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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김명희 기자의 스타 건강학

‘제2의 인생’ 사는 코미디언 배연정

췌장 종양, 암이 되기 직전 발견해 수술~

글·김명희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6.09.21 11:06:00

코미디언 배연정이 1년 반 전 췌장 수술, 10여 년 전 자궁근종 수술, 이렇게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간 건강을 회복하고 활기차게 사는 비결을 들려주었다.
‘제2의 인생’ 사는 코미디언 배연정

지난 8월 중순,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위치한 코미디언 배연정(55)의 아파트를 찾았을 때 그는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겼다. 10년 전 이곳으로 이사해 텃밭을 가꾸며 산다는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답지 않게 건강하고 활기차 보였다. 그는 1년 반 전 췌장의 종양을 제거한 뒤 위를 잘라 소장과 이어붙이는 대수술을 받았고 이에 앞서 10년 전에는 자궁근종 수술을 받았다.
“한 달만 늦었어도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배연정은 1년 반 전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던 차에 건강검진을 받다가 췌장에서 종양이 생긴 걸 발견했다고 한다.
“갑자기 입이 쓰고 침이 바싹바싹 말랐어요. 등도 아프고…. 처음엔 피곤하고 근육이 뭉쳐서 그런 줄 알고 부황을 뜨고 찜질방에 가서 쉬곤 했는데 증세가 점점 악화되더니 그 다음엔 속이 쓰리고 아프더라고요. 마침 정기검진을 받을 때가 돼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이상한 게 보인다’며 큰 병원으로 옮겨 방사선 검사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병원을 두 차례나 더 옮겨 방사선, 위 내시경, CT검사 등을 받은 그는 며칠 지나지 않아 곧바로 수술을 받게 됐다고 한다. 수술대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그는 췌장에 작은 혹이 생겨 수술을 받는 걸로만 알고 있었을 뿐,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몰랐다고 한다.
“마취에서 깨어나보니 입원실이 아니라 중환자실인 거예요. 위에는 링거가 열대여섯 개나 매달려 있고 호스가 코에서부터 배 안에까지 이어져 숨 쉬는 것도 힘들었어요. 미국에서 딸, 사위까지 달려와 있고…. 그제야 상황이 심각한 걸 알겠더라고요.”

Health secret - “식단을 잡곡밥과 채소 위주로 짜고 생선은 굽거나 조려 먹어요”
남편은 수술 후 검사를 통해 그의 몸에 암세포가 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 비로소 세 개의 종양 중 하나가 암이 되기 직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어려우면서도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빠른 암 중 하나다. 다행히 그는 정기검진차 병원을 찾은 덕분에 암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은 셈.

‘제2의 인생’ 사는 코미디언 배연정

늦둥이 딸 예지와 함께.


“10년 전 난소와 자궁절제 수술을 받은 후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온 덕에 췌장 종양을 일찍 발견,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또 어려서부터 토마토를 많이 먹었는데 그 역시 종양이 암이 되는 것을 막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어려운 형편에 많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이 토마토밖에 없었거든요. 어머니가 한 관씩 사오면 그걸 두고두고 먹곤 했는데, 얼마 전 TV 건강 프로그램을 보니 토마토 안에 있는 라이코펜이라는 성분이 면역력을 높이고 특히 항암효과가 크다고 하더군요.”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수술 후 건강관리 또한 쉽지 않았다고 한다.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위를 잘라 소장과 이어붙였는데 그러다보니 위가 작아져 새 모이만큼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음식물이 역류하더라는 것.
“하루 종일 먹어도 밥 한 그릇을 다 못 먹고 남길 정도였죠. 식당에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무슨 복을 타고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지금도 하루 세 끼를 여섯 끼로 나눠 소식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체 나이는 실제보다 세 살이나 젊은데, 비결은 규칙적인 운동과 채식 위주의 철저한 식습관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수술 후 신체 내 장기가 모두 쪼그라드는 바람에 한동안 상체를 똑바로 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으나 꾸준한 스트레칭과 요가로 극복했다고. 또 평일에는 매일 마을 뒷산을 오르고 휴일에는 전국 각지의 알려지지 않은 산을 찾는다고 한다. 그의 집 베란다에는 고사리, 고비, 취나물 등 각종 산나물을 담은 봉투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돈 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캐온 나물들을 ‘재산목록 1호’로 여긴다고 한다.
“수술하고 처음 산에 오르는데 잡초들이 자라는 걸 막으려고 철조망을 쳐놓았더라고요. 그걸 뚫고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자라는 잡초들을 보니 자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살짝 철조망을 찢어줬어요(웃음). 강원도 평창부터 경상도 산골까지 안 가본 산이 별로 없는데 산에 올라 운동이 되니 좋고, 또 거기서 나는 각종 산나물을 캐다 삶고 말려 나물도 해 먹고, 밥도 해먹으니 좋고….”
식단은 보리 율무 콩 등을 섞은 잡곡밥과 아파트 주위 텃밭에서 직접 가꾼 고추, 콩, 감자, 고구마 등 무공해 채소 위주로 짠다고 한다.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선도 즐겨 먹지만 기름 섭취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튀기는 대신 굽거나 조림을 하고 꼭 기름을 써야 할 경우에는 포도씨 오일을 이용한다고 한다. 식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외출할 때도 반드시 도시락을 챙긴다고.
늦둥이 딸 예지(13)를 위한 간식은 바나나를 얼려 만든 ‘배연정표 아이스크림’. 바나나에 젓가락을 꽂아 냉동실에서 얼려두면 하드처럼 먹기 편하고 맛있는 간식이 된다고 한다.
“막내가 어렸을 때 감기를 자주 앓았는데 그때마다 제가 바빠서 병원에 잘 데리고 가질 못했더니 폐렴을 앓고 나서 천식 증상까지 생겼어요. 그게 미안해서 지금도 되도록이면 인스턴트식품은 먹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Lifestyle - 어머니로부터 대물림한 손맛으로 일군 국밥집, 수십억원 빚 갚고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
‘제2의 인생’ 사는 코미디언 배연정

배연정은 10년 전 국밥집을 시작, 현재는 체인점을 8개나 거느리고 있으며 9월에는 LA에 직영점을 오픈한다.


