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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긍정의 힘

새 봄, 마음 챙기기

글·이문재(시인) / 사진·REX

2007. 03. 15

새 봄, 마음 챙기기

습관이 바로 그 사람이다. 적극적인 사람은 걸음걸이부터 다르다.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사람은 말투에서도 드러난다. 습관, 즉 버릇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저절로 몸에 밴 것과 힘들여 길들인 것. 그런데 저절로 몸에 밴 버릇과 인위적으로 습득한 버릇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자는 대개 나쁜 습관이고 후자는 대부분 좋은 습관이다.
일상적 삶이란 고정관념과 버릇이 이끌어가는 삶이다. 어제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어제와 같은 일을 하고, 늘 만나던 사람을 만난다. 늘 오가는 길. 늘 먹는 음식. 늘 듣는 음악. 늘 같은 생각.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다. 이런 삶을 안정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고여 있는 삶, 아니 죽은 삶이다. 깨어 있는 삶은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삶이다. 고정관념과 습관이 꿰차고 있는 주인 자리를 되찾는 것이 깨어 있는 삶의 첫걸음이다.
마음을 챙기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매순간, 나를 관찰하고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라는 단순한 가르침이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무슨 생각을 하는가. 잠을 잘 잔 사람, 그러니까 전날을 잘 보낸 사람은 기지개를 켜며, 창문으로 비쳐드는 햇살을 고마워할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간밤에 악몽을 꾸었거나, 피곤에 지쳐 겨우 눈을 떴다면 방안에 있는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아직 어제인 것이다.
마음 챙기기는 어렵지 않다. 커피를 마실 때는 커피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의 온도, 설탕이나 크림의 함량, 커피 잔, 향기, 색깔, 피어오르는 김 등 하나하나 관찰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관찰하며 속으로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 ‘향기가 참 좋다’ ‘조금 달다’ ‘물이 좀 식었구나’. 음식을 들 때,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틱낫한 스님이 권유하는 버릇이 있다. 잠들기 전에 자신의 온몸에게 감사하라는 것이다. 두 발에게는 오늘 하루도 나를 걷게 해줘서 고맙다고, 두 눈은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게 해줘서, 코는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게 해줘서, 손은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만질 수 있게 해줘서… 이렇게 하다 보면, 하루가 얼마나 크고,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모른다. 온 종일 마음을 챙긴 사람이라면, 잠자리에 누워 자신의 몸과 나누는 이야기가 훨씬 구체적이고 풍부할 것이다. 이런 하루가 깨어 있는 사람의 하루다. 진정 살아 있는 사람의 하루다.
어제와 다른 나, 어제보다 새로운 오늘을 꿈꾸는 사람은 나쁜 습관과 싸우는 사람이다. 작은 버릇 하나를 고칠 수 있다면 나를 완전히, 그리고 온전하게 바꿀 수 있다.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치자. 그러면 그 전날 한 시간 일찍 잠들어야 한다. 한 시간을 앞당기려면, 저녁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저녁 약속을 오후나 점심시간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 전체가 달라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글라서는 ‘긍정적 중독’을 제안한다.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부정적 중독 말고, 긍정적 중독이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나 등산, 명상 등을 어느 수준까지 지속하다 보면 ‘중독’ 현상이 일어난다. 달리기에 빠진 사람들은 며칠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 달리기를 해야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긍정적 중독을 경험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글라서에 의하면, 누가 칭찬하거나 인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것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혼자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고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몰입하라고 권한다.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나 자신에게 건네는 혼잣말이 있다. ‘사랑하라, 어제보다 조금 더 사랑하라’. ‘사랑하라’는 얼마든지 다른, 구체적인 메시지로 바꿀 수 있다. 대화하라, 어제보다 조금 더. 웃어라, 어제보다 조금 더. 새봄을 맞아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면, 가령 파워 워킹을 하기로 했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걸어라, 어제보다 조금 더 걸어라’. 그리하여 어제보다 열 걸음이라도 더 걸었다면, 당신은 어제보다 그만큼 어제와 달라진 것이다. 당신이 새로워진 것이다.
이문재 시인은요…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등이 있고 ‘이문재산문집’ 등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희대와 경희사이버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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