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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중년의 아름다움

한혜숙 프라이버시 인터뷰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 ■ 의상 & 소품협찬·로베로토 엠마뉴엘 웅가로 한스쥬얼리 ■ 헤어 & 메이크업·제니하우스 ■ 장소협찬·부첼라

입력 2007.08.22 14:11:00

중견 탤런트 한혜숙이 19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다. 작가 최인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에서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는 강한 어머니를 연기하는 것.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그에게 싱글 라이프 & 건강관리법을 들었다.
한혜숙 프라이버시 인터뷰

지난해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한혜숙(56). 그가 19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다. 72년 그의 데뷔작 ‘꿈나무’에서 연인 사이로 출연해 남다른 인연을 맺어온 하명중 감독의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에서 주인공 어머니 역을 맡은 것. 극중 어머니는 3남매를 키우면서도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자존심도 강한 여성인데, 젊은 시절 남편을 여의고 막내아들을 애지중지 키워오다 성인이 된 아들이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어머니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문학활동을 위해 독립하겠다고 하자 기꺼이 아들을 떠나보낸다.
“기존 어머니상은 언제나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었잖아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 나오는 어머니는 달라요.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아들에게 ‘너는 네 갈길 가라고’ 말하죠. 사실 저희 어머니만 해도 제가 조금만 서운하게 해드리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말씀하시는데, 작품 속 어머니는 달라요.”

쉰 넘은 딸에게 ”나이 들어 술 취해 다니면 추다하”고 야단 치는 어머니
한혜숙 프라이버시 인터뷰

한혜숙은 “결혼을 안 해 자식을 키워본 경험은 없지만, 이번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우리 어머니와 나의 관계를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영화에 출연하기 전 영화 속 아들처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노모를 떠나 분가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어머니의 참견과 잔소리가 싫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는 잠시나마 가졌던 분가 계획을 영화 촬영하는 동안 깨끗이 접었다고 한다. 오히려 오래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최선을 다해 모시기로 마음먹었다고. 또한 그는 며칠 전 척추수술을 받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를 보면서 애틋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항상 제 옆에 계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어느 순간 어머니를 보니까 제가 나이 든 만큼 어머니도 많이 늙으셨더라고요. 50년 넘게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모든 희로애락을 같이했기에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분신처럼 느끼는 게 사실이에요. 척추수술은 다행히 잘 마쳤는데 연세가 많으셔서 한꺼번에 다 못하고 다음에 한 번 더 하기로 했어요. 그때도 잘 버텨주시길 바랄 뿐이죠.”
한혜숙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또한 각별나다고 한다. 집을 나설 때마다 그에게 “차 조심해라, 음식 조심해라”는 말을 잊지 않을 뿐 아니라 여름에는 물도 가려서 먹어야 한다며 아침마다 얼음물을 직접 싸준다고. 또한 그가 밥을 먹기 싫다고 하면 밥상을 차려 방까지 들고 온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한강 둔치 걸으며 건강 관리
“편치 않은 몸으로 무거운 밥상을 들고 오시면 짜증이 날 때도 있어요. 괜히 노인네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더 그렇죠. 이 나이 먹어서도 술 먹고 늦게 들어가면 어머니한테 혼쭐이 나요. 며칠 전에도 모임이 있어 술을 조금 마시고 새벽에 들어갔더니 그때까지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셨더라고요. 현관문에 들어서는데 ‘늙어서 술 취해 다니면 그것만큼 추한 게 없다’며 호통을 치셨죠(웃음). 제가 29세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는 그때부터 저를 남편, 아들 삼아 사신 것 같아요. 그래서 간섭이 심하신 만큼 의지도 많이 하시죠.”
어머니는 그에게 더 이상 결혼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포기하신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생일날 떡을 만들어주시면서 시집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요즘은 일절 그런 말씀을 안 하신다”며 웃었다.
그에게 “아직 결혼을 안 한 이유가 있냐”고 묻자 그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이상형과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어머니는 돈도 많고 풍채도 좋은 남자를 좋아하는데, 저는 돈은 많지 않아도 몸매가 야리야리(?)하고 쿨한 남자가 좋거든요(웃음). 사실 젊어서부터 혼자 사는 게 편했어요. 아버지가 자식들을 무척 엄하게 키우셨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했죠.”
“혼자 사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말하는 그는 더 이상 결혼에 연연할 생각은 없지만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동료 연예인인 설운도에게 “시집가기에는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기도 했다고.

