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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딛고 가정 꾸려 남다른 행복 느끼는 개그맨 권영찬·김영심 부부

글·김수정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07.23 16:42:00

재작년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개그맨 권영찬. 지난 3월 결혼한 그가 부인 김영심씨와 함께 불미스런 사건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시련을 이기고 가정을 꾸리기까지의 사연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시련 딛고 가정 꾸려 남다른 행복 느끼는 개그맨 권영찬·김영심 부부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개그맨 권영찬(38)의 신혼집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개그맨인 남편보다 더 웃긴 아내 김영심씨(32)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서 집안 분위기를 이끌어가기 때문. 2002년 처음 만나 5년 열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척척 읽는다고 말한다.
“여러 사람과 어울린 자리에서 처음 만났어요. 보름달처럼 환하게 보이던 아내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웃음). 아내가 저를 보면서 ‘연예인’이라고 생각해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 같아 제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넸죠. 분위기가 무르익은 뒤에는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 탐색하기 시작했고요(웃음). 처음 본 남자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말하며 접근하는데도 여유 있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김영심씨는 그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도 번번이 만날 약속을 깨뜨렸다고 한다.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스튜어디스로 일했기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것. 권영찬은 네 번째 약속을 한 뒤에야 겨우 김씨와 첫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오빠가 대뜸 ‘가슴에 털 있는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좋다고 대답했더니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뒤 다리털을 보여주더라고요. 차마 가슴 털을 보일 순 없었는지…(웃음) ‘내 다리가 나쁘진 않죠?’라며 제 반응을 슬쩍 살피는데, 순수한 남자라는 느낌이 왔어요.”

시련 딛고 가정 꾸려 남다른 행복 느끼는 개그맨 권영찬·김영심 부부

자신보다 더 웃기는 김영심씨 덕분에 늘 활력을 얻는다는 권영찬. 그는 “아내는 내게 생명수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권영찬은 얼마 후 안면도에서 김씨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김씨에게 “안면도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사회를 보니 시간되면 꼭 오라”고 말한 뒤 김씨 몰래 자신의 가족들을 부른 것. 아무것도 모른 채 현장에 도착한 김씨는 아홉 명의 권영찬 가족에게 둘러싸였고, 그의 깜짝 고백을 받았다고 한다.
“좀 서두르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저도 결혼할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잘됐다, 이참에 인사드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긴장한 채 식사를 해서 그런지 결국 먹은 게 체해 고생했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죠. 얼마 후 서울에 올라오신 저희 부모님도 오빠를 보며 흡족해하셨어요. 애교가 많아 점수를 많이 땄죠.”

“처음에는 배신 당했다는 생각에 충격 컸지만 믿음으로 이겨냈어요”
당초 두 사람은 2005년 11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했는데 그해 6월 권영찬이 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체포되기 열흘 전, 그와 함께 술에 취해 호텔방에 투숙했던 여성이 신고한 것.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김씨는 권영찬으로부터 연락이 없어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보통 때 같으면 ‘비행하느라 고생 많았다’는 문자메시지가 올 텐데 오지 않았어요.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자 덜컥 겁이 났죠. 혹시 교통사고가 난 게 아닌가, 별별 불길한 생각을 다 하게 되더라고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리다가 오빠의 작은형님께 사건 내막을 전해듣고는 충격을 받았어요. 믿었던 애인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도 들고… 당시 무척 혼란스러웠죠.”
연일 권영찬과 관련한 기사가 보도되자 김씨는 고향에서 결혼 준비에 한창일 부모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남동생에게 먼저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이해를 구했고, 뒤이어 부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고. 하지만 혼사를 앞두고 민감한 사건이 터진 데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계속되자 김씨의 부모는 둘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권영찬의 결백을 믿는 김씨의 강력한 의지에 그의 부모도 마음을 돌렸고, 얼마 후 예정된 날짜에 식을 올리라고 말할 만큼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수의를 입고 고무신을 신은 오빠를 보는데 눈물이 쏟아졌어요. 구치소에서 한 달을 넘게 있었으니 기가 막혔죠.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믿어주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저라도 오빠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무죄 판결에 도움이 될 만한 증거를 찾기 시작했어요.”
권영찬의 가족은 김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헤어질 것을 수차례 권했다고 한다. 1심에서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 김씨는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와 교제할 때 주고받았던 편지를 읽었다고 한다. 김씨는 나약해진 권영찬이 헤어지자고 말할까봐 두려웠고 권영찬 역시 김씨가 자신을 떠날까봐 가슴을 졸였다고.
다행히 지난 1월에 열린 2심에서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잃었던 명예를 되찾았다.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 재판일이었어요. 1심과 같은 판결이 나올까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휴대전화 전원을 켰는데 ‘영심아, 그동안 고생했다. 사랑한다’는 문자가 와 있더라고요. 무거웠던 짐을 벗어버리는 순간… 눈물로 범벅된 채 ‘감사합니다’란 말만 되풀이했어요. 모두 지나간 과거의 일이니까 오빠가 툭툭 털고 일어나기만 바랄 뿐이에요.”

