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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일하는 여성의 모습 생동감 있게 그린 ‘다림질하는 여인’

2007. 03. 28

일하는 여성의 모습 생동감 있게 그린 ‘다림질하는 여인’

에드가 드가, 다림질하는 여인, 1869년경, 캔버스에 유채, 92.5×74cm, 뮌헨, 노이에피나코테크


우아한 발레리나를 그려 유명해졌지만 드가는 일상의 노동에 치여 사는 가난한 여성들도 외면하지 않고 그렸습니다. 14점씩이나 그린 다림질하는 여인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예전에도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여성들은 돈을 벌기가 어려웠습니다. 남의 빨래를 해주는 일이 그나마 적은 돈이라도 만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림 속의 여성도 그런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여인은 세탁물을 다림질하다가 불현듯 고개를 들어 화가를 바라보고 있네요. 시선을 돌리던 중에 화가와 눈이 마주친 거지요. 화가가 자신을 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넉넉하지 못하니까요.
여인의 팔 부분에 선이 여러 차례 그어진 걸 보면 지금 바삐 일하는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드가는 그림을 말끔하게 다듬지 않고 스케치한 선을 살려 흘러가는 시간의 느낌을 나타냈습니다. 이렇게 바쁜 여인은 화가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곧 고개를 돌려 자신의 일에 다시 집중할 겁니다. 그 찰나의 이미지가 워낙 잘 살아나 있어 그림에 생기가 넘칩니다. 후텁지근한 실내에서 일하느라 옷을 대충 걸치고 화장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여인.
이처럼 일상에 충실한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순간순간을 충실히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보람된 삶을 사는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보통 그림은 정지된 장면을 보여줍니다.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지요.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드가의 그림처럼, 팔이나 다리 등을 겹쳐 그려 순간적인 움직임의 느낌을 준다든지 한 화면 안에 같은 사람을 여러 번 등장시켜 이야기의 전개를 나타냄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표현합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미술서 집필과 강연, 아트 경영 및 마케팅에 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러시아 미술관 탐방기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소개서 ‘이주헌 아저씨의 날아다니는 미술관 여행’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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