한혜숙 프라이버시 인터뷰

올봄 영화 촬영을 마치고 당분간 휴식기를 갖기로 한 그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들을 위해 쓰고 있다.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여동생이 얼마 전 유방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라 그가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넉 달째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는 그는 아침마다 유기농 채소로 녹즙을 짜 동생에게 먹인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한쪽 가슴을 잃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지금은 많이 씩씩해졌지만 처음에는 옆에서 보기에 너무 안쓰러웠어요. 제부가 동생에게 잘해주지만 더 살뜰하게 챙겨주고 싶어서 아침마다 저희 집으로 오게 해요. 유방암은 무엇보다 식이요법이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브로콜리와 신선초, 케일이 항암효과가 높다고 해서 아침마다 먹이고 있어요. 유기농 야채는 오래 보관하지 못해서 이틀에 한 번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야 하죠.”
동생이 아픈 걸 보면서 건강이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는 그는 평소 건강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만 앞으로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오랫동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철저한 관리 덕분이다. 체중이 늘어나면 바로 식사량을 줄이고 집 주변을 걷거나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운동을 한다고.
“헬스클럽이나 수영장 같은 열린 장소에 가는 것보다 혼자 운동하는 걸 좋아해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한강 둔치를 걷는데, 며칠 전에도 배가 좀 나온 것 같아서 이태원 집에서 압구정동까지 걸어갔어요. 한식, 양식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지만 고기보다는 채소를 좋아하고 등 푸른 생선과 우유를 자주 챙겨 먹어요. 그래서인지 얼마 전 골밀도 검사를 했는데 건강수치가 20대로 나와 기분이 좋았어요(웃음).”
건강한 체력은 연기활동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는 후배 연기자들이 무서워할 정도로 연기연습을 많이 하는데, 연기경력 30년이 넘은 요즘도 메모지에 대사를 적어 화장실에 가서도 외운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나이가 들어 대사 외우는 게 쉽지 않다”며 “얼마 전에도 겨울옷을 정리하다 코트며 점퍼 속에서 ‘자경아’ ‘왕모야’ 하고 써 있는 ‘하늘이시여’ 대본 쪽지가 나와 한참을 웃었다”고 말했다.

한 치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스스로를 옥죄며 산 지난날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한혜숙. 그가 오랜 세월 스캔들 한 번 나지 않고 깨끗한 이미지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어머니와 종교의 힘이 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도 “아직 시집 안 간 동생들을 생각해 몸가짐을 깨끗이 하라”였기에 그는 연예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한 치도 긴장의 끈을 늦춘 적이 없다고 한다. 다섯 남매 중 맏딸로 아버지를 대신해 경제적인 책임을 떠맡아야 했던 그는 어린 동생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옥죄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작품을 할 때도 역할을 골라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날은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방송국 PD들 사이에서 “한혜숙은 섭외하지 말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결국 3년 정도 방송을 쉴 수밖에 없었던 그는 당시 대인기피증까지 앓았다고 한다.
“참혹할 정도로 외로운 시간이었어요. 도처가 지뢰밭인 연예계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고 버티려면 스스로 자제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종교를 갖게 됐어요. 연기활동을 쉬는 동안 매일같이 절에 다니면서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죠. 제가 그나마 아직까지 품위를 지키면서 연기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종교가 있어서인 것 같아요.”
“연기자가 되지 않았으면 비구니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불심이 깊은 그는 5년 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돈이 없어 절을 짓지 못한다고 그를 찾아온 비구니에게 땅 살 돈을 마련해줬다고 한다. 올해도 사찰 운영을 위해 설운도와 함께 디너쇼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샌디에이고 절에 기부했다고.
“해마다 그 절을 찾고 있어요. ‘하늘이시여’를 끝내고도 한 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겠지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결벽증’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분명한 성격인 그는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한다. 8월 말, 동생이 방사선 치료를 다 마치면 둘이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고. “요즘 소원은 단 하나, 동생이 하루빨리 완치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맏언니의 푸근함이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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