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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고백

2년 별거 끝에 이혼한 방송인 허수경

“이혼만은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지난 2년의 고통, 현실을 받아들이니 이제 마음이 편해요”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오미정‘CBS 노컷뉴스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6.09.21 10:33:00

허수경이 재혼 6년 만에 다시 파경을 맞았다. 별거 중이던 남편 백모씨와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그가 털어놓은 이혼 내막과 요즘 심경.
2년 별거 끝에 이혼한 방송인 허수경

방송인 허수경(39)이 지난 8월 중순 남편 백모씨와 이혼소송을 마치고 서류상 완전한 남남이 됐다. 이에 앞서 그는 7월 초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7월 말 괌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온 허수경은 속내를 담담히 풀어놓았다.
“이혼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에 일부러 휴가를 떠났던 건 아니에요. 원래 예정된 휴가였고 괌에 다녀온 뒤 마음 정리도 할 겸 분당에서 방송국 근처인 목동으로 이사를 했어요. 분당이 결혼생활을 한 곳이라 (정리도 할 겸)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이사를 결심했죠. 혼자 지내니까 넓은 공간이 필요 없기도 했고요.”
그는 협의 이혼이 아닌 이혼소송을 제기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소송을 제기하긴 했지만 사실상 협의 이혼이에요. 법원에 여러 번 걸음하고 싶지 않아서 법정대리인인 변호사에게 맡겼죠. 남편과 연락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변호사 비용 등도 그가 다 알아서 하기로 했어요. 재산분할도 이미 한 상태라 문제가 될 게 없고 아이 역시 없어서 양육권 문제도 없어요.”
이혼 후 심경에 대해서는 “그동안 억지로 동아줄을 잡고 있는 심정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결혼생활이라는) 끈이 끊어지고 이제 (혼자)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니까, 그 현실을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해요. 그 사람 역시 묶여 있다는 것에서 풀려나서 홀가분할 겁니다.”

“두 번 실패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힘내라는 말이 가장 고마워요”
2년 별거 끝에 이혼한 방송인 허수경

첫 번째 결혼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허수경은 백씨가 프러포즈를 했을 때 “절대 이혼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같은 아픔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두 번째 이혼을 결심하기까지는 적잖은 고통이 따랐을 것 같다.
“제게는 일단 결혼을 한 이상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결혼이란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제가 첫 남편을 버렸다는 오해도 있던 터라 더욱 조심스러웠죠. 별거 중에도 (남편과) 합치길 원했고 결혼생활 중에도 남편을 최대한 배려한다고 했는데 제가 부족했던 모양이에요. 전 결혼이 마음먹기에 따라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나봐요.”
그는 최근 남편이 모 여가수와 동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화가 났어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도 했죠. 하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있으니까 더 나빠보일 수 있지만 사실 저희 부부는 똑같이 서로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이혼은) 둘이 만든 결과물이니까요.”
“남편의 동거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놀랄 만큼 마음의 정리가 잘되더라”고 고백한 그는 “두 번째 이혼이라는 것 때문에 충격이 커서 그렇지 마음은 차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초혼이고 저는 재혼이었기 때문에 결혼생활을 하면서 제가 안고 가야 하는 짐이 있었어요.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 안 가는 남편의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 것처럼 넘긴 적도 있고요. 결혼생활이 처음이라서 그럴 수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아무에게도 아픈 가슴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살았다”는 허수경은 “그 사람도 나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다”면서 “아이가 있었더라면 결혼생활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자궁 외 임신을 두 번 해서 자연임신이 안돼요. 그래서 인공수정을 두 번 시도했는데 한 번은 유산됐고 두 번째는 남편의 맘이 바뀌어서 병원에 가지 않아 아이를 갖지 못했어요. 아이와는 연이 닿지 않는 것 같아요.”
별거하는 2년 동안 제대로 된 나이를 먹은 것 같다는 허수경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너무나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면서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세상에는 인력으로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방송국에 다시 드나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기운 내라,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물론 정확하게 제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들의 말에 공감도 하지만 인간이라서 그런지 ‘힘내라’는 말이 가장 고마워요.”

“농장에서 땀흘려 농사 지으며 자연을 통해 사람 사는 이치를 깨달았어요”
2년 별거 끝에 이혼한 방송인 허수경

허수경의 제주도 감귤농장. 그는 지난해부터 제주도에 농장을 마련,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SBS 파워FM ‘허수경의 가요풍경’을 진행하고 있는 허수경은 주말마다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부모와 함께 제주도의 감귤농장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다. 그가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담고 싶어 지난 8월12일 제주도로 향했다. 도착해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부모님하고 친구와 함께 바닷가로 향하는 중”이라고 했다.
“농장에서 일하는 줄 알고 오셨다고요? 그런데 어쩌죠. 이번 주에는 농장 일을 하지 않아요. 지난번에 (풀도 뽑고) 다 해놓아서. 여기(제주도)까지 오셨는데 그냥 돌아가게 하긴 뭐하고…. 대신 농장 주소를 가르쳐 드릴게요. 가보세요. 그곳에는 부모님과 저의 피땀이 고스란히 묻어 있거든요. 손바닥만한 텃밭도 가꾸고 있는데 그것은 농사라기보다 좋아서 하는 ‘놀이’예요. 감귤농장은 진짜 농사를 짓는 거고요.”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다”며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새삼 깨달았다”면서 농장을 둘러볼 것을 권했다. 하지만 두 번의 이혼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깊은 그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간 것처럼 알려진 것이 속상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마음을 삭이기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는 이야기가 싫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계시고 자신의 일손을 필요로 하는 농장이 있어 제주도에 오는데 이 일이 포장되거나 확대 해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서귀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그의 농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허수경은 지난해 여름 이 농장을 마련해 제주도에 정착한 부모와 함께 정성껏 감귤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1천4백 평 남짓한 그의 농장에는 감귤이 탐스럽게 열려 있고, 감귤나무 아래 곳곳에는 며칠 전에 뽑아놓은 듯한 잡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농장을 잠시 둘러보는 데도 힘이 들었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농사를 지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자연을 통해서 많이 배웠죠. 농작물은 절대 인간을 배신하지 않아요. 그런데 뜻하지 않게 수해를 입거나 폭설을 만나면 속수무책이더라고요. 인생도 마찬가지란 걸 알았어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폭설이나 홍수를 만나면 사람의 힘으로 안되더라고요.”
지난해 제주도에 폭설이 쏟아져 감귤농사에서 적자를 봤다는 그는 “농작물은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신과 이웃, 가족들의 도움이 있어서 결실을 맺는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면서 “이제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6년 9월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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