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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아빠들의 ‘실제 가정생활 & 촬영 뒷얘기’

이경규, 김구라, 이광기가 솔직하게 들려준~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KBS 제공

입력 2006.09.21 15:46:00

아빠 노릇은 쉽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아빠를 최고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던 시대는 지났고, 이젠 경제적 능력에 덧붙여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은 늘었다. 세상의 많은 보통 아빠들을 대표해 KBS ‘그랑프리쇼 여러분’ ‘불량아빠클럽’에 출연 중인 이경규, 김구라, 이광기가 모여 ‘대한민국에서 아빠로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불량아빠들의 ‘실제 가정생활 & 촬영 뒷얘기’

이경규 아빠 생활 13년 차. 초등학교 6학년생 딸 예림을 두고 있다. 딸 학교 참관수업이나 바자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아이에 대한 관심을 놓치 않고 있지만 간섭을 안 하는 ‘방목형 아빠’.

김구라 아빠 생활 9년 차.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동현을 두고 있다. 아이에게 허심탄회하게 살아가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다보니, 아이가 만나는 사람마다 집 평수와 수입 정도에 관심을 갖는 등 경제관념이 남달라졌다고 한다.

이광기 아빠 생활 8년 차.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연지와 세 살배기 아들 석규가 있다. 딸과 쇼핑을 다니고 영화를 보는 등 최대한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몸이 피곤하면 일이 일찍 끝나도 집 대신 헬스장이나 사우나를 찾게 된다고.

얼마 전 일본에서 발표된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 아버지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2.8시간으로 조사 대상 6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고 한다. 아이 교육에 아빠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아이와 함께 시간을 갖기엔 한국의 아빠들은 지나치게 바쁘다. 그 때문에 KBS ‘그랑프리쇼 여러분’ ‘불량아빠클럽’이 인기를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아빠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불량아빠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한다. ‘불량아빠클럽’ 녹화를 위해 모인 이경규(46), 이광기(37), 김구라(36)를 만나 가정에서의 실제 아빠 생활과 ‘불량아빠클럽’ 촬영 중 에피소드 등을 들었다. ‘불량 아빠클럽’에서 주축이 되는 세 사람. 가장 먼저 자신들도 스스로를 불량아빠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경규 저는 ‘방목’ 스타일이에요. 크게 터치는 안 해요. 하지만 저는 ‘방목’과 ‘방치’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목은 멀리 말뚝을 박아놓은 뒤 풀어놓는 거고, 방치는 말뚝도 없이 내팽개치는 거죠. 근데 제가 봤을 때는, 이런 교육 스타일이 김구라씨랑 저랑 비슷한 거 같아요.
김구라 제가 생각해도 저랑 이경규 선배랑 비슷한 점이 있는 거 같아요. 대한민국 아빠들이 대개 그렇듯 무뚝뚝하지만 그렇다고 아이하고 아내한테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일단 열심히는 살아요. 불량아빠냐 좋은아빠냐 하는 평가는 제가 아닌 주변 사람들이나 식구들이 내리는 거지만, 저 스스로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광기 저도 제가 좋은 아빠라고 생각해요. 친구 같은 아빠랄까… 첫딸 연지를 낳았을 때 감격에 겨워 울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얘를 안고 잘 살아야겠다’ 다짐했죠. 지금 그때 다짐한 것의 70~80퍼센트는 하고 있으니까 그만하면 좋은 아빠 아닐까요? 물론 저희 집사람은 겨우 30분 놀아주고 생색낸다면서 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 저도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 가끔씩 일찍 끝나도 집에 들어가기 무서울 때가 있어요. 쉬고 싶어서 누워 있으면 아이들이 가만 놔두질 않거든요.
김구라 이광기씨네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둘인데다 막내가 어리니까 그럴 거예요. 전 그런 건 없어요. 제가 집에 가면 아내하고 아이가 피해주는 편이고, 어떨 땐 ‘당신 피곤하니까 쉬어’ 하면서 자기들끼리 밖에 나가요. 그럼 좀 소외된 느낌도 들고, 시원섭섭하죠(웃음).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저녁 스케줄이 없을 경우 일찍 들어가는데, 아이랑 함께 있지만 따로 따로 제 할일을 해요. 아이는 놀러 가거나 혼자 게임하는데, 제가 귀찮다보니 잘 놀아주진 못해요. 한번은 며칠간 배드민턴도 같이 치고 잘 놀아주었더니 아이도 저를 기다리더라고요. ‘아빠 언제 오냐’고 문자도 보내고. 근데 그렇게 계속 놀아주는 게 쉽지 않아요. 아이한텐 좀 미안하죠.



불량아빠들의 ‘실제 가정생활 & 촬영 뒷얘기’

KBS ‘그랑프리쇼 여러분’ ‘불량아빠클럽’ 녹화현장 모습.


