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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와 5년째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개그우먼 이성미 ‘현지 생활 생생 인터뷰’

기획·김명희 기자 / 글·안소희‘자유기고가’ / 사진·이성미 제공

입력 2007.05.18 10:03:00

2002년 아이 셋과 함께 캐나다 유학길에 오른 개그우먼 이성미. 그가 이번에 캐나다 이민자와 유학생을 돕는 독특한 사업을 시작해 화제다. 유학 5년차에 접어들어 엄마로, 사업가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그가 생생하게 들려준 캐나다 현지 생활 이야기.
세 아이와 5년째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개그우먼 이성미 ‘현지 생활 생생 인터뷰’

“잘살고 있어요.”
2002년 9월 모든 활동을 정리하고 홀연히 캐나다로 떠나 화제가 됐던 이성미(48). 캐나다 생활 5년차에 접어든 그의 근황이 궁금해 전화를 걸자 그는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로 반갑게 맞았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요. 매일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온전히 아이들 엄마로 살고 있어요. 세간에서는 조기유학에 대해 곱지 않게 보고, 개인사가 얽힌 도피성 유학이라는 등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저는 이곳에서 정말 열심히 잘~ 살고 있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 교회에 다녀오고 6시부터 아이들 도시락 준비에, 아침 준비, 등교 준비를 마치면 8시. 유학 갈 당시 어린이였지만 이제는 어엿한 청소년으로 훌쩍 자란 큰아들 은기(18)는 알아서 학교로 향하고 은비(11)와 은별이(6)는 직접 차로 등교를 시킨다. 다시 집에 도착하면 9시, 한숨 돌린 다음 집안일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자기 시간을 좀 갖고 점심식사 후 방송국으로 향한다. 지난 1월부터 캐나다 밴쿠버 라디오 한인방송에서 매일 2시간씩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일 하면서 전업주부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어요. 아무리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즐겁다 해도 쌓이는 스트레스가 왜 없겠어요? 저처럼 수다 떨기 좋아하는 사람이 허물없는 오랜 친구들은 모두 곁에 없으니 더 힘들었지요. 하지만 요즘엔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속을 확 풀어버리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요.”
방송일이 끝나면 그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진다.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하고, 욕심 많은 은비는 발레·수영·암벽등반 등 과외활동을 할 곳으로 태워다줘야 하기 때문. 아이들 운전수 노릇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뒷정리를 하다 보면 저녁 9시가 훌쩍 넘는다.
“바쁘게 살긴 하지만 매일 일과가 거의 변함없이 안정적이죠. 한국에서는 밤도 낮처럼 환하지만 이곳은 낮은 낮이고 밤은 밤이에요. 한국에서는 새벽 5시에 집에 들어가 아이들 자는 모습을 보고 잠이 들 때도 많았어요. 아등바등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오늘 하루도 정신없이 보냈지만 아이들이랑 이불 속에서 키득거리며 장난을 치다 잠이 들 때면 ‘이런 게 사는 거지’ 싶은 마음에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맑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 가족 중심적 분위기가 캐나다 생활의 장점
세 아이와 5년째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개그우먼 이성미 ‘현지 생활 생생 인터뷰’

유학 생활 5년 동안 부쩍 큰 딸 은별이, 은비와 함께한 이성미.


