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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웃음건강법

자살 기도하던 우울증 환자에서 웃음치료사로 새 삶 찾은 김충현

“직접 체험한 웃음의 힘 & 웃는 얼굴 만드는 스트레칭”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7. 02. 15

지독한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기도했던 한 젊은이가 우연히 ‘웃음 치료’를 만난 뒤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현재 ‘웃음전도사’로 변신,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전해주고 있는 김충현씨를 만나 그가 직접 체험한 웃음의 힘과 힘들 때 웃을 수 있는 비결을 공개한다.

자살 기도하던 우울증 환자에서 웃음치료사로 새 삶 찾은 김충현

‘웃으면 복이 온다’지만 웃을 일이 별로 없는 게 세상살이다. 집안에 되는 일이 없어서 한숨만 나온다는 사람들, 내가 사는 동네만 빼고 다 오른 아파트 값을 보면서 눈물짓는 사람들,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한심해 웃을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그럴수록 더 웃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웃음치료사 김충현씨(33)다.
“웃을 일이 있을 때만 웃는 게 아니라, 억지로 노력해서라도 웃어야 한다”고 말하는 김씨는 아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웃음치료 강의를 하고 있는 웃음 전문가. 그는 기업체, 공공기관, 병원 등에도 자주 강연을 나간다. 늘 웃고 다니며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전파하는 그의 얼굴에선 어두운 그늘을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한때 지독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원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남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데다 완벽주의 성향까지 겹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급기야는 전남 목포에서 대학원에 다니며 조교로 일하던 4년 전, 자살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당시 저는 식구들과의 불화 때문에 집을 나와 연구실 구석에 간이침대를 놓고 살고 있었어요. 일거리가 많으면 복잡한 생각이 덜 들 것 같아 학교 행정업무에 공부, 성당 활동까지 일을 많이 벌여놓았죠. 그런데 그럴수록 마음의 병은 자꾸 깊어만 가더라고요. 밀려있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고,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 계속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모두 퇴근하고 텅 빈 연구실에 남아 있다가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죽어버리면 이 모든 괴로움을 끝내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한 걸음만 내딛자’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도저히 그 한 걸음을 떼지 못했다.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죽을 용기조차 없는 저에 대해 또 한 번 분노했어요.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살았죠. 어느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1분 30초에 한 명씩, 하루에 9백60명이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가운데 32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하더군요.”
졸업 후 취직을 위해 서울에 올라온 뒤에도 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적당한 직장을 찾지 못해 성격에 맞지 않는 보험 영업을 시작하면서 우울증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잠을 청하기 위해 매일 저녁 술을 마시는 생활을 계속하다, 그는 결국 3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제 평생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그 아픔이 새로운 기회를 줬죠. 백수로 있으면서 자격증이라도 따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웃음 치료사’ 자격증에 대해 알게 됐거든요.”
그는 1박2일 동안 웃음치료 강사 연수과정에 들어갔고, 이 경험이 자신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연수기간 내내 웃어야 하는 강사 교육을 받으며, 몸과 마음이 밝고 가벼워지는 ‘웃음의 힘’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1박2일이라고 하니 짧게 느껴지지만 그동안 내내 웃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보통사람이 80세까지 살아도 평생 웃는 시간을 더하면 며칠이 안 된다고 하거든요. 특히 평소에 웃을 일이 없던 저 같은 사람에게는 웃으라는 주문이 참 어렵게 느껴졌죠. 처음엔 억지로 ‘용을 쓰며’ 웃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웃어도 기분이 달라지데요. 그러면서 몸까지 점점 가벼워지더라고요.”

자살 기도하던 우울증 환자에서 웃음치료사로 새 삶 찾은 김충현

아무리 힘들어도 일단 웃으면 행복이 따라온다고 말하는 김충현씨.


