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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형곤 전 부인 정유진씨와 아들 도헌군

고(故) 김형곤 기리는 코미디 전용극장 대표 맡은~

기획·송화선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6.08.24 16:45:00

서울 대학로에 지난 3월 세상을 뜬 개그맨 김형곤을 기리는 코미디 전용극장이 들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로 ‘김형곤 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극장 대표는 그의 전 부인 정유진씨. 정씨와 아들 도헌군을 만나 궁금한 요즘 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고(故) 김형곤 전 부인 정유진씨와 아들 도헌군

지난 6월18일 서울 대학로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지난 3월 사망한 개그맨 김형곤의 이름을 딴 코미디 전용 소극장 ‘르메이에르 김형곤 홀’(이하 김형곤홀)이 개관한 것이다. 이날은 김형곤이 세상을 떠난 지 1백일째 되는 날. 극장 개관 행사장에서는 유족들과 후배 개그맨 문영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추모식도 열렸다.
‘숨이 붙어있는 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김형곤을 