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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내 남자의 女子’ 릴레이 인터뷰 | 빛나는 조연

10여 년 만에 드라마 복귀, 강한 캐릭터의 시아버지 역으로 눈길 끄는 최정훈

기획·구가인 기자 / 글·박경아‘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06.18 11:29:00

괴팍한 성격에 치매로 인해 때로 정신이 왔다갔다 하지만 착한 며느리에게 거금의 용돈을 건네는 속 깊은 구석도 있는 시아버지 홍 회장. 개성 강한 캐릭터의 홍 회장 역을 맡은 최정훈은 ‘내 남자의 여자’를 통해 10여 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해 눈길을 끌고 있다.
10여 년 만에 드라마 복귀, 강한 캐릭터의 시아버지 역으로 눈길 끄는 최정훈

불륜남 김상중의 아버지 ‘홍 회장’은 완고함과 괴팍함을 지니고 있는 데다 치매로 인해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홍 회장’ 역의 탤런트 최정훈(67). 오랜만에 방송에 복귀한 그는 주연급 후배 연기자들과 조화를 이루며 드라마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TV 드라마 출연이 12, 13년 만입니다. 모처럼 젊은 후배들과 연기를 한다는 기쁨에 흔쾌히 출연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동안 개인사업을 하면서 방송활동을 쉬기는 했지만 연기를 아주 접은 것은 아니었다. ‘여로’ ‘아씨’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악극무대에는 종종 서왔다고 한다.
“악극은 보기보다 무척 힘듭니다. 연습도 연습이지만 한번 공연이 시작되면 지방공연까지 보통 6개월 가량 계속해야 하거든요. 제 나이 체력으로는 만만한 일이 아니죠.”
최정훈은 몇 년 전부터 고혈압과 당뇨를 앓아 한때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지금도 꾸준히 약을 먹고 있는 상태.
방송드라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출연을 결정했지만 촬영 초기,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SBS 탄현스튜디오에 와보니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서 처음 와본 곳처럼 낯설었어요. 게다가 새로운 후배들이 많아졌고요. 예전에 작품을 같이했던 김수현 작가나 정을영 PD, 서우림 같은 몇몇 연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무척 서먹서먹했어요.”
하지만 병상에서 일어나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노장의 투혼에 그를 둘러싼 사람들 모두 마음을 써주었다. 그의 촬영신은 남들보다 일찍 끝나도록 스케줄을 잡아줬다고. 그러나 그에겐 건강보다도 홍 회장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말 방영된 ‘누나’의 오현경이나 얼마 전 끝난 ‘고맙습니다’의 신구, ‘나쁜여자 착한여자’의 김용림 등 최근 드라마에 ‘치매노인’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차별화가 필요했던 것.
“어떤 치매노인을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본을 받아보고는 ‘역시 김수현 작가야’ 했습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나도 막상 치매노인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대본을 읽어보니 세세한 감정까지 아주 기가 막히게 묘사했더군요.”

“치매 연기를 어떻게 할지 막막했는데, 대본을 받아보고 난 뒤 ‘역시 김수현이다’ 했어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최정훈은 지난 61년 KBS 공채 1기, 좀 더 정확히 KBS 전신인 남산 중앙방송국 첫 공채 출신. 우리나라에 탤런트란 직업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한다. 자신을 ‘KBS 공채 1기’가 아닌 “KBS 공채 본기 출신”이라고 칭하는 데서 ‘대한민국 탤런트 1기’로서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최정훈과 같은 탤런트 1세대 가운데는 정혜선·강부자·박주아·여운계 등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지금의 꽃미남 배우들처럼 그도 한때는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일주일에 6편까지 방영되던 시기가 있었다.
“거지부터 왕까지 안 해본 배역이 없어요. 격투신이나 승마장면 같은 것도 대역을 쓰지 않고 했죠. 당시에는 드라마 촬영 여건도 지금과 달라서 전쟁 장면을 찍다가 6·25 때 불발돼 남아 있던 실제 폭발물이 터져 거의 죽을 뻔한 적도 있어요.”
이렇듯 연기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이지만 최근 ‘내 남자의…’에 출연하게 되면서 연기자로서의 보람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탤런트들은 TV에 얼굴이 나오지 않으면 금방 잊힙니다. 더구나 10년은 긴 세월이죠. 이번 드라마에 출연한 이후 많은 격려전화를 받았습니다. 길을 지나다보면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홍 회장님’하며 반가이 맞아주고요. 젊은 시절 인기와는 또 다른, 가슴 따뜻한 기분을 느낍니다.”
드라마에서는 아들을 두었지만 사실 최정훈은 딸 셋을 둔 딸부자에다 손자 없이 손녀만 다섯인 ‘꽃밭’에서 산다. 올여름에는 아내와 딸 부부 세 쌍, 손녀들까지 모두 함께 사이판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40여 년간 내 곁을 지켜준 아내를 비롯해 가족 모두 저의 드라마 복귀를 기뻐해줍니다. 가족의 사랑과 많은 주변 분들의 격려에 힘이 납니다.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연기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여성동아 2007년 6월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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