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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전

엄마 최현주씨와 지선이가 다녀왔어요!

기획·김동희 기자 / 사진·현일수‘프리랜서’|| ■ 구술정리·강은아‘자유기고가’

입력 2007.08.10 14:34:00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전

1 모차르트가 살았던 시대와 우리나라 역사를 대비한 도표를 보고있는 최현주씨(38)와 지선이. 2 지선이가 모차르트의 머리카락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3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피아노. 4 ‘알레아토릭’으로 만들어진 악보. 기기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르니 현주씨와 지선이의 사진이 담긴 악보가 나온다.


“모차르트 전시요? 음악가도 전시를 해요?”
모차르트전 소식을 들은 딸 지선이(13)의 반응이었다. 사실 화가가 아닌 음악가에 관한 전시가 어떤 것일지 나도 궁금했다.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녀와야 할 전시회라는데?”라는 말로 아이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 우리 모녀는 한껏 기대를 하고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입구에 깔려 있는 심상찮은 레드카펫을 보고 지선이가 한마디한다.
“엄마, 혹시 이 카펫을 밟는 순간 이상하고 낯선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정말 타임머신 카펫인가? 레드 카펫을 따라 로코코 시대의 복장을 한 남자 안내원이 나오며 반갑게 맞아준다.
“18세기 모차르트의 시대로 들어오셨습니다. 즐거운 관람되시길 바랍니다.” 나눠준 팸플릿과 어린이 가이드북을 보니 전시장은 열두 개의 홀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홀에서 잘츠부르크 성당 세례 명부와 모차르트의 출생기록서를 봤다. 2백50년 전의 실물이라고 한다.
“와, 이게 다섯 살짜리 꼬마가 쓴 악보래.”
지선이의 탄성에 고개를 돌리니 모차르트의 첫 작품이라는 ‘미뉴에트 K.1’ 원본 악보가 있다.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용 작품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건 처음이라고. 손 근육의 움직임조차도 엉성할 때인데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게 음표를 그려넣을 수 있었을까? 역시 천재는 천재구나 싶다.
두 번째 홀에는 모차르트의 숙명적 맞수 살리에리와 바흐, 하이든 등 여러 지인들의 당대 초상화가 있다. 살리에리의 초상을 실제로 보니 10여 년 전에 보았던 영화 ‘아마데우스’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순하게 생겼다.
“지선아, 나중에 ‘아마데우스’ 영화 보여줄게. 첫 장면에서 궁정악단장인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빠뜨린 죄책감으로 자살을 시도하다가 병원으로 실려가지. 그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1악장’인데 그 긴박감이란….”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였어요? 왜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투해 모차르트를 죽음이 이르게 했다는 설이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아. 어디까지나 영화니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전

1 모차르트가 살았던 로코코 시대 의상을 입은 최현주씨와 지선이. 2 최현주씨와 지선이가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트럼프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3 ‘나도 모차르트’ 홀에서 자신만의 곡을 만들면 연주를 해준다.


세 번째 홀로 들어가니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 가족 초상화들이 걸려 있고 한쪽에선 모차르트 가족의 모습이 실루엣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고 있다. 남의 집 이야기를 몰래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들의 비범한 재능을 시골에서 썩힐 수 없다며 어린 모차르트를 데리고 유럽 각국을 돌아다녔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교육열, 탁월한 음악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동생에게 가려졌던 누나 ‘난네’가 모차르트를 뒤에서 도와줬던 것 등을 전시된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어 도착한 네 번째 홀에서는 모차르트의 첫사랑 알로이지아의 도도한 초상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노래를 무척 잘 부르며 목소리가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저의 어려운 소나타도 잘 연주할 정도로 음악적 실력이 뛰어납니다. 세련된 매너도 갖춘 여성이에요.”
22세의 모차르트가 음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제자로 만난 첫사랑을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칭찬하는 말이다. 방년 16세의 실력 있는 소프라노였던 알로이지아. 하지만 그녀는 가난한 모차르트를 버리고 유명 배우와 결혼을 했다. 이때 그녀의 동생 콘스탄체가 상심한 모차르트를 위로해줬고 이를 계기로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나도 모차르트’라는 주제의 다섯 번째 홀은 지선이가 마음에 들어한 장소다. 모차르트가 고안해낸 작곡법 ‘알레아토릭’(일명 주사위 작곡법)을 컴퓨터 프로그램화해 버튼만 누르면 컴퓨터상으로 주사위가 던져져 자신만의 악보를 만들 수 있다. 미리 2백76개의 마디를 작곡해놓고 주사위를 던져 나타나는 숫자의 배열에 해당하는 마디를 조합해서 작품을 만드는 방법으로 9천조 이상의 곡을 작곡할 수 있다고 한다. 지선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곡이라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기뻐했다.

