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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랑은 on-air

세 살 연하 MBC 라디오 엔지니어와 결혼한 개그우먼 김미진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김미진 제공

2007. 05. 18

지난 3월 MBC 라디오국 엔지니어 이진혁씨와 결혼한 개그우먼 김미진. 2005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출연자와 엔지니어로 만나 1년여간 사랑을 싹틔워온 이 커플은 요즘 깨소금 같은 신혼생활을 만끽하며 몇 개월 후 태어날 2세를 기다리고 있다.

세 살 연하 MBC 라디오 엔지니어와 결혼한 개그우먼 김미진

지난 3월 결혼한 김미진·이진혁 커플은 지난 2005년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났다.


김미진(33)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여의도 MBC 7층 라디오국. 남편 이진혁씨(30)의 일터인 이곳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2005년 가을에 만났어요. 예전부터 MBC 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2005년 중순쯤 남편이 이 프로그램의 엔지니어로 왔죠. 저보다 어리고 신입사원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웃지도 않아 불손하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러다 좀 친해지기 시작하니까 시비를 걸더라고요. 남자는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가장 유치한 접근방법이 시비 거는 거잖아요(웃음). 계속 약 올리고 장난치고….”
세 살 연상의 ‘누나’ 김미진에게 ‘시비걸기’로 관심을 표하기 시작한 이진혁씨는 당시 2004년 11월 MBC에 라디오 엔지니어로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김미진도 180cm가 넘는 큰 키에 호남형인 이 경상도 남자에게 내심 호감을 갖고 있었기에 그의 ‘시비’가 싫지 않았다고. 그러던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죽사건’이었다.
“당시에 마포에서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몸이 많이 약해졌어요. 한번은 장염으로 먹지도 못하고 힘들어하면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가 스튜디오로 죽을 사왔어요. 그때 정말 고마우면서 누나가 아닌 여자로서 느껴지더라고요(웃음).”
“혼자 사느라 제때 못 챙겨 먹는 데다, 신입사원이라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계속 마르는 게 눈에 걸렸어요. 마침 다른 분이 편찮으셔서 죽을 사는 김에 (남편에게도) 죽을 사다 줬는데 그 뒤에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쌀국수 먹고, 커피 마시고… 그게 첫 데이트였던 거죠. 2005년 겨울 일이에요.”

방송국 주변에서 데이트 중 MBC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들켜
몰래 데이트를 했지만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은 드러나게 마련. 가장 먼저 방송사 직원들이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눈치 채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두 사람 잘 어울린다’면서 프로그램의 PD와 작가가 우리 두 사람을 엮어주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사귀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피곤해지니까 비밀로 했죠. 하지만 주로 데이트를 MBC 근처에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MBC 직원들이 지나다니다 저희 모습을 보게 되잖아요. 남편을 알고 있는 MBC 기술부에서 가장 먼저 소문이 났죠. 얼마 안 있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DJ인 최양락 선배님도 ‘너 어른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 진혁이랑 사귀는 거 맞지?’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말하니 ‘일하라고 했더니 연애질이나 한다’면서 웃으셨죠.”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트를 했기에 1년 반을 사귀었어도 5년 사귄 것 못지않게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 사이 위기는 없었을까.

세 살 연하 MBC 라디오 엔지니어와 결혼한 개그우먼 김미진

임신 초기에도 신혼여행으로 배낭여행을 감행한 이 커플은 올가을 출산을 앞두고 있다.


“처음 사귈 당시 미진씨가 연예인이라는 데 적응하는 게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직업을 이해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적응기간이 필요하더군요.”
“많은 연인이 그렇듯 저희도 헤어지네 마네 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죠. 그런데 제가 만남을 포기하려 했을 때 이 친구(남편)가 놔주질 않더라고요. 어떤 갈등에 놓이면 지치니까 관계를 포기하게 되고,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한쪽 역시 자존심 때문에 붙잡지 않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해병대 정신 때문인지 쉽게 포기하지 않았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한 면이 있었죠.”

임신 5개월째… 아이의 태명은 ‘이센치’
사귀는 내내 이진혁씨로부터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결혼식을 올리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김미진은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그랬던 이들이 급작스럽게 결혼을 하게 된 것은 김미진의 임신소식이었다. 현재 김미진은 임신 5개월째다.
“결정적 계기는 속도위반이었죠. 저희가 계산을 잘못했어요. 뭔가 이상해서 테스터로 확인해보니까 임신이더라고요. 남편에게 ‘어떻게 해’ 하니까 바로 ‘뭘 어떻게 해, 결혼해야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결혼 준비에 들어갔죠. 다행히 양가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왜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이럴 때 울고불고 하는 분위기잖아요. 걱정하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어떤 반대도 없이 다 잘 진행됐어요. 심지어 저희 시어머니는 제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일사천리로 결혼식을 준비한 뒤, 지난 3월3일 결혼한 이 커플은 이어 신혼여행으로 일주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임신 초기에 배낭여행이 힘들진 않았을까.
“동남아 여행은 많이 가봤고, 남편의 경우 신혼여행 아니면 장기휴가 내기가 어려우니까 큰 맘먹고 유럽배낭여행을 갔죠. 대개 말리는 분위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 같아요. 다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한테는 혼났어요. 다행히 엄마가 무심한 것에 비해 아이가 건강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배 속에서부터 좋은 것 많이 봤으니 태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미진은 인터뷰 하루 전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로 아이의 모습을 보고 왔다면서 벅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감동이었어요. 결혼 전 임신을 안 후 잠시 고민했던 게 아기에게 미안하더라고요. 저희는 한 2cm쯤 됐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태명을 ‘센치’라고 지어 불렀거든요. 남편 성이 이씨니까 ‘이센치’(웃음). 그런데 15cm 가까이 돼요. 머리가 3분의 1 크기고, 모든 부위가 다 있어요. 꼼지락대느라 가만있질 않는다는데, 아이가 저 닮았나봐요. 제가 그렇게 혼자서 꼼지락대며 움직이는 걸 잘하거든요.”
“사실 아직도 잘 믿겨지지가 않아요. 제가 아기를 좋아하는데 곧 아빠가 된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부담이 크지만 정말 기쁩니다. 아내에게 감사하고요. 아내 닮아서 아주 귀엽고 예쁘면 좋겠어요(웃음).”
“여전히 연애하는 기분으로 산다”는 이진혁씨는 남편에게 헌신적인 아내 김미진 덕에 “요즘 너무 게을러져서 큰일”이라는 엄살 아닌 엄살을 늘어놓았다.
“‘(아내가) 밥은 해주냐?’ ‘살림은 할 줄 아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제 아내는 여자로서의 매력은 기본이고, 배우자로서도 훌륭한 여자입니다. ‘너무 남편밖에 몰라서 큰일’이라고 대답하고 싶을 정도로요(웃음). 결혼한 뒤 항상 같이 얘기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김미진은 인터뷰 중간중간 남편 이진혁씨를 ‘친구’라고 칭했다. 실제로 그는 결혼을 통해 ‘세상에 더없이 좋은 친구’를 얻은 기분이라고 한다.
“저도, 남편도 결혼해서 더 좋아졌어요. 특히 남편은 아침에 밥 차려주면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하대요(웃음). 결혼을 하면서 서로 더 친한 친구가 된 거 같아요. 진짜 친한, 아주 오래된 친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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