이경규 저는 아이에게 ‘어떤 아빠다’ 이렇게 말할 수 없어요. 그냥 아빠가 있다는 사실에, 아빠의 존재만으로도 만족해라 그러죠(웃음). 그리고 제 경우엔 아이가 저 못지않게 바빠요. 저 역시 집에 가는 시간이 대중 없죠. 일찍 들어가는 날은 오후 5시나 6시, 늦을 땐 새벽에 들어갈 때도 많고. 방학 때를 제외하곤 거의 집에서 스쳐가면서 대화를 나눠요. 그런데 이젠 다 커서 딱히 놀아주거나 보살핌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이가 알아서 해요. 사춘기가 됐어요. 어릴 때는 개그맨들에게 사인을 받아오라고 하더니, 얼마 전엔 이준기 사인을 받아오라는 거예요. ‘누구 사인?’ 그러니까, ‘이준기’. 하…(웃음) 옛날에 저한테 와서 아이가 갖고 싶어한다면서 사인해달라고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안 해줄 수가 없어요. 마침 이윤석씨가 연예 프로그램 리포터로 (이준기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부탁했죠. 그런데 이제는 밥 먹게 해달래. 이준기랑(일동 폭소). 내가 그걸 어떻게 해줘. ‘야, 그건 정말 어렵다. 이준기가 너무 바쁘다’ 그랬죠.
김구라 ‘불량아빠클럽’을 하다보니까, 사실 아빠들이 열심히 사는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받쳐주지 않는 것 같아요. 아빠도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 있고, 도와주고 싶은데 엄마랑 아이들이 워낙 가까우니까 끼어들 자리도 없고(웃음). 일하고 돌아와서 힘든데, ‘옆집 아빠는 아이랑 캠핑도 다니고 그런다’ 이렇게 비교하잖아요. 그러면 또 ‘뭐 내가 일 안 하고 노냐’ 이렇게 성질을 내게 되고. 우리 프로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다 같이 하니까 아빠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 같아요.
이광기 절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것 같아요. 저는 아이와 영화도 보고 쇼핑도 다니고 최대한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하다못해 아이가 고집을 부리고 말을 안 들을 때도 아이를 교육적으로 타이르려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저도 피곤하고 귀찮으니까 의도치 않게 막 소리를 지를 때가 있어요. 이런 것들을 이 프로에 나와 이야기하다보면 모든 아빠가 공감하겠구나 싶죠.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어도 일에 치여 피곤한 아빠, 다른 아빠들과 비교할 때 가장 화나
‘불량아빠클럽’에서는 출연자들의 실제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광기의 딸 연지양과 김구라의 아들 동현군은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했으며, 이경규의 딸 예림양은 얼마 전 개인 홈피에 올린 사진이 인터넷에 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의 가족은 자신들의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경규 안 그래도 인터넷에 ‘제2의 국민 여동생’이라면서 사진이 올랐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야, 너 국녀다, 국녀’ 하고 놀렸죠. 근데 하지 말래요. 자기 국녀 아니라고(웃음). 사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부담스러웠고. 길거리를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본대요. 그래서 ‘어떻게 해’ 물었더니 ‘몰라’ 그러더라고요. 아이가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아빠가 알려진 사람이니까. 프로그램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가족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에피소드가 꽤 있는데, 이광기씨는 얼마 전 아내가 술 먹고 실수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해서 아내한테 많이 혼났을거야(웃음).
이광기 아이는 보통 그 시간에 자니까 상관없는데, 제 아내는 좀 불편할 수 있죠. 재밌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해요. 그래서 요즘은 자제하는 편이에요(웃음).
김구라 저 같은 경우는 동현이가 ‘부자유친’이라는 코너에 출연했는데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텔레비전에 나왔다고 달라진 건 없어요. 거기 출연한 뒤 출연료로 백화점 상품권을 5장 주더라고요. 첫 출연료라고 한 장은 할머니, 한 장은 외할머니, 외숙모가 자기에게 잘해주니까 한 장… 뭐 이런 식으로 선심 쓰듯 나눠줬어요. 근데 얘는 자기가 계속 출연할 줄 알았나봐요. 처음엔 안 하겠다고 하더니, 다음에 출연료를 받으면 형도 주고, 또 다른 사람도 주고 그러기로 했는데 이젠 왜 안 하냐고 묻더라고요(웃음).

