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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솔직 토크

강남 엄마 3명이 말하는 ‘강남에서 아이를 키워보니…’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문형일‘프리랜서’

입력 2007.08.13 10:03:00

자녀교육에 목숨 거는 주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방영을 계기로 ‘도대체 강남 주부들은 어떻기에’라는 궁금증이 일고 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맞지만 드라마의 일부분은 과장되게 그려져 안타깝다는 강남 주부 3인이 실제 자신들이 사는 모습과 사교육의 실태를 들려주었다.
강남 엄마 3명이 말하는 ‘강남에서 아이를 키워보니…’

김종희 17년째 서울 강남 대치동에 거주하고 있다. 세 자녀(직장인·대학 4학년·고1) 모두 대치동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이경미 올해 특목고에 입학한 딸과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부산에 살다가 올 초 딸이 서울에 있는 특목고에 합격하면서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박미영(가명) 현재 강남 일원동에 살고 있는 주부. 중학교 1·2 학년인 두 아이와 함께 지난해 캐나다로 10개월 동안 영어 연수를 다녀왔다. 박씨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부담스럽다”며 이름과 얼굴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오른쪽부터 김종희·이경미·박미영씨)

박미영(이하 박) ‘강남 엄마’라고 하면 대부분 ‘강남엄마 따라잡기’에 등장하는 윤수미(임성민)를 가장 먼저 떠올리잖아요. 아이들 교육에 ‘올인’하고 학원정보를 캐내는 데 혈안이 돼 있고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 여기고 그러면서 가끔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골프 치러 다니고요. 그런 아줌마가 제 주변에는 없어요. 드라마가 강남 주부들의 단편적인 모습을 너무 과장되게 그린 게 아닌가 싶어요.
김종희(이하 김) 제가 대치동에 이사 온 90년대 초반만 해도 조용하고 평범한 동네였는데 학원가가 생기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이들 교육에 돈을 물 쓰듯 하는 주부들은 소수예요. 대부분의 주부들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자녀교육을 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고요.
이경미(이하 이) 지난 1월 딸이 서울에 있는 특목고에 입학해 부산에서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 왔는데 다른 주부들한테 본받을 점이 많더라고요. 검소하고 성실하고….
박 제가 느끼기엔 주부들이 자녀교육에 적극적이면서도 다른 일에 소홀하지 않아요. 직장생활할 때 최선을 다하듯 자식교육에 열과 성을 다할 뿐이죠. 아이들이 계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요.
김 엄마가 골프를 치면 아이가 대학에 못 간다는 말도 있고 대치동을 ‘강남의 달동네’라고 하잖아요.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만 돈을 쓰지 자신을 위해 돈 쓰는 데 굉장히 인색하거든요.
박 강남 아이들 성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것은 학원에서 잘 가르친 것도 있지만 엄마의 관리 덕분인 것 같아요. 직접 영어·수학을 가르칠 뿐 아니라 학원 교재나 진도를 살펴보면서 내 아이가 어느 부분이 약한지 파악하고 필요한 학원으로 보내기도 하거든요.
이 드라마에 보면 ‘남편 팬티 색깔은 알려줘도 아이들 학원은 안 가르쳐준다’는 대사가 나오던데, 학원에 대한 정보가 드라마에 묘사된 것처럼 그렇게 폐쇄적이지는 않아요.
박 학원과 유명 교사에 대한 정보는 외부에 많이 노출돼 있어요. 다만 과외 선생님은 경우가 다르죠. 개인과외 교사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시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실력이 월등한 과외교사라 내 아이만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욕심과 자신의 아이에 대한 정보가 과외교사를 통해 다른 데로 알려지는 게 싫기 때문이에요.
김 좋은 학원에 대한 정보는 아이들끼리 공유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이 수다를 떨면서 어느 학원이 괜찮은지 다들 이야기하거든요.

엄마의 극성은 오히려 자녀교육에 역효과
강남 엄마 3명이 말하는 ‘강남에서 아이를 키워보니…’

