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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름다운 소풍

올해 당선자 김비씨의 환영회를 겸한 여성동아 문우회 나들이 지상중계

글·송화선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7. 06. 22

화창한 날씨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들의 모임인 ‘여성동아 문우회’ 회원들이 나들이를 떠났다. 제39회 당선자 김비씨 환영식을 겸한 이날 행사를 지상중계한다.

올해 당선자 김비씨의 환영회를 겸한 여성동아 문우회 나들이 지상중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 모임인 ‘여성동아 문우회’ 봄나들이에 참석한 문인들의 즐거운 한 때(위). ‘은곡재’의 안주인 우애령씨(왼쪽)와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이수자 박재희씨.


충남 당진군 당진읍 은곡마을. ‘숨어 있는 계곡(隱谷)’이라는 이름처럼 평화롭고 인적 드문 이 마을이 외지인들로 북적였다. 이 마을 안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작가 우애령씨의 자택 ‘은곡재’에서 ‘여성동아 문우회’ 모임이 있어서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들의 모임인 ‘여성동아 문우회’는 해마다 봄이면 정기 모임을 갖고 우의를 다져왔다. 우씨가 그 장소로 자신의 집을 제공한 건 3년 전부터. 봄이면 사립 앞에 벚꽃이 피고, 집 뒤를 둘러선 대나무가 죽향을 내뿜는 이곳이 문우회원들의 소풍 장소로 안성맞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마침 모임이 있었던 4월25일은 눈부신 햇살과 산들바람이 은곡마을을 감싸 나들이 정취를 더했다.
노순자·조양희·신현수·한수경·권혜수·조혜경 등 ‘여성동아’ 출신 문인들마다 은곡마을 안으로 길게 뻗은 오솔길의 끝, 은곡재에 들어서면서 아름다운 풍광에 탄성을 질렀다. 유춘강씨는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이남희씨는 웬만한 아이보다 덩치가 큰 애견 ‘주니어’와 동행해 나들이 분위기를 한결 활기차게 했다.
이날 모임은 ‘플라스틱 여인’으로 제39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김비씨의 환영회를 겸한 자리. 여성동아 문우회 총무 최순희씨는 “신입생 환영회 때는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는 게 보통인데 우리는 그 해 당선자가 선배 문인들에게 ‘한턱’을 내는 게 전통(웃음)”이라며 “오늘은 김비씨가 선배들에게 처음 식사를 대접하고, 정식 회원으로 인정받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 때 결성된 여성동아 문인 모임, 이젠 가족 같은 사이
아닌게 아니라 은곡재 옆으로 펼쳐진 짙푸른 풀밭 위에는 김씨가 준비한 야외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바비큐판과 맥주, 와인, 간단한 식사까지 마련된 테이블 분위기는 웬만한 가든파티 못지않은데, 딱딱한 격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네 명의 아이들과 ‘주니어’가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동안 작가들은 식사를 하거나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함께 쑥을 뜯으며 천진한 소녀들처럼 소풍을 즐겼다. 우애령씨의 남편으로, 지난 80년대 말 이곳 농가를 사들여 작업실 겸 사색공간으로 꾸며온 엄정식 서강대 교수도 ‘명예회원’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트랜스젠더 작가로 여성동아 문우회 사상 최초의 ‘법적 남성’ 회원인 김비씨는 “사실 여기에 오기 전까진 선생님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실지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처음 뵌 분들도 먼저 손 내밀며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편안하게 환영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71년 ‘난파선’으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작가 윤명혜씨는 김씨에게 ‘여성동아 문우회’의 유래에 대해 소개했다. 여성동아 문우회가 처음 결성된 건 지난 75년. 당시 정권의 탄압으로 동아일보 광고면이 백지로 발행되는 ‘광고탄압 사태’가 일어난 게 계기기 됐다고 한다.
“그전에는 당선자들끼리 교류가 거의 없었는데, 어느 날 70년 당선자인 박완서 선생이 전화를 하셨어요. 동아일보가 어려운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그래서 같이 다른 당선자들을 수소문해 다 같이 모인 거죠. 우리 이름으로 동아일보에 지지하는 광고를 싣고, 그 이후로 쭉 인연을 이어온 거예요.”
그렇게 흐른 시간이 어느새 30년. 해마다 봄이면 당선자 축하연을 열고, 종종 경기도 구리의 박완서 선생 자택에서 모이며 친목을 다지고 있는 문우회 회원들의 우의는 문단 안팎에서 유명하다.
이날 나들이는 지난 89년 ‘춤추는 가얏고’로 당선된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이수자 박재희씨가 단소를 불고, 그에게 가야금을 배운 우애령씨가 가야금을 연주하며 한결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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