로코코 시대 의상 입어보고 직접 작곡도 해
여섯 번째 홀은 화려한 로코코풍의 무도회장이다. 섬세한 곡선과 꽃, 리본, 깃털, 레이스 러플 등의 장식이 화려한 로코코 시대의 의상과 가발을 착용해보니 정말 18세기의 귀족이 된 듯했다.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환한 표정의 모차르트가 불쑥 나타나 춤을 권할 것 같았다.
“지선아, 만약 모차르트가 말을 건다면 뭐라고 할래? 팸플릿에 쓰여 있는 로코코 시대의 은밀한 부채 대화법을 활용해볼까. 난 오른 손으로 접은 부채를 심장 가까이 대고 상대방을 응시할 거야. ‘제 마음을 다 얻으셨어요’라는 뜻이지.”
이에 지선이는 왼손으로 부채를 활짝 편 채 얼굴을 가리겠다고 한다. ‘당신을 좀 더 알고 싶군요’라는 의사 표시다.
일곱 번째 홀에는 모차르트가 즐겨 사용하던 주석 그릇들과 커피잔, 요리식기와 가루 담배통, 아이스크림 만드는 그릇, 사탕그릇 등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즐기던 갖가지 향료의 냄새도 직접 맡아볼 수 있다. 여덟 번째 홀에서도 파티와 오락을 좋아했던 그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천재답게 당구·빙고·장기·카드·룰렛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긴 셈이다.
아홉 번째 홀에서는 모차르트가 남긴 6백26곡의 목록을 볼 수 있으며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해 특정 악기 소리만 선택해 들을 수도 있다. 언뜻 실로폰처럼 보이는 초기의 피아노를 비롯한 여러 악기들이 눈에 띈다.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 대주교 앞에서 즉석연주를 할 때 사용했던 작은 피아노는 더없이 정겨웠다. 모차르트 시대의 피아노는 쳄발로에서 피아노로 가는 중간 단계의 악기로 페달이 없다. 현재 건반이 88개인 데 비해 건반 수가 61개밖에 안 되며 건반의 검은색과 흰색이 현재와 반대다.
열 번째 홀에서 ‘피가로의 결혼’, ‘KV 452번’, 세레나데와 미사곡 등 모차르트의 자필 악보를 보고 열 한 번째 홀에서 모차르트가 “내 인생 최고의 곡”이라고 밝혔던 ‘KV 452번’(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5중주곡)을 들었다. 열두 번째 홀은 모차르트의 사후 관련 물품들이 전시된 공간. 유명 음악인들의 헌정곡을 듣고 모차르트의 실제 머리카락도 볼 수 있다. 모차르트가 숨을 거둔 후 아내 콘스탄체가 보관하고 있었다고.
모두 둘러보고 나니 불과 서른다섯 해를 살면서 기악과 성악, 종교음악과 오페라를 불문하고 클래식 음악의 전 장르에 걸쳐 1천여 곡을 남긴 천재 음악가의 벅차고 가슴 뜨거운 인생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전시회라는 생각이 든다. 2시간 남짓한 시간여행의 추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가고 싶어 마지막 출구에서 모차르트전의 포스터를 챙겼다. 당분간 우리 모녀는 모차르트의 음악에 취해 있을 듯하다.

기간 ~9월15일 오전 10시~오후 8시 휴관일 없음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입장료 어른 1만2천원, 초·중·고등학생 9천원, 24개월 이상 유아 6천원
문의 02-2235-0006 www.mozart.co.kr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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