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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가슴 따뜻한 스타

‘제 2의 전성기’ 맞은 김형자 인생 풀 고백

글·송화선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7.02.20 15:04:00

항상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탤런트 김형자. 그가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힘들었던 지난 세월, 갑작스런 언니의 죽음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삶에 대한 깨달음에 대해 털어놓았다.
‘제 2의 전성기’ 맞은 김형자 인생 풀 고백

최근 김형자(57)에게는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동시에 생겼다. 여운계 김을동 등 중견 배우들과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마파도2’가 화제를 모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은 기쁜 일. 이 영화의 인기로 인해 그는 요즘 드라마와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TV에서 늘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마음속에는 가슴 무너지는 슬픔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 살 터울의 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함께 자랐고, 어른이 된 뒤에도 늘 가장 가까운 벗이던 언니의 죽음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충격과 아픔을 줬다.
“바로 그 전날 우리집에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거든요. 집에 돌아간 뒤 ‘잘 왔으니 푹 자라’는 전화도 했고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방송 촬영을 하는 도중 갑자기 ‘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은 거예요. 뇌출혈이었죠.”
언니는 그렇게 쓰러진 뒤 눈 한 번 떠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고 한다. 31세와 29세의 남매만 남겨둔 채였다. 형부는 이미 13년 전 고인이 됐기 때문에 김형자와 조카들의 아픔은 더 컸다고.
“정말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힘들었지만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방송에서는 계속 웃어야 했어요. 일을 할 때는 거기에 집중하니까 마음속 슬픔을 얼마간 잊을 수 있었죠. 그런데 얼마 전 한 방송사의 친구 찾기 프로그램에서 만난 중학교 때 친구가 저를 보자마자 ‘형선언니는 잘 있지?’ 하는 거예요. 언니와 어릴 때부터 죽 같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친구들도 다 우리 언니를 알았던 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비수에 찔린 것처럼 아파서 그대로 눈물을 흘릴 뻔했어요.”
김형자는 5녀1남 가운데 넷째 딸.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와 언니들에게 의지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셋째 언니가 각별한 것은, 김형자가 두 번의 이혼으로 힘겹던 시절 언제나 든든한 힘이 돼줬기 때문이다.
“자매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이 있잖아요. 긴 말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믿음 같은 거요. 언니가 제게 바로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불쑥 세상을 떠나고 나니, 이제는 누구와 그런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상실감 때문에 더 힘든 것 같아요.”
이야기를 이어가는 김형자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젊은 시절 겪은 두 번의 이혼, 살아보지도 못하고 세상 뜬 자식은 아직도 가슴에 상처로 남아
‘제 2의 전성기’ 맞은 김형자 인생 풀 고백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던 김형자의 젊은시절 사진.


사실 김형자의 지난 삶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70년 TBC 공채 10기 탤런트로 데뷔한 뒤 청순한 외모와 큰 키, 육감적인 몸매로 인기를 모은 그는 대종상 신인상·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며 연예인으로서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가정적인 불행이 그를 괴롭혔다. 김형자는 78년 배우 출신 남편과 결혼했다가 8년 만에 헤어졌고, 이후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했다. 첫 이혼 당시 세간에는 두 사람의 결별 원인이 김형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아 그를 더 힘들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둘 사이에는 아이가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배속에서 채 나오기도 전에 생명줄을 놓았고, 다른 한 명 역시 낳자마자 숨을 거뒀다고. 김형자는 그 시절을 되새기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금껏 한 번도 얘기를 못했네요. 세상에다 대고 ‘아니에요. 아이를 낳았는데 죽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아이에 대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너졌죠. 살아 있다면 지금 서른 가까이 됐을 텐데…. 이제 와 말하면 뭐하겠어요. 사실 아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첫 번째 결혼은 참 불행했어요.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 애썼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왔죠. 그런데 아이까지 잘못되자 왜 내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어요.”
김형자는 그때 사랑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로움과 새로운 삶을 향한 꿈에 그는 다시 흔들렸고, 한 번 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네 살 연하인 그의 두 번째 남편 역시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는 동안 남편의 경제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져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두 번째 이혼을 결심한 뒤 남편이 진 빚을 다 갚아주고 집과 살림살이까지 마련해주며 ‘쿨하게’ 헤어졌다. 그런데 남편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지 한 달 만에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렸다고.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놀라기는 했죠. 하지만 화가 나거나 밉지는 않았어요. 아마 그 사람은 전생에 제 아들이었던 거 같아요. 함께 사는 동안 제가 늘 모든 뒷바라지를 해야 했고, 이혼할 때조차 침대, 가전제품과 화장실의 대야 하나까지 일일이 골라 사 보낼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제 손을 탄 새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도 ‘그래, 잘됐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아이도 낳고 잘 산대요.”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두 번의 이혼이 김형자에게 남긴 상처는 커보였다. 특히 간절히 바라던 자식을 갖지 못한 건 지금도 종종 그를 쓸쓸하게 한다고. 아이를 유달리 좋아하는 그는 결혼 전부터 조카들을 돌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큰언니가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는 귀하고 소중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하지만 두 번의 사랑에 실패하면서, 그는 자신의 아이를 낳고 돌보는 행복을 포기하고 말았다.
“솔직히 남자라면 이제 징글징글해요. 사랑, 아유, 그걸 왜 또 하나요(웃음). 다시 누군가를 만나면 과거의 상처와 아픔이 되살아날 것 같아서, 이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섭기까지 하죠. 하지만 자식을 번듯하게 키워놓고 자랑스러워하는 제 또래 사람을 볼 때면 한 번 더 눈길이 가요. ‘우리 아이도 자랐다면 저렇게 컸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하고요.”
그는 4년여 전부터 시추 수컷 강아지 ‘똘똘이’와 요크셔 테리어 암컷 강아지 ‘나라’, 1남 1녀를 키우며 자식에게 주지 못했던 살뜰한 정을 쏟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김형자의 집에는 두 마리 개를 위한 놀이방이 따로 갖춰져 있을 정도. 이혼한 뒤 늘 혼자 침대에 누웠던 그에게, 밤만 되면 침대 위로 쪼르르 올라와 양 옆을 차지하고 눕는 개들의 재롱은 큰 힘이 돼준다고.

