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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임신한 아내를 향한 사랑 담은 ‘앉아 있는 잔 에뷔테른’

입력 2007.09.10 14:37:00

임신한 아내를 향한 사랑 담은 ‘앉아 있는 잔 에뷔테른’

모딜리아니, 앉아 있는 잔 에뷔테른, 1918, 캔버스에 유채, 92×60cm, 개인 소장


화가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곧 아이의 아빠가 된다고 생각하니 매우 기뻤습니다. 그래서 이 기쁨을 영원히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를 의자에 앉혔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다 보니 기쁜 마음만 솟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화가는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아이가 생긴다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과연 필요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내 그림을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좋아해주고 더 많이 사줄까? 그런 생각을 하자니 앞날이 꼭 희망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가는 머리를 도리질 칩니다. 이럴 때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그림을 그릴 뿐입니다. 그렇게 모딜리아니는 ‘앉아 있는 잔 에뷔테른’을 완성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사람의 몸, 특히 목을 길게 그린 것으로 유명한 화가입니다. 이처럼 목을 길게 그리면 모델이 더 우아해 보이고 고상해 보입니다. 그림 속의 잔도 우아하고 고상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검은 옷과 살짝 기울어진 머리에서 쓸쓸한 표정도 읽힙니다.
아빠가 된다는 기쁨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통을 아내의 아름답고도 쓸쓸한 모습으로 생생하게 표현해낸 그림입니다. 모델을 서는 아내가 나지막이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보, 힘내요. 우리는 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한 가지 더∼ 여성을 즐겨 그린 서양화가들 가운데 여성의 몸과 목을 길게 그린 화가들이 있습니다. 보티첼리, 파르미자니노, 모딜리아니가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길게 그려진 여성은 사슴이나 기린을 연상시켜 볼수록 우아하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순정만화에서도 보통 주인공들을 길게 늘여 그린답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
이탈리아 리보르노에서 유대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베네치아와 피렌체에서 그림 공부를 한 뒤 1906년 파리로 갔습니다. 파리에서 로트렉과 세잔의 그림, 브랑쿠시의 조각에 빠져 이들의 작품을 깊이 연구했습니다. 길게 늘인 인체상으로 오늘날 인기 있는 화가가 됐지만, 당시에는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를 슬퍼한 그의 아내도 남편이 죽은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여성동아 2007년 9월 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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