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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외로운 나그네의 모습을 담은 ‘잠자는 집시’

입력 2006.11.10 18:13:00

외로운 나그네의 모습을 담은 ‘잠자는 집시’

루소, 잠자는 집시, 1897, 캔버스에 유채, 129.5×200.7cm, 뉴욕 근대 미술관


혼자서 잠을 자려면 무서울 때가 있지요? 왠지 도깨비라도 나올 것 같아 엄마와 아빠의 잠자리로 숨어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나그네는 텅 빈 사막에서 아무 걱정 없이 혼자 잠을 자네요. 옆에 악기가 있는 걸로 보아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게 분명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다가 잠이 든 걸까요?
그렇게 잠든 집시 곁에 지금 웬 짐승이 한 마리 다가서 있네요. 바로 동물의 왕 사자입니다. 사자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니 등골이 오싹합니다. 그래도 나그네는 쿨쿨 잠만 자네요. 배짱이 좋은 걸까요, 감각이 무딘 걸까요?
어쩌면 이 사자는 실제 사자가 아니라, 집시의 꿈속에 나타난 사자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화가는 잠자는 집시와 집시의 꿈 장면을 동시에 그려넣은 셈이 됩니다. 사자가 꿈에 나타난 거라면 일단 집시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므로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꿈이라도 사자가 나타났으니 집시는 지금 무서움에 떨겠지요?
사람은 외롭고 고독하면 무서운 꿈을 잘 꾸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엄마 아빠에게 혼나거나 하면 서럽고 외로운 마음이 들어 잠 잘 때 무서운 꿈을 꾸지 않나요? 그런 점에서 저 집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가까운 친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 사자가 더 이상 무섭기만 한 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집시의 살가운 친구가 돼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일요화가라고 부릅니다. 주중에는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 그림을 그리기 어렵지만 주말에는 야외 스케치를 나가는 등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지요. 루소도 일요화가 출신입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 어린이 그림같이 미숙해 보이지만 순수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주어 지금껏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앙리 루소(1844~1910)
프랑스에서 가난한 함석공의 아들로 태어나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파리 세관의 세관원으로 일하며 짬 날 때마다 열심히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열대 지방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파리 식물원과 동물원을 돌아보며 가장 열대다운 열대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기술적으로는 떨어지지만 그만큼 순수한 표현으로 소박파의 대가로 꼽힙니다. 나이브 아트(naive art)로도 불리는 소박파 미술은 특정한 유파를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로 19세기~20세기에 걸쳐 어느 특정한 유파에 속하지 않고 마치 어린이나 원시인이 그린 듯 순수하고 소박하며 단순하게 그린 그림들을 일컬어 소박파 미술이라 부릅니다. 루소 외에 보샹, 루이스 등이 소박파 화가로 유명합니다.


여성동아 2006년 11월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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