시련 딛고 가정 꾸려 남다른 행복 느끼는 개그맨 권영찬·김영심 부부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확신했다는 권영찬. 아직도 그때 일이 종종 꿈에 나타난다는 그는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키고, 자식으로서 불효를 저질러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상대방과 합의를 해서 사건을 빨리 마무리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성폭행한 개그맨’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더군요. 진실을 밝혀 훗날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열 차례나 계속된 공판에 가슴 졸였을 아내와 가족에게 이제 든든한 남편, 믿음직한 아들이 되는 일만 남았어요.”
92년 KBS 대학 개그콘테스트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방송에 데뷔한 권영찬은 개그 프로그램인 ‘폭소대작전’ ‘한바탕 웃음으로’ 등에 출연하면서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그는 청소년 영어교육 프로그램 MC로도 활동했다.
오지랖이 넓어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의 고민상담을 자주 해준다는 권영찬은 ‘큰언니’ ‘아줌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권영찬의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청소년의 진로상담 및 성상담을 맡기도 했다. “그때 했던 일에 아직도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는 다시 그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성상담을 했던 사람이 성폭행범으로 구속되니 여기저기서 항의전화가 빗발쳤죠. 저 스스로 성폭행은 씻을 수 없는 범죄라고 말해왔으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이 일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특히 ‘용기와 지혜가 있다면 언제라도 일어설 수 있다’며 늘 어깨를 토닥여주신 장인어른께 감사드려요.”

이제 든든한 가장, 떳떳한 아빠 모습 보이는 일만 남아
두 사람은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들은 물론 참석한 하객들마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1년 반 이상 기다려온 김씨를 위해 권영찬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반지를 껴줬다고. 침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웨딩사진을 쓰다듬던 그는 “아내는 내게 생명수 같은 존재”라면서 “업고 다니고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천생연분인 것 같아요. 제 성격은 털털하고 오빠 성격은 꼼꼼해 다툴 일이 거의 없어요. 기념일도 잊지 않고, 비행을 나갈 땐 제가 빠트린 물건까지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이에요(웃음). 가끔 사람들이 그때 일에 대해 묻곤 해요. 얼마나 힘들었냐면서 안쓰럽게 보시기도 하고요. 억울하고 답답한 점도 있지만 이제는 ‘권영찬 아내’라고 먼저 소개할 정도로 그 사건에 대해 편안해졌어요(웃음). 주위 분들이 대단한 사랑이라고 축하해주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을 뿐이죠.”
결혼 후 마음이 안정돼 살도 찌고 거칠었던 피부까지 고와졌다는 권영찬. KBS 오락 프로그램 ‘폭소클럽’을 통해 개그맨으로서 다시 활동할 계획이라는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술에 취해서라고는 하지만 여자와 호텔방에 같이 들어갔던 자신의 경솔함을 반성할 생각이라고 한다. 아이는 내년쯤 가질 생각이며 지금은 방송 복귀에 모든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요즘 두 사람은 못다 한 데이트를 하며 신혼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생활 곳곳에 있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산다는 권영찬·김영심 부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라도 함께라면 문제없다”며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씩씩해보였다.

여성동아 2007년 7월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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