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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Art & Culture

누보 팝展

엄마 한명례씨와 훈영이·훈태가 다녀왔어요~

기획·김동희 기자 / 구술정리·송정화‘자유기고가’ / 사진·문형일 기자

입력 2007.09.10 16:18:00

누보 팝展

안토니오 데 펠리페, 파이프를 입에 문 오드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65×50cm, 2006 기품과 우아함의 대명사인 오드리 헵번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작품에 연속적인 요소와 강하고 모던한 색채를 더해 고전적이고 우아한 헵번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좌)
안토니오 데 파스칼레, 리얼 타임(페디그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155×65cm, 2006 안토니오 데 파스칼레는 미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가공식품을 그리면서 그 안에 대량생산 제품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집어넣어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병폐를 비판하고 있다.(우)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재미있는 전시회를 찾아보다 ‘누보 팝’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일반적인 회화 전시는 아이들이 보기엔 좀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바로 이거다’ 싶었다. 기사에 실린 작품 사진을 보니 전체적인 색감이 화려하고, 과자 봉지나 콜라병을 소재로 한 작품과 곰·강아지 등의 조각도 있어서 아이들이 흥미 있게 관람할 수 있을 듯했다. 훈영이(12)와 훈태(10)도 사진을 보더니 대환영!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로 나오니 눈앞에 올림픽공원의 ‘평화의 문’이 나타났다. 88올림픽을 책에서만 보았던 아이들에게 평화의 문 아래 아직도 타오르고 있는 성화 불꽃을 보여주었다. 훈태는 “어떻게 그때 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았느냐”면서 마술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훈영이가 아래에 적힌 설명을 읽고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서 일부러 꺼뜨리지 않은 것”이라고 동생을 이해시키는 모습에 흐뭇해졌다.
누보 팝展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윌리엄 스윗러브의 ‘복제된 모나리자 경호견’을 감상하고 있는 한명례씨 모자.


평화의 문을 지나 쭉 걸어 들어가니 오른편에 소마미술관이 보였다. 전시실을 돌아보기 전에 입구에서 판매하는 도록을 먼저 읽었다. ‘팝아트는 텔레비전이나 매스미디어, 상품광고, 쇼윈도, 고속도로변의 빌보드(대형 광고판)와 거리의 교통표지판 등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것들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만화 속의 주인공 등 흔한 소재들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대중문화적 시각이미지를 미술의 영역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구상미술의 한 경향’이라는 설명이 씌어 있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들의 팝아트를 미국의 팝아트와 구별해 ‘누보 팝’으로 부르며,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미국 팝아트가 기성품의 이미지를 그대로 빌려왔다면 누보 팝은 좀 더 은유적으로 세태를 꼬집는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뭔가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제 1전시실에 들어선 순간 빨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모나리자 그림과 푸들 강아지 인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윌리엄 스윗러브의 ‘복제된 모나리자 경호견’이라는 작품이었다. 애완견인 푸들을 경호견으로 그려내고 유명한 모나리자 그림을 복제품의 대명사가 된 플라스틱 소재로 찍어내 현대사회를 풍자했다며 도슨트(전시 관람에 필요한 지식을 설명해주는 사람)가 알려줬다.
“형, 이것 좀 봐. 기사에서 봤던 과자 그림이다! 에이, 맛없겠다.”

누보 팝展

100송이 꽃, 캔버스에 유채, 60×60cm 1백점, 2005(부분). 중국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활동중인 시아오 판의 작품. 필립 위아르, 팝 펄스 비스, 캔버스에 유채, 50×80cm, 1995 혀를 깨물고 있는 입술에서 참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콜라병과 콜라잔에서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는 물질 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그림 속에 들어 있는 단어 팝, 펄프, 비스는 별 의미 없는 단순한 의성어일 뿐이라고. 보그 암소,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89cm, 2005(왼쪽부터 차례로)


