 대접했어요. 폭죽도 터뜨리고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드리면서 애교를 부렸는데 다행히 좋아하셨어요(웃음).”
연애할 때 다툴 일이 거의 없었다는 두 사람은 결혼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론 각자 다른 환경에서 30년 넘게 살아왔기에 생활습관의 차이는 있지만 혹시 이해가 안 되거나 서운한 일이 생기면 서로 터놓고 얘기를 하기 때문에 금방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고.
“저는 말이 빠르고 성격도 급한 편이라 궁금하거나 답답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해요. 반면 남편은 제가 불만을 얘기하면 우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그다음에 이해를 시키려고 하니까 큰 싸움이 되지 않죠. 무엇보다 제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려고 애쓰는 게 고마워요.”
또한 그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결혼식 날 친정아버지가 써준 편지를 꺼내 읽는다고 한다. 편지 내용의 핵심은 ‘역지사지’로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부부싸움을 잠재울 수 있는 묘약이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고.
“신혼여행 가서 읽을 때만 해도 편지 내용이 가슴에 확 와닿지 않았는데, 최근에 다시 읽으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시고자 하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아버지의 조언대로 화가 날 때 1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신기하게 화가 풀릴 때가 있더라고요.”
그는 올해가 가기 전에 2007년산 와인을 대량 구입할 생각이다. 오랫동안 두 사람이 부부가 된 해를 기념하며 마실 수 있도록 올해의 빈티지 와인을 비축해두겠다는 것. 해마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등 의미 있는 날에 이 와인을 꺼내 마실 계획인 그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성인이 됐을 때, 그리고 배우자를 만나 결혼할 때도 올해 구입한 와인을 마시면서 남편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리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일이 좋아 아이는 나중에 갖기로 했어요”
하지만 그는 당분간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한다. 누구보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아직은 일에 대한 열정이 좀 더 크다고. 남편 역시 그의 생각을 존중해준다고 한다. 단 연애할 때는 “아이를 낳지 않고 둘만 살아도 좋겠다”고 말했던 남편이 요즘은 늦더라도 아이는 꼭 낳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아직 철이 덜 든 건지 제가 엄마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 겁부터 나요.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오거든요. 한편으로는 아이가 생기면 모든 관심을 아이한테만 집중시킬 것 같아서 그게 가장 걱정이에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제 성격에 아이와 일 사이에서 적당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거든요. 결국 남편과 상의 끝에 아이 문제만큼은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했어요(웃음).”
97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하면서 방송계에 몸을 담은 그는 비록 회사를 그만두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방송활동을 할 계획이다. 10월 초부터는 아리랑TV에서 방영하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강의 ‘Homey Korean’ 중 스페인 편을 맡아 진행을 시작하는데, 그가 2004년 스페인 유학시절 사귄 현지 친구들이 누구보다 방송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아리랑TV는 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기 때문에 스페인에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현재 스페인어·불어·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그는 조만간 포르투갈어와 이탈리아어도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만큼 짜릿한 게 없다”고 말하는 손미나. 그에게 일과 사랑은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싫은 재미있고 유쾌한 ‘놀이’인 듯 보였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