그가 유학을 결심한 건 아들 은기의 뜻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은기는 조기유학을 떠났던 친구들과 교류하며 자신도 유학을 가고 싶어 했다고. 넉넉한 형편이 아니던 그는 처음엔 아들의 유학을 반대했다.
“은기가 수재도 아니고 조기유학을 보낼 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 화부터 냈어요. 그랬더니 은기가 ‘한국에선 놀고 싶을 때 놀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는 게 안 된단 말이야!’라며 방문을 꽝 닫고 나가더라고요. 은기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충격이었지만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대학을 나와야 대접받는 세상이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병 중이던 친정아버지의 병간호로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그는 비교적 안전하고 학비가 저렴한 캐나다를 선택, 은기 혼자 유학을 보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 살자’는 생각으로 여섯 살이던 은비, 갓난아기 은별이를 데리고 캐나다행 비행기에 올랐다. 남편은 갑자기 낯선 땅에 가서 할 일도 없고, 아이들에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남아 있겠다고 했다.
캐나다에 가서 보니 은기는 벌써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고 한다. 태권도·테니스 등 운동에 두루 재능이 있었던 덕에 현지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진 은기는 이제 골프선수로 진로를 결정한 상태. 은비와 은별이도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일단 제가 한국에서처럼 바쁘게 살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좋아해요. 게다가 ‘놀아라’, ‘놀아라’ 하니까 얼마나 좋겠어요. 한번은 은비가 말을 안 듣기에 ‘이렇게 할 거면 한국에 돌아가자’고 혼을 냈더니 무척 무서워하더라고요. 어린 마음에도 ‘입시’라는 게 막연히 무섭게 느껴졌나봐요. 어릴 때부터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아이들도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어요.”
캐나다 생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꼽는다면 개성을 인정하고 자율과 여유를 가르치는 교육,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가족 중심의 사회분위기라고 한다. 특히 각자의 개성을 찾아 살리는 것이 모두가 ‘공부’만을 잘해야 하는 한국의 교육과 달라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공부로 대한민국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워놓으면 제가 어디 앞에 있는 사람들 얼굴 구경이나 했겠어요? 저~ 뒤에서 살았겠지요. 제가 성공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제 일을 즐기고 열심히 해서 지금의 이성미가 됐잖아요. 저도 공부하기를 싫어했고 또 잘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아이들한테 공부를 강요하겠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공부보다는 인사 잘하는 아이로 키우자, 경쟁력을 갖추기보다는 사람다운 면모를 가진 아이로 키우자고 마음먹었죠. 물론 한국에서도 그렇게 키울 수 있겠지만 제가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곳, 좀 더 쉽게 아이들을 나의 바람대로 키울 수 있는 일종의 ‘편법’을 택한 셈이에요.”
물론 처음부터 캐나다 생활의 모든 면에 만족한 것은 아니다. 그는 “까다로운 내 성격에 캐나다 생활의 흠을 잡자면 3박4일을 떠들어도 부족할 것”이라며 웃었다.
“시간이 나면 책도 읽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리란 것은 환상에 불과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없어진 지 오래인 도시락 싸랴, 아이들 운전수 노릇하랴, 거기다 영어까지 익혀야 하니 그야말로 하루가 빠듯해요. 아이들에게 얽매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느 날 돌아보니 ‘나’가 없는 거예요. 전업주부들의 허탈하고 외로운 마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그런 마음이 드니까 걷잡을 수 없이 짜증이 늘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아이들한테 제일 먼저 그 영향이 전해졌죠. 안 되겠다 싶어서 저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게 됐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짜증 줄이고 아이들과의 시간 소중히 여겨
세 아이와 5년째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개그우먼 이성미 ‘현지 생활 생생 인터뷰’

남편은 1년에 두 번 이상은 캐나다로 와서 1주일 이상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돌아갈 땐 거의 파김치가 될 만큼 쉴 틈 없이 아이들과 놀아준다고 한다.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시간을 쪼개서 잠시라도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와 집안일로 힘들 때는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일이나 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대신 ‘그래도 깨끗하게 치우니까 기분 좋잖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짜증을 자주 내는 것 같으면 빨리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자 은비는 엄마가 화를 내면 ‘엄마 빨간불이야, 빨간불!’ 하며 경고음을 울려준다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나니 아이들과 제가 인생에서 다시없을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곳에서 좀 더 머물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일을 찾게 됐죠. 거기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싶었어요. 이왕 시작한 일, 제대로 한번 해볼 생각이에요.”
그가 시작한 일은 다름 아닌 ‘랜딩 서비스’. ‘랜딩서비스’ 사업이란 관광객 및 유학생, 이민자를 대상으로 캐나다 도착일부터 체류기간 동안 각종 편의를 도모하는 패키지 서비스다. 현지 교민 10여 명과 오픈캐나다(www.opencanada.co.kr)라는 회사를 설립한 그는 캐나다를 찾아온 한국인이 믿고 의지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가 몸으로 겪었던 5년 동안의 유학생활이 밑거름이 된 것은 물론이다.
“유학 5년차가 되니까 매사가 안정적이긴 한데 새로운 문제들에 부딪혀요. 은비와 은별이가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을 느끼고 배울 기회가 없어서 걱정이죠. 또 아이들에게 아빠의 빈자리도 점점 크게 느껴지는 것 같고요. 남편은 1년에 두 번 이상은 캐나다로 와서 1주일 이상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돌아갈 땐 거의 파김치가 되죠(웃음).”
그의 남편은 캐나다에 도착하면 잠시도 쉴 틈 없이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고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러 다닌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이 고맙기도 하다고.
“제 경우는 아이들 교육문제에 있어 한국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까지 왔지만 ‘한국이냐 캐나다냐’보다 중요한 건 엄마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주위에 아이 유학을 따라온 엄마들이 ‘모든 걸 포기하고 너 하나를 위해서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너는 왜 내 기대에 못 미치느냐’고 아이를 몰아세우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엄마가 일방적인 희생만 한다면 행복할 수 없잖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은 캐나다 생활에 만족하며 당분간은 국내에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다부지게 말하는 이성미. 캐나다가 아닌 어느 땅에서라도 도전과 모험을 쉬지 않았을 그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7년 5월 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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