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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대한민국’ 최고령 퀴즈 영웅 권오식 이순자 부부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동주‘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5.18 11:18:00

지난 4월 초 방영된 KBS ‘퀴즈 대한민국’에서 예순두 살 퀴즈 영웅이 탄생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젊은 사람들도 감탄할 만큼 뛰어난 기억력을 지녀 화제를 모은 권오식씨와 그의 아내 이순자씨를 만나 두뇌건강법과 남다른 부부 사랑에 대해 들었다.
‘퀴즈 대한민국’ 최고령 퀴즈 영웅 권오식 이순자 부부

꾸준한 독서와 운동을 남다른 기억력의 비결로 꼽은 ‘퀴즈 영웅’ 권오식씨.


“방송 출연 전날 남편에게 ‘자꾸 나가라고 했던 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나이 들어서 아내 등쌀에 밀려 전국적으로 망신당할까봐 잠도 못 잤죠. 그런데 정작 남편은 온 동네에 자기가 TV 출연한다고 자랑하는 거예요. 저 사람이 대체 뭘 믿고 저러나 싶었죠(웃음).”
지난 4월8일 KBS ‘퀴즈 대한민국’에서 사상 최고령 퀴즈 영웅에 등극한 권오식씨(62) 뒤에는 그를 ‘영웅’으로 만든 아내 이순자씨(61)가 있다. 방송 출연이 싫다는 남편 등을 떠밀어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이가 바로 이씨. 평소 퀴즈를 좋아하는 그는 무엇을 물어도 척척 알아맞히는 ‘머리 좋은’ 남편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었다고 한다.
권씨의 어린 시절 별명은 ‘퀴리 부인’. 한 번 들은 건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진 그를 보고 친구들이 붙여준 것이라고 한다. 평생 샐러리맨으로 일하다 지난 99년 신성대학 기획실장을 끝으로 퇴직한 그는 한 달 만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 이 별명을 증명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일산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했던 그는 일반인들이 최소한 1년은 작정하고 준비해 치르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한 달 만에 붙은 비결을 묻자 “책을 본 게 잊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남들은 속 뒤집는 소리 한다고 타박하겠지만, 정말 매일 학원 가서 밥 먹고 졸기만 하다 왔어요. 나이도 많은 데다 수업시간에 늘 잠만 자니 같이 공부했던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제가 시험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시험지를 보니, 한 번 들었던 내용들이 다 기억나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치른 1차 시험에서 권씨는 당당히 합격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두고 ‘집에서 밤새워 공부하고 학원에 와 졸았구먼’ 하며 뒷말을 하기도 했지만 뭐라 변명할 말도 없던 권씨는 내친김에 한 주 뒤에 있는 2차 시험에도 응시했다. 2차 시험은 총 여섯 과목을 치르는 형식인데, 그는 남은 일주일 동안 하루에 책 한 권씩을 떼며 공부했다고. 2차 시험 결과도 합격이었다. 그는 현재 공인중개사 외에도 투자상담사, 경매사 등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모두 그렇게 단기간 동안 공부해 획득한 것이라고 한다.
아내 이씨가 남편에게 ‘퀴즈 대한민국’ 출연을 권한 건 그의 이 같은 재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특히 상식과 잡학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권씨는 이씨가 퀴즈 프로그램을 볼 때면 늘 옆에 앉아 출연자들도 모르는 정답을 다 맞히곤 했다고 한다. 남편이 TV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기만 하면 반드시 1등을 할 것이라고 믿은 이씨는 권씨가 공인중개사를 그만둔 뒤부터 ‘내 소원이니 딱 한 번만 나가달라’고 통사정했다고.
“처음에는 무조건 싫다고만 하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둘이 같이 ‘퀴즈 대한민국’을 봤는데, 최종 단계에서 ‘맹그로브(아열대나 열대의 해변이나 하구의 습지에서 자라는 관목이나 교목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대한 문제가 나왔어요. 출연자가 정답을 말하기도 전에 남편이 먼저 답을 맞히더니, 제게 내기를 걸더군요. ‘아마 문제가 어려워 저 사람은 답을 모를 거다, 만약 저 사람이 정답을 맞히면 당신 소원대로 저 프로그램에 나가겠다’고요. 그런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그 출연자가 정답을 맞힌 거예요(웃음). 덕분에 저는 소원을 이루게 됐죠.”

