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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제작 뒷얘기

허태정 PD가 들려준 ‘일부일처제의 비밀’

‘MBC 스페셜-일부일처, 인간 짝짓기의 진화’ 만든 ~

기획·김명희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6.08.24 17:35:00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MBC 스페셜’이 지난 7월16일과 23일 방영된 2부작 ‘일부일처-인간 짝짓기의 진화’에서 일부일처제의 숨겨진 비밀을 들춰내 화제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허태정 PD로부터 제작 뒷얘기를 들어보았다.
허태정 PD가 들려준 ‘일부일처제의 비밀’

결혼 후 불과 몇 년이 지나면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고 상대방에 대한 열정도 사라질 걸 알면서도 왜 인간은 일부일처라는 결혼제도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는 걸까. 지난 7월 중순 방영된 ‘MBC 스페셜-일부일처, 인간 짝짓기의 진화’의 허태정 PD(41)는 바로 이런 궁금증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하고 술자리에 앉으면 항상 하는 이야기 있잖아요. 요즘 집에 들어가기 싫다거나 마누라 꼴 보기 싫다는 등. 그토록 공들여 고르고 고른 짝이건만 시간이 흐르면 시들해지고 지루해지고 혹시 내가 짝을 잘못 고른 걸까, 이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문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었어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만난 학자들에 따르면 특정 배우자에게 느끼는 로맨틱한 사랑의 감정은 2~3년이면 사라진다고 하더군요. 사랑에 빠질 때 뇌에서 분비돼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지속성이 길어봤자 3년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일부일처제란 인간의 본능을 억압하는 사회문화적 강제에 불과한 것이며 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미래에는 일부일처제가 아닌 다른 형태의 짝짓기 모습이 나타날까. 허 PD는 “인간의 성적 행동과 짝짓기를 연구해온 학자들은 오히려 일부일처제는 종족 번식과 사회 유지를 위해 인류가 발달시켜온 행동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생물은 ‘번식’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진화해왔는데 이 과정을 살펴보면 수컷과 암컷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남자의 정자는 한 번에 수억 개씩 그것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만 난자와 만나 생명체가 되죠. 태생적으로 정자의 운명은 치열한 경쟁인데, 단적으로 초파리 중에는 성교할 때 갈고리로 다른 수컷의 정자를 긁어내고 자기 것을 주입하는 놈도 있어요.”

‘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남자의 불안, ‘이 남자가 양육 지원을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여자의 불안 해결책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남자는 많은 양의 정자를 단시간 내에 생산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많은 여자를 만나 자신의 정자를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를 만들어내는 여자는 수많은 정자 중 품질 좋은 상대를 신중하게 선별해 받아들여야 힌다.
“예부터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다’고 했고 ‘남자는 여자의 첫 남자이고 싶어하고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여자이고 싶어한다’는 말이 있지요. 남녀관계에 대한 이런 속설들은 진화론적 시각에서 볼 때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는 겁니다.”
일부다처제인 침팬지의 수컷은 여러 암컷을 상대로 부지런히 정자를 제공해야 하기에 큰 고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일부일처 습성을 갖고 있는 고릴라 수컷의 고환은 그렇게 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인간 남자는 고릴라와 침팬지의 중간 정도 크기입니다. 아주 문란하지도 않지만 자기 짝에게 완전히 충실하지도 않은 종이라는 것이지요.”
남자들에게 종족 번식을 하는 데 있어 최악의 경우는 배우자가 난자를 다른 남자에게 제공하거나 자신이 친자가 아닌 다른 남자의 자식 양육에 에너지를 소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여자와 달리 남자에게는 자식이 자기 소생인지 확신할 길이 없기 때문.

허태정 PD가 들려준 ‘일부일처제의 비밀’

허태정 PD는 ‘일부일처…’를 통해 특정 배우자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3년 이상 지속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오랜 기간 일부일처제를 유지해 오고 있는 이유를 재미있고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남자에게는 자신의 에너지와 자원을 친자가 아닌 아이에게 투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겁니다.”
한편 여자는 긴 임신기간과 그보다 훨씬 더 긴 양육기간에 자신과 아이를 돌봐줄 남자가 필요하다. 남자의 근본적인 두려움이 ‘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라는 불안이라면 여자의 두려움은 ‘이 남자가 양육 지원을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따라서 일부일처제는 이러한 근본적인 불안으로부터 남자와 여자 모두를 최대한 보호해줄 수 있기에 선택되고 발달해온 짝짓기 형태라는 것이다.

“두 커플에게 실험을 했어요. 배우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성과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경우, 그리고 다른 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경우를 놓고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습니다. 결과는 남자들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보다 성관계를 가진 것에 더 분개했고, 여자들은 남편의 ‘정서적 배신’을 육체적 외도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요. 남자들은 친자에 대한 확신이 도전받을 때, 여자들은 남자의 지속적인 양육 보조가 위협받을 때 더 큰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거죠.”
프로그램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양적’으로 더 많은 짝을 추구하는 남자와 ‘질적’으로 더 우수한 짝을 원하는 여성은 서로 다른 목표 때문에 충돌하고 갈등을 빚으면서도 공존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일부일처제라는 대안을 유지해온 것이다. 동시에 왜 남녀가 일부일처제의 틀 안에서 호시탐탐 ‘속거나 혹은 속이면서’ 바람을 피우는지에 관해서도 설명이 된다.
“방송이 나가고 나서 외도를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동물적 본성보다 고귀하고 엄숙한 가치가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불쾌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성과 상대방의 성의 동물적 본성을 잘 알고 있으면 그만큼 효율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고 결과적으로 ‘유리한 진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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