배연정이 분신처럼 여기는 ‘배연정의 소머리국밥집’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IMF 당시 남편의 사업 실패로 수십억원의 빚을 지고 설상가상 수술까지 받느라 이중고에 시달리던 그는 10년 전 지금의 국밥집을 인수, 체인점을 8개나 거느린 어엿한 사업체로 일궈냈다.
그는 매일 아침 식당으로 출근, 직원회의를 연 다음 직접 주방에서 청결 상태를 살핀다. 음식 맛내기는 물론이고, 설거지며 서빙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한다. 그의 손맛은 궁중에서 요리를 배운 증조할머니와 젊어서 남편을 잃고 식당을 하며 홀로 그를 키워낸 어머니로부터 대물림한 것이라고.
“증조할머니가 궁중 수라간에서 일을 하셨대요.‘장금이’였던 셈이죠(웃음). 어려서 집에서 할머니가 육포를 만들어주고, 술도 담그고 했던 기억이 있고, 저희 어머니도 한정식 냉면집 중국집 등 안 해본 음식점이 없으세요. 항상 음식 만드는 냄새와 소리를 들으며 자랐는데 그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사실 처음 식당을 냈을 때는 ‘맛이 없다’는 불평도 많이 들었어요.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 양념만으로 맛을 내는데 그게 사람들 입맛에는 어색했던 것 같아요.”
그는 또 항상 ‘어떤 음식이 맛있을까’ ‘새로운 음식이 없을까’를 버릇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맛있는 식당에서는 슬쩍 ‘커닝’도 한다. 그리곤 집에 와서 식구들을 상대로 실험을 통해 완전히 ‘배연정식 음식’으로 만든다. 이렇게 해서 음식특허를 받은 것이 10가지가 넘는다고. 9월 초에는 미국 LA에 해외 직영점 1호를 문 열 예정이라고 한다. 큰딸 현혜씨(32) 내외가 사는 미국을 자주 오가다보니 정통 한국 음식을 소개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미국에도 한식집이 있지만 달고 느끼한 게 여기서 먹는 한식과는 많이 달라요. 옛날에 어머니가 해주던 맛을 그리워하는 분들, 또 진짜 한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소금 고춧가루를 비롯한 모든 양념을 한국에서 가져다 쓸 계획이에요. 운송비가 만만치 않지만 맛이나 건강 면에서 한국산이 월등한 걸 어떡해요.”
그의 큰딸은 2003년 이탈리아계 미국인과 결혼, 현재 뉴욕에 거주 중이다. 딸은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고 사위는 경찰이다. 파란 눈의 사위를 맞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이탈리아인의 정서가 한국인과 비슷해 별로 어려운 점이 없다”고 말했다.
“제가 손짓 발짓 섞어 ‘이태원 영어’로 말하면 우리 사위가 다 알아듣고 한국말로 대답해요. 딸한테 한국말을 꼭 가르치라고 했거든요. 붙임성도 있고 귀여운데 자주 못 보는 점이 좀 아쉽죠.”

Mind Control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는 거예요”
‘제2의 인생’ 사는 코미디언 배연정

틈틈이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는 배연정. 요가 동작은 몇 년 전부터 책을 보고 혼자 터득했다고.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답지 않게 그는 욕심이 많다. 수술을 받고 누워 있으면서 ‘세상에 배연정이 살다간 흔적은 남겨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후로 모든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는 것.
“가수로 데뷔했으니 대표곡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고(그는 72년 TBC 공채 코미디언으로 선발되기 전 가수로 활동했다), 지금처럼 토크쇼에 나가 제 또래 주부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사는 얘기도 계속하고 싶어요. 제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진행하면 더 좋겠는데 아마 올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 같아요. 사업도 잘해서 이 분야에서 최고라는 인정을 받고 싶고요. 돈 욕심요? 많이 벌면 좋죠. 좋은 일에 쓸 거니까. 하하하.”
그러고보니 이날 배연정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몸에 걸친 유일한 장신구였는데 결혼반지라고 했다. 그는 사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7천원짜리 국밥 팔면서 비싼 시계 차고 치장할 일 있나요. 그저 분수에 맞게 사는 거죠. 오가는 사람 반갑게 맞아주고,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만족할 만한 삶이 아닐까 싶어요. 나이가 들고 돈도 웬만큼 모이면 실버타운과 보육원을 세워 오갈 데 없는 노인과 아이들이 서로 보듬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 생각이에요.”
건강을 잃을 뻔한 적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어본 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자신이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아프고 나서 되돌아보니 행복한 순간을 모르고 넘어갔던 게 가장 안타깝더라고요. 가족들 건강하고 요즘같이 더운 날 선풍기 바람 나오는 데서 시원하게 더위를 식힐 수 있으면 그게 행복한 거지, 뭐 별 거 있나요(웃음).”

여성동아 2006년 9월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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