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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사건추적

가짜 명품시계 ‘빈센트 앤 코’ 사기사건 뒷얘기

글·이남희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6.09.21 15:01:00

‘빈센트 앤 코’부터 G시계까지, 잇달아 터져나온 가짜 명품시계 사기극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다. 톱스타 연예인들과 강남 부유층을 감쪽같이 속인 명품시계 ‘빈센트 앤 코’ 사건 전말과 사기극에 휘말린 연예인측 입장을 취재했다.
가짜 명품시계 ‘빈센트 앤 코’ 사기사건 뒷얘기

올 여름 강남발(發) 명품시계 사기극이 여의도를 뒤흔들었다.
싸구려 시계를 ‘1백 년 전통 스위스산 명품’으로 속여 판매한 ‘빈센트 앤 코’ 시계 사건에 휘말린 유명 연예인의 명단이 떠돌고 있다. 열린우리당 중진의원의 부인 이름도 거론되며 사건의 파장은 커졌다.
서울 강남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도 감쪽같이 속아넘어간 ‘빈센트 앤 코(Vincent · Co.)’는 시계 유통업체 대표 이모씨(42)가 2000년 스위스와 우리나라에 직접 법인 및 상표 등록을 한 브랜드다. 중국에서 들여온 시계줄과 시·분침, 외장 케이스 등 값싼 국산 부품을 사용해 경기도 시흥의 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 시계는 제조원가 8만원짜리가 5백80만원에 팔려나갔다. 2백여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를 박은 원가 3백만원짜리 시계에는 9천7백50만원의 가격표가 붙여졌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와 고(故) 다이애나 비, 모나코 그레이스 켈리 왕비 등 세계 인구의 단 1%만 착용할 수 있는 시계’라는 그럴듯한 허위 광고가 일부 부유층과 연예인들을 매료시켰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8월8일 가짜 명품 시계를 스위스산 최고 명품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사기)로 이씨를 구속했다.
달랑 6년된 시계를 유럽 왕실의 명품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이씨는 능수능란한 ‘언론 플레이’와 ‘스타 마케팅’ 솜씨를 선보였다. 그는 먼저 명품 관련 홍보대행사와 문화계 인사, 연예기획사, 고급미용실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지난 6월 초에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T바에서 호화 론칭쇼를 열고 영화배우 L씨, 방송진행자 P씨 등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각계 저명인사를 초청했다. 이날 행사비용만 해도 1억3천만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멤버십 명품 잡지에 지속적으로 광고를 내고, 드라마와 패션지 화보촬영 등에 협찬하면서 제품의 이름을 알렸다.
명품 브랜드의 홍보담당자는 “한 회사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 때, 먼저 연예인들 사이에서 발이 넓은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는다. 일부 회사는 홍보대행사에 A급 스타 리스트를 주며, ‘명단 속 연예인을 데려올 경우 1명당 몇 백만원의 웃돈을 준다’고 할 만큼 ‘톱스타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연예인들에게 작게는 30만~40만원짜리부터 많게는 2백만~3백만원 상당의 선물이 주어지니, 론칭 파티에는 꼭 나타나는 스타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여배우 B씨, K씨, 아나운서 L씨 등이 명품 브랜드 론칭 파티의 단골손님으로 업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노 세일(No Sale)’로 유명한 진짜 명품은 VIP를 대상으로 비밀스럽게 마케팅한다”는 것이 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요즘 여성 명품족 사이에서 각광받는 시계는 바로 다이아몬드 세팅에 악어가죽 스트랩을 사용한 패션 시계. ‘빈센트 앤 코’는 진짜 악어가죽과 다이아몬드를 사용함으로써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시계를 구입한 한 여배우는 시계를 너무 아껴서 해외에 나갈 때 작은 박스에 고이 싸가지고 갈 정도였다고. 게다가 구속된 이씨는 수입 면장, 본사 확인서 등을 완벽하게 구비해 백화점 관계자와 투자자의 눈을 속였다. ‘빈센트 앤 코’의 한 투자자는 “이씨가 자신을 ‘스위스 본사에서 17년간 근무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권유해 4억원을 내고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론칭 파티 때 연예인만 잔뜩 몰려왔을 뿐 정작 스위스 본사 사람은 한 명도 없어 의혹을 가졌다. 거기에 이상한 소문까지 들려 계약 해지를 추진하던 차에 이씨의 사기극이 밝혀졌다”고 털어놓았다.