‘제 2의 전성기’ 맞은 김형자 인생 풀 고백

최근 기쁜 일과 슬픈 일을 잇달아 겪으면서 새삼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형자.


“저를 늘 사랑해주던 언니가 가족이라는 큰 선물을 주고 떠나갔어요”
하지만 그런 동생을 언니는 늘 안쓰러워하고 걱정했다고 한다. 집에도 자주 찾아오고, 조카들과도 만나게 하며 김형자가 적적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 애를 썼다고.
“그래서일까요. 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영정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제는 내가 언니를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카들을 내 자식처럼 돌보겠다는 결심이 선 거죠. 큰 조카는 결혼을 했지만, 막내는 아직 장가도 들지 않은 ‘아이’거든요. 나이가 찼고 번듯한 직장도 있지만, 아직은 부모의 사랑이 필요할 때죠. 언니 사진을 보며 ‘언니, 아무 걱정 마. 이제 내가 아이들 엄마가 될게’라고 말했어요.”
그는 장례를 마친 뒤 두 조카에게 “이제는 이모를 엄마라고 생각하고 지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엄마를 잃은 충격을 가누지 못하던 조카들은 이모의 마음씀에 크게 고마워했다고. 그래서 김형자는 이제 딸 아들과, 사위, 두 손녀까지 둔 ‘할머니’가 됐다.
“말로만 ‘엄마처럼 하겠다’고 한 건 아니에요. 일을 다 치르고 나서 바로 우리집 옆에 아파트를 하나 구했죠. 큰 조카 가족이랑 막내가 다 들어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좀 큰 평수를 샀어요. 지금 집 단장을 새로 하고 있고, 1월 말에 아이들이 이사를 들어갈 겁니다.”
그는 아이들과 모여 살기로 결정한 뒤 언니 사진을 보며 “언니, 좋지?”라고 말을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언니를 위해 아이들을 돌보는 게 아니라, 언니가 나를 위해 가족을 준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참 신기한 게, 저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늘 무언가를 주면 그보다 더 큰 것을 받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마다, 이건 저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서로 어울려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죠.”
김형자가 다른 이들에게 늘 베풀 수 있는 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적지 않은 재산을 불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78년 결혼하며 반포의 34평형 아파트를 3천2백만원에 구입했던 그는 매년 한 번씩 이사를 하며 시세차익을 거둔 끝에 84년 방배동에 있는 74평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고. 당시 이 아파트의 시세는 1억3천만원. 6년 만에 종자돈을 4배로 불린 셈이다.

“81년 아는 사람에게 5백만원을 빌려줬는데, 갚을 돈이 없다며 충남 서산에 있는 3천 평짜리 땅문서를 갖고 왔더라고요. 그 사람이 중국과의 무역 요지이며 시가 1천만원은 족히 넘는 좋은 땅이라기에 3백만원을 더 주고 그걸 받았죠. 그런데 막상 내려가보니 바닷가 바로 옆 자갈밭인 거예요. 기껏해야 30만원밖에 안 할 땅을 8백만원이나 주고 샀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지만, 그 사람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생각하며 그냥 묻어뒀어요.”
그런데 땅문서가 장롱 속에 들어가 있은 지 5년이 지난 86년 여름, 갑자기 그에게 부동산업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산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되면서 김형자의 땅이 공장단지 안에 포함된 것이다. 그에게는 매수가의 12배인 1억원의 거금이 들어왔다.
“당시 강남의 65평 아파트가 1억1천만원하던 때였거든요. 사기는 당했지만 마음을 착하게 쓰니 이렇게 복이 찾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85년 경기도 부천 중동에 1천3백만원을 투자해 땅을 사뒀다가 89년 1억원에 되팔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부천에 1만 세대 이상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값이 크게 뛴 덕분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제가 돈이 참 많은 거 같네요. 그런데 지금 제게 남아있는 건 사실 별로 없어요. 그냥 제가 필요한 만큼만 있죠. 들어온 만큼 나간 것도 많았거든요.”
김형자는 돈을 불리는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몇 차례 큰 돈을 떼이기도 하고, 두 번 이혼하면서 재산이 분할되는 등 손해를 본 적도 많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 그릇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손해를 봤다 싶으면 다시 다른 걸로 채워지고, 넘칠 것 같으면 손해가 생기더라고요. 그것이 제게 큰 욕심을 내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김형자는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거둘 때마다 형제들에게 오피스텔을 한 채씩 선물했다고 한다. 최근 조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마련해준 것처럼, 필요한 순간 필요한 도움을 준 것이다. 자신의 그릇이 넘는 만큼을 주위에 퍼주기 시작하자, 마음도 삶도 한결 행복해졌다.
“이제 저는 아무 욕심이 없어요. 언니가 그렇게 가는 걸 보며 한 번 더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새로운 것을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제게 있는 것을 잘 가꾸고 싶습니다. 큰 고통을 겪고 제게 온 두 조카를 자식처럼 돌보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연기하며 살 거예요.”
요즘 기쁜 일과 슬픈 일을 잇달아 겪으며 새삼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김형자.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참 많더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 그가 새로운 가족과 함께 더 행복하기를, 그리고 지금 느끼는 소중한 행복을 오래오래 지켜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성동아 2007년 2월 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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