안토니오 데 파스칼레라는 작가의 ‘리얼 타임’시리즈였다. 시리얼 과자인 코코팝스, 감자칩 프링글스, 초코바인 맥시봉, 개 사료인 페디그리 봉지가 개봉된 상태로 구겨져 있는데, 봉지엔 부서지고, 불타고, 홍수가 나서 개들이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쳐다보던 아이들도 그림을 자세히 보자 얼굴을 찡그리며 ‘다신 먹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고발하고 있다는 도슨트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작가가 표현하려는 의도를 아이들은 정확히 읽고 있는 듯했다. 이게 바로 팝아트가 지닌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2 전시실에는 ‘1백 송이 꽃’이 똑같은 크기의 캔버스에 그려져 있었다. 방 안 가득 피어 있는 꽃들은 비슷해 보여도 어느 하나 똑같은 모양이 없었다.
“으, 징그러워. 이 꽃은 입술과 혓바닥 모양이네. 여기엔 혹이 더덕더덕 붙었어. 색깔은 너무 예쁜데 자세히 보니까 모양이 엽기적이에요.”
훈영이 말처럼 1백송이 꽃은 모두 어딘지 어색해 보였다. 유전자 조작으로 변형된 식물의 모습과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져가고 대량생산으로 인해 장난감처럼 여겨지는 꽃들을 그린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작가 시아오 판의 상상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초록 곰 두 마리와 펭귄 한 마리를 찾아라!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유쾌한 시간 보내
제3전시실에 들어서자 초록 곰들과 핑크색 펭귄 무리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곰과 펭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구경했다. 곰들은 모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고 펭귄들은 무리지어 있었는데, 이는 혼자 살아가는 곰과 무리 생활을 하는 펭귄의 특성을 살려낸 것이라고 했다.
“여러분, 원래 곰과 펭귄은 모두 9마리씩이었거든요. 근데 세어보세요. 여기엔 곰 일곱 마리와 펭귄 여덟 마리밖에 없네요.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탈출했나봐요. 전시장 구석구석 잘 찾아보세요.”
아이들이 두리번거리다 “찾았어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곰 한 마리가 5전시실을 바라보며 창가에 서 있었던 것. 5전시실 통로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펭귄도 찾았다. 멀리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쓸쓸한 마음이 느껴졌다.
필립 위아르가 그린 ‘팝 펄프 비스’라는 작품은 혀를 깨물고 있는 입술 위아래로 콜라병과 얼음이 가득 담긴 콜라잔이 그려져 있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그림이라는데 훈영이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나는 안토니오 데 펠리페의 ‘파이프를 입에 문 오드리(고양이와 함께 있는)’ ‘마릴린 리히텐스타인’ ‘보그암소’ 등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오드리 헵번이나 마릴린 먼로처럼 잘 알려진 대중 스타를 모티브로 해서 만화를 그리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게 표현한 점이 좋았다. 특히 ‘보그암소’는 유명한 패션 잡지인 ‘보그’ 표지를 파란색 암소가 모델이 돼 장식하고 있었다. 기발한 풍자에 절로 웃음이 났다.
또한 마리아 마누엘라의 ‘도쿄 프린세스’ ‘봄을 기다림’ ‘작약꽃’과 같은 작품도 화려한 색상과 모델로 등장한 검은 머리 여성의 강렬한 이미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림 제목을 일본어로 써넣었는데, 활자가 마치 그림의 일부처럼 어우러져 색다른 인상을 줬다.
계단을 내려와 6전시실에서 스키복처럼 보이는 그림과 코카콜라병을 들고 있는 공주 그림 등을 봤다. 1전시실에선 빨간 플라스틱 푸들을 봤는데, 마지막 전시실인 6전시실에서는 장화를 신고 있는 빨간 슈나우저를 만났다. 크고 작은 강아지들도 펭귄과 마찬가지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전시장으로 나와 돌아오는 길, 호기심 많은 훈태는 여기저기 설치된 조각작품들을 보겠다면서 바쁘게 뛰어다녔다. 올림픽공원에는 2백여 점이 달하는 조각이 전시되어 있고 공원 안에는 초기 백제의 유적지인 몽촌토성과 인공 호수인 몽촌해자도 있어 아이들 현장체험 학습지로도 좋을 듯했다. 가을이 무르익어 서늘한 바람이 불고 단풍이 예쁘게 물들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시 한 번 찾아오자고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기간 ~9월30일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어른 4천원, 청소년(13~18세) 3천원, 어린이(4~12세) 2천원 문의 02-425-1077 www.somamuseum.org

여성동아 2007년 9월 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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