불량아빠들의 ‘실제 가정생활 & 촬영 뒷얘기’

‘불량아빠클럽’ 출연, 아빠로서 반성할 계기가 돼
허심탄회하게 질문에 답해준 세 사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바람은 있지만 막상 아빠 노릇하는 건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과연 좋은 아빠란 뭘까. 마지막으로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아빠의 조건과 ‘불량아빠클럽’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물었다.
이광기 아이들의 생각에 눈높이를 맞춰주는 것, 단답식이 아니라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그런 것들이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 같아요. 제 경우 ‘불량아빠클럽’에 출연해서 아직까지 크게 변한 건 없어요. 하지만 마음속으론 자꾸 변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쉽게 이야기하고 쉽게 반응했는데, 이제는 여기서 배운대로 한번 더 생각해서 답하고요.
김구라 좋은 아빠는 경제적인 것도 뒷받침해주고, 정신적·육체적인 것도 다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불량아빠클럽’ 출연 전 제가 아빠로서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도 기본적인 것은 하니까 한 70점은 된다고 생각하지만(웃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옛날의 나와 비교를 하다보니 예전에 비해 돈도 많이 벌고, 우리 아버지와 비교할 때도 우리 아버지는 이랬는데 난 이렇게 잘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게스트들에 비하니까 제가 제일 불량아빠 같아요. 게다가 예제로 나오는 행동이나 말투 중에서 평상시 제가 잘하는 것들이 잘못된 것, 오답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조금 반성했죠.
이경규 사실 좋은 아빠가 뭔지 애매해요. 저는 ‘불량아빠클럽’하면서 특히 내가 아이와 대화를 많이 안 했다는 걸 느꼈어요. 전 그냥 가끔씩 아이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끄고 도망가고 그러면서 장난치는 게 전부였거든요. 공부 같은 건 잘 묻지도 않았고. 그래서 요즘은 말을 많이 걸어요. 하지만 아빠가 자식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 관심을 갖고 있거든요. ‘불량아빠클럽’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남자들이 참 좋아해요. 통쾌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불량아빠클럽’ 원종제 PD 인터뷰
“누구나 여건만 허락되면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불량아빠들의 ‘실제 가정생활 & 촬영 뒷얘기’
‘그랑프리쇼 여러분’ ‘불량아빠클럽’을 만든 원종제 PD(36). 그 역시 여섯 살 이란성 쌍둥이 종호와 종원의 아빠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바쁜 생활 속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돼주지 못해 늘 미안해하다 ‘불량아빠클럽’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한번은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놀다가 말싸움이 붙었대요. 아이들 특유의 경쟁심리 있잖아요. 상대 아이가 ‘우리 아빠는 대따대따 늦게 온다’라면서 자랑하니까 우리 큰아이가 ‘야, 우리 아빠는 아예 안 들어와’ 이런 거예요(웃음).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사실 아이들에게 제가 그렇게 비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더라고요.”
자신이야말로 대표적인 ‘불량아빠’라고 말하는 그는 아빠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실천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든 아빠가 비슷한 처지일 거라고 말한다.
“저도 아내에게 무지 세뇌당했어요. 아빠가 함께 놀아준 아이들이 행동발달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부터 동화책도 목소리 톤이 낮은 아빠가 읽어줘야 아이가 더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낀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죠. 그런데 그게 쉽지 않잖아요. 제일 듣기 싫은 게 ‘누구 아빠는 뭐 해줬다더라’ ‘누구 아빠가 아이들에게 참 잘한다’ 그런 이야기예요. 그럼 끝에 그래요. ‘그럼 그놈이랑 살지~’(웃음).”
매회 바뀌는 초대 게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그날 방송의 분위기도 달라진다고 한다. 이상벽이나 이홍렬 같은 나이 많은 아빠가 나올 때는 고정 출연자들이 경청하는 분위기라면, 또래 초보아빠가 등장할 때는 타 출연자들의 충고와 조언도 늘어난다고.
“대부분의 초대 손님이 기억에 남는데… 그중에서도 김흥국씨가 출연했을 때 아들을 유학보내야 했던 사연을 밝힌 적이 있어요. 사실 김흥국씨 나이에 혼자 사는 게 결코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한창 사춘기인 아이가 김흥국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부터는 무조건 번칠이로 불리니까, 여기서 키울 수 없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연예인으로서의 어려움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죠. 유정현씨는 자상할 것 같은데 의외로 아이 교육에 엄격한 면이 있어서 놀랐고요. 시청자들 역시 그런 걸 보면서 저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 혹은 ‘나랑 똑같네’ 비교할 수 있겠죠.”
원 PD는 남성 시청자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게 된 것을 프로그램의 인기비결로 꼽았다. ‘불량아빠클럽’을 만들며 그가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뭘까.
“일단 편집의 원칙은 재밌어야 한다는 거예요. 대신 방영시간 60분 중 아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성 팁을 한 개 정도만이라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요. 물론 기본적으로 모든 아빠는 자신들만의 교육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80도 바뀌긴 힘들어요. 하지만 좀 더 효율적인 교육방법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노력은 할 수 있거든요. 저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거나 굉장히 자상한 일부 아빠를 제외하고는 모든 아빠가 어쩔 수 없이 불량아빠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한테 자신이 잘 못해주고 있다는 걸 알고 미안해한다면 그 아빠는 구제불능은 아니잖아요. 여건만 허락하면 누구나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가 누구 땜에 돈을 버는가는 뻔하잖아요. 누구나 마음으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해요.”


여성동아 2006년 9월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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