박 강남 하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가 바로 촌지예요. 드라마에서도 촌지시인 서상원(유준상) 교사가 촌지를 받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이 촌지는 강남뿐만 아니라 지역을 막론하고 받는 교사와 안 받는 교사로 양분되는 거고요. 강남 아줌마라서 촌지를 갖다주는 게 아니죠. 요즘에는 시골에 사는 엄마들도 촌지를 건넨다고 하잖아요.
박 강남의 교사들은 오히려 엄마들이 무서워서 (촌지를) 안 받는 경우가 있어요. 교사가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교육청에 투서를 하는 엄마들이 종종 있거든요. 인근 학교에서 한 엄마가 선생님이 촌지를 받았다고 교육청에 신고하는 바람에 난리가 난 적이 있어요. 엄마들의 무서운 ‘파워’ 때문에 교사들이 쉽게 촌지를 챙기지 않고 받더라도 되돌려주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김 촌지도 그렇고, 과외도 그렇고…. ‘오버’하는 주부들이 오히려 자녀교육에 실패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하는 게 부모인데, 강남에는 ‘어떻게 걷고 뛰라’고까지 간섭하는 엄마들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우리 세 아이들은 ‘우리 엄마는 계모’라고 이야기를 해요. 친구 엄마들에 비해 극성맞지 않다는 거죠. 저는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자유롭게 놔두는 편이었어요. 공부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했고요. 결국 그런 교육방법이 성공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 엄마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게 통하지만 중학교만 올라가도 그런 교육이 안 먹혀요. 억지로 고삐 쥐고 엄마가 달려봐야 아무 소용 없어요. 아이가 달릴 생각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거든요. 강남 주부들이 초등학교 때 아이들 대하는 습관을 중·고등학교에 적용하려고 하는데 그게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김 엄마는 엄마일 뿐이에요. 절대 선생님이 될 수 없어요. 그런데 대다수 강남 엄마들이 선생 노릇에 치중하다 보니까 아이들과 매번 부딪치면서 싸움을 하죠. 선생님 노릇 하는 거 아이들이 가장 싫어해요.
박 생각해보니 ‘숙제했니? 공부해라.’ 이 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네요. 강남 주부들 불쌍해요. 삶의 목표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자녀 좋은 대학 보내려고 하는 것밖에 없는 주부들이 적지 않거든요. 그나마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모를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굉장히 의기소침하고 어깨 축 늘어뜨리고 살아요.
이 엄마들 모임에 잘 나오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이사를 간 엄마들이 있어요.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대부분 자녀 교육에 실패한 경우죠. 엄마들이 자녀 성적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아이의 미래와 직결됐기 때문이에요. 부모들은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잖아요. 부모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게 공부라고 여기는 거죠. 대학을 나와도 직장 얻기가 쉽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서 결혼 후 내 집 마련하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고, 그렇다고 정년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요. 자기 자식이 험한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뒷바라지를 하는 겁니다.
박 엄마들이 그 많은 돈 들여서 학원 보내고 자기를 희생하는데, 사실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자녀의 행복한 미래가 보장된다면 지금처럼 죽을힘을 다해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닦달하지 않을 겁니다.
이 강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에 대해 극성이라고, 나쁜 쪽으로만 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이 좋은 옷 입고 맛있는 거 먹고 싶은 줄 몰라서 안 하는 거 아니잖아요. 아이의 미래와 그 즐거움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교육에 투자를 하는 거죠.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어를 가르치고….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 나가서라도 밥벌이를 할 수 있게 키우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거든요.
박 사회복지제도가 잘 돼 있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겁니다. 누가 소중한 자식을 벼랑 끝에 세워놓고 후려치고 싶겠어요. 편하게 키우고 싶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잖아요.
김 교육에 ‘올인’하는 강남 주부들 중 일부는 자기가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돼서 아이들을 들볶는 경우도 있어요. 자녀의 성적에 목숨을 거는 거죠. 돈은 좀 벌었는데 학벌이 떨어질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고액과외를 시키면서까지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합니다. 그런 집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반항이 심한 편입니다. 부모 자식 간 사이도 별로 좋지 않고요.

“가정 형편이 넉넉한지 여부를 떠나 목표의식이 뚜렷한 아이들이 성공해요”
박 드라마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대치동 아파트에서는 돈, 학벌 자랑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런 사람이 몇 년 사이에 굉장히 많아졌어요. 9년 전 이사 왔을 때만 해도 평범한 월급쟁이들이 많이 살았는데 이제는 학벌 좋고, 돈 잘 버는 남편이나 시집 또는 친정을 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김 하지만 대치동에서도 빌라 반지하에 살면서 엄마가 우유 돌리고 신문 돌리면서 교육시키는 집이 있어요. 남편 월급만으로는 학원비 내기 벅차니까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일하기도 하고요. 저도 남편이 평범한 회사원이라 아르바이트를 해서 세 아이들 학원비에 보탰어요.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했거든요. 엄마가 자식교육을 위해 고생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철이 일찍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공부에 매진하고, 다들 성공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할 이유와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한 게 성공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은데요.
김 맞아요. 그런 면이 있죠. 제가 아는 학부모 중에 부모 둘 다 의사인데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썼어요. 고액과외며 성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돈에 개의치 않고 뒷바라지를 했죠. 겨우 의대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그곳에서 견뎌내지 못해 졸업을 못했어요. 인생은 길게 봐야 하는데 오직 좋은 대학 입학에만 목숨 거는 사람들 보면 참 안타까워요. 강남 출신 석·박사 학위 소유자 중에 사회인으로 살아가지 못한 아이들이 많아요.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는 큰아이가 그러는데 친구들 중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그냥 나온 아이가 10명이 넘는대요. 힘들어서 적응을 못한다는 거예요. 부모가 너무 나약하게 키워 힘든 일을 참지 못하는 거죠.
박 의외로 이 동네에서 공부만 하고 자란 아이들 중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공부하는 데만 온갖 진을 다 빼놓은 거죠. 다른 건 전혀 할 줄 모르는 거예요.
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의 맹목적인 밀어붙이기식 교육의 폐해이기도 해요. 만날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했지, 정서와 인성교육에는 등한시한 결과죠.
이 특목고에 가고 좋은 대학을 나와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하잖아요. 학습능력은 뛰어난데 정신력이 약한 거죠. 특히 모든 것을 엄마가 도와준 아이들이 더 그렇다고 해요.
김 엄마의 극성으로 아이가 성공을 한다 해도 그건 잠깐 그렇게 보일 뿐이에요. 대학 수강할 때 엄마가 대신 해주는 사람도 있어요. 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거죠.
이 아이의 실수를 줄여주기 위해 엄마가 이것저것 개입하고 가르치려 드는데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서 성장하고 많이 배우거든요. 실수도 성장과정 중 하나라고 인식해야 부모의 간섭이 줄어들 겁니다.
박 자녀에게 자립심을 키워줘야 하는데, 그래야 직장에서나 가정을 이룬 후 자기 책임하에 인생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텐데.
김 교육열이 높은 것도,지극정성으로 자식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늘 아이들은 부모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재판관’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모가 아무리 좋은 뜻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간섭해도 그에 대한 판단은 아이들 몫이니까요.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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