매장 주변 상인들이 “여권 중진의원 아내와 톱스타 여배우들이 사갔다”고 전해
가짜 명품시계 ‘빈센트 앤 코’ 사기사건 뒷얘기

8월 중순, 기자가 서울 신사동 ‘빈센트 앤 코’ 매장을 찾았을 때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 ‘시흥산 명품’에 속아넘어간 이들도 있었지만, 이미 시계의 문제점을 간파한 ‘명품 전문가’도 많았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시계매장 매니저 진승현 계장은 “구속된 이씨가 ‘시계를 납품하고 싶다’고 찾아왔지만, 그 브랜드는 스위스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브랜드여서 거절했다. 게다가 ‘빈센트 앤 코’는 주얼리에 초점을 뒀을 뿐 기능이 떨어지고, 이씨는 시계의 핵심부품인 무브먼트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패션리더로 꼽히는 여배우 K씨는 ‘빈센트 앤 코’ 측에서 시계 협찬을 제의했지만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족보 없는’ 시계를 누가 차느냐?”며 단번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빈센트 앤 코’ 대표 이씨는 32명에게 35개의 시계를 팔아 4억4천6백만원의 판매수익을 올렸다. 서울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압수한 장부에 따르면 32명의 구입자 중 5명이 연예인이고 8명의 연예인은 시계를 협찬받았다”며 “이들에게 피해자 진술을 듣기 위해 경찰 출석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빈센트 시계’를 자랑스럽게 착용했던 연예인들은 최근 기자들의 사실확인 전화와 검찰의 ‘참고인 수사’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연예인은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거나 “‘빈센트 앤 코 시계’와는 상관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8월 중순 기자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빈센트 앤 코’ 매장을 찾았을 때, 주변 상가 직원들은 이곳에 누가 다녀갔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한 목격자는 누가 어떤 차량을 타고 왔으며, 몇 개의 쇼핑백을 들고 나갔는지 상세하게 들려줬다.
“한류스타로 각광받는 여배우 C씨가 유부녀 탤런트 O씨, 연예관계자인 L씨와 함께 매장을 방문해 시계를 사는 것을 봤습니다.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 K씨도 가게에 두 번 왔는데, 한 번은 매니저와 또 한 번은 오락 프로그램 인기 MC Y씨와 함께 왔습니다. 여당 중진의원 아내 C씨는 체어맨 리무진을 타고 세 차례 정도 이 매장을 방문했는데, 그는 2개의 시계를 구입했다고 (매장 직원들로부터) 들었습니다. 깜찍한 이미지의 여배우 S씨도 매장에 들렀는데, 시계를 사가지는 않았어요.”
기자는 여배우 C씨와 O씨의 측근에게 시계를 구입한 배경을 듣고자 전화를 걸었으나 “거기에 대해 해줄 말이 없다. 언론에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 K씨와 오락 프로그램 MC Y씨는 한 일간지 보도에서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르고 그저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내 C씨가 가짜명품 시계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여당 중진의원은 그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할 것임을 밝혀, 희대의 명품시계 사기극은 정치권으로 비화됐다.
‘빈센트 앤 코’ 매장 주변의 한 상인은 “인기 여성탤런트 K씨와 최근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톱스타 여배우 K씨는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았으나, 본사를 통해 최고가(1억2천만원 상당)의 시계를 구입한 것으로 (매장 직원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압수한 장부에 따르면, 5명의 연예인은 모두 5백80만원짜리 시계를 구입했다”며 “다만 시계를 구입한 연예인 중 장부에 이름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빈센트 앤 코’ 시계 사건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1백80년 전통의 이탈리아 명품’으로 알려진 G시계도 가짜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 송일국이 “우리나라에서 3개밖에 없는 명품”이라고 언급한 이 제품이 사실은 스위스 시계 협회(www.fhs.ch·스위스에서 승인받은 시계 브랜드라면 이 홈페이지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에 등록돼 있지 않다는 것. ‘가짜 명품’이란 여론에 대해 G시계를 수입·판매한 이모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1백80년 전통이라는 광고는 잘못 됐지만, 어쨌든 보석 세공만 3대째 해온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명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잇달아 터져나온 가짜 명품시계 사건은 명품에 열광하면서 정작 명품에 대한 정보나 안목은 턱없이 부족한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뼈아픈 각성의 계기’가 됐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10월 말까지 국내 저가제품을 해외 명품으로 둔갑시킨 범죄를 집중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동아 2006년 9월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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