그래서 늘 우울 속에 빠져 살던 그는 웃음치료사가 됐다. 몇 번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그는 삶의 재미와 보람을 새삼 느끼고 “평생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그 뒤 그는 병원, 장애인 보호시설 등 우울하고 슬픈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면 무조건 ‘일단 웃으라’고 말한다. 그러면 꼭 “억지로 웃는 게 무슨 소용 있느냐, 웃고 싶지 않은데 웃으라고 강요하니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고.
“그러면 전 이렇게 얘기해요. 팔에 상처가 나서 피가 뚝뚝 흐른다고 생각해보라고요. ‘그래, 피가 나가는구나’ 하며 가만히 계시겠어요? 아니면 억지로라도 막아 지혈을 시키시겠어요. 억지로 웃는 게 바로 그런 겁니다. 기운이 빠질 때면 억지로라도 웃어서 기를 살려줘야 하는 거예요.”
김씨는 몸에 좋은 보약을 열심히 챙겨 먹는 정성으로 마음의 보약인 웃음을 부지런히 충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을 감고 지금 손에 아주 신 과일을 들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다음 그 과일을 정말 한 입 크게 깨무는 시늉을 해봅니다. 분명 입 안에서 침이 고여 나옵니다. 우리 뇌는 거짓말에도 진짜처럼 반응하거든요.”
마찬가지로 즐거운 얼굴 표정, 웃는 얼굴을 짓기 위해 안면 근육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뇌는 몸에 좋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고 한다.
“진짜 웃음이든 가짜 웃음이든 일단 웃음보가 자극을 받으면 우리 몸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겪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든 가짜든 생리적 효과는 비슷하다는 거지요.”
그래서 웃음치료 강의에서 전달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다. 웃음은 기쁘고 좋은 일들의 결과가 아니라 그런 일들을 불러오는 원인이고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웃는 게 아니라 웃는 사람이 행복한 겁니다”
“박장대소나 요절복통하게 되면 우리 몸의 6백50개 근육과 얼굴 근육 80개, 2백6개의 뼈가 동시에 움직여요. 마치 에어로빅을 5분 동안 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죠. 호르몬 작용은 더 대단합니다. 사람의 뇌는 한 번 크게 웃을 때 엔도르핀을 포함해 쾌감을 높이는 호르몬을 쏟아내거든요. 그 가운데 엔케팔린이라는 호르몬은 진통제로 많이 쓰이는 모르핀보다 수백 배 강한 통증 경감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어요. 손뼉을 치며 크게 박장대소하면 값으로 따져 최하 2백만원어치의 엔도르핀, 엔케팔린, 도파민이 온몸에 퍼진다고 합니다.”
건강과 웃음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이미 여러 의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고 한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의과대학장인 로이진 박사는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살면 수명이 6년 늘어난다는 내용의 논문을 냈다고. 일본 오사카대학원에서는 웃음이 암을 치료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우리 피 속에는 백혈구의 일종인 NK(Natural Killer·자연살해)세포가 있는데, 이것은 암세포를 직접 찾아내 파괴하는 대표적인 면역세포라고 한다. 이 NK세포의 수와 기능이 떨어지면 암에 걸리는데, 호쾌하게 웃으면 NK세포의 움직임이 활성화된다고.
웃는 얼굴 만드는 근육 스트레칭
웃으면 얼굴 근육 80개 가운데 최소 15개 이상의 근육이 움직인다. 평소 잘 웃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이 근육을 사용하면 통증이 올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웃음 근육을 사용해 인상을 변하게 하려면 평소 얼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 입을 벌리며 동시에 머리를 뒤로 젖힌다. 머리를 원래대로 돌릴 때 입꼬리를 강하게 옆으로 끌어당겨 5초간 정지했다 돌아온다. 이를 10회 이상 반복.
▼ 젓가락을 앞니로 비뚤어지지 않게 물고 양 입꼬리를 위로 올리고 30초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한다.
▼ 눈을 크게 뜬 채 시선을 아래로 향한다.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움직여 5초간 그대로 있는다. 눈동자를 천천히 좌우로 회전시킨다. 이 동작을 조금씩 속도를 빨리 하며 5회 이상 반복.
▼ 입 안에 공기를 가득 들이마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다. 머금은 공기를 천천히 내뱉는다. 이를 5회 이상 반복한다. 다시 입 안 가득 공기를 마셔 볼을 부풀린 후 공기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시킨다. 이 동작을 10회 이상 반복.
▼ 입을 가볍게 닫고 손으로 입가를 귀쪽으로 살짝 끌어올린다. 치아가 보이고 자연스런 웃음처럼 보이도록 입가를 끌어올리는 동작을 5회 반복한다.


자살 기도하던 우울증 환자에서 웃음치료사로 새 삶 찾은 김충현

김충현씨는 과거의 자신처럼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웃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김씨는 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웃음치료 강연을 자주 나간다며, 그중 인상적이었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자격증 딴 뒤 가장 먼저 자원봉사 간 곳이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돼 움직이지도, 웃지도 못하는 분들이 계신 곳이었어요. 제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쇼를 하니까 나중에는 다들 조금씩이라도 웃으시는데 딱 한 분이 끝까지 안 웃으셨어요.”
그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그 마지막 한 명까지 웃게 만들었다고 한다. 워낙 병이 중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끝까지 안 웃던 그 사람은 환자가 아니라 병 수발하는 가족이었다고. 마음이 슬프고 지친 상태에 있는 사람은 몸의 질병을 앓는 사람보다 더 심각한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을 보며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는 명약, 웃음의 필요성과 위대함을 새삼 절감했다고 한다.
“죽을 뻔했다 웃음 하나로 살아나서 새 인생을 살고 있는 지금, 내가 할 일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웃음의 크고 위대한 힘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김씨는, 혹시 지금 참을 수 없는 우울함으로 인생을 포기하려 하는 이가 있다면 주저 없이 자신(flcsh@hanmail.net)에게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초강력 웃음 백신을 들고 행복을 전파하러 달려가겠다는 것이다.
김충현이 전하는 ‘웃음 십계명’
웃음의 힘을 믿어라
‘웃음이 나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며 내 병을 고쳐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웃어라.



억지로라도 웃어라
억지로 웃어도 90% 만큼 효과가 있다. 억지로 웃더라도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이 올라가며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크게 웃어라
자신감을 갖고 크게 웃어라. 몸에 더욱 강한 힘을 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같이 웃어라
혼자 웃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웃으면 30배가 넘는 효과가 있다. 웃음은 전염된다. 화, 스트레스도 전염된다. 화를 퍼뜨리지 말고 웃음을 퍼뜨리는 사람이 되자.

나부터 웃어라
나부터 웃으면 우리 가족이 웃고, 가족이 웃으면 이웃이 웃는다.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웃어라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때, 기분 좋은 모습 등을 생각하면서 웃으면 웃음이 훨씬 자연스럽게 나온다.

좋은 말을 하면서 웃어라
말에도 힘이 있다. 긍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온다.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하면서 웃으면 웃음의 효과가 배가 된다.

마음까지 웃어라
내 마음까지 웃어야 진정한 웃음이다. 마음까지 웃기의 핵심은 바로 자부심이다. 자기 자신의 장점, 칭찬거리를 확신한다면 그것이 바로 웃음의 시작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웃어라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져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힘들 때 웃어라
힘들 때 웃을 수 있어야 웃음의 참 맛을 알 수 있다. 죽을 것처럼 힘이 들 때 죽을 것처럼 웃어서 위기극복의 큰 힘을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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