기억력 좋은 남편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부인이 출연 권유
‘퀴즈 대한민국’ 최고령 퀴즈 영웅 권오식 이순자 부부

권씨는 지난 3월 이씨와 함께 인터넷으로 출연을 신청했고, 부부는 나란히 손잡고 방송국에 가 예심을 치렀다고 한다. 결과는 두 사람 모두 합격이었다. 하지만 방송국 규정상 한 프로그램에 부부를 출연시키기는 어렵다는 말에 이씨는 “아는 것이 훨씬 많은 남편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남편 실력이 저보다 훨씬 뛰어나거든요(웃음). 아마 제가 나갔다면 영웅이 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특히 3라운드에 출제된 도형 문제를 남편이 맞히는 걸 보곤 저도 모르게 같이 응원하러 간 친구들에게 ‘우리 남편 미쳤나봐!’라고 했죠. 퀴즈를 잘 푸는 건 알았지만, 정말 그렇게 모르는 게 없을 줄은 몰랐거든요(웃음).”
녹화가 끝난 뒤 권씨와 3라운드에서 대결한 주부는 이씨에게 다가와 “남편분이 정말 공부를 많이 하셨나보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하지만 권씨는 이번에도 오래 준비하지 않았다고. 출연 신청을 한 뒤 나흘 동안 상식책 한 권을 본 게 실질적인 준비의 전부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퀴즈 영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평소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꾸준히 해온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제가 30년 동안 바둑에 빠져 살았거든요. 지금도 하루의 대부분을 기원에서 보낼 정도로 바둑을 좋아해요. 바둑을 두면 한 가지에 집중하는 태도가 길러져 집중력이 높아지고 머리가 맑아지죠. 또 평소 역사 드라마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다큐멘터리 채널을 즐겨 보고, 신문을 1면부터 마지막 장까지 꼼꼼히 전부 읽어온 것도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의 남다른 기억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보통사람들은 시험문제를 보고 “이 문제를 어디서 보긴 봤는데 정작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는 데 반해 그는 “이 문제를 어디서 봤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데 답은 이것 같다”고 말하는 특이한 기억력의 소유자라고 한다. “사소한 것 하나를 봐도 내 나름대로 요약 정리해 가장 중요한 정답만을 확실히 저장해두는 습관 덕분인 것 같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그가 젊은 사람도 부러워할 만한 비상한 기억력을 유지하는 비법은 규칙적인 운동. 권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아내나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오른다고 한다. 또 아침마다 스포츠 센터를 찾아 운동하고,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려 노력한다고.
“퇴직 후 남편이 자신감을 잃을까 걱정했는데 ‘퀴즈 영웅’이 돼 정말 기뻐요. 처음에는 탈락하면 아버지가 기 죽을까봐 걱정하던 딸 수현(36)이와 아들 문현(35)이도 남편을 무척 자랑스러워해요. 젊은 자신들보다 더 휼륭하다고요. 저도 남편이 자랑스럽습니다.”
환한 미소로 권씨를 바라보는 이씨의 말에 권씨는 “아내에게 상다리 휘어지게 근사한 환갑 잔칫상을 차려주고 싶어 방송에 출연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내와 둘이 세상 구경 다니고 책도 보며 건강하게 살겠다”고 화답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기원에 가겠다며 집을 나서는 권씨의 뒷모습에서 이팔청춘 못지않은 활력과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여성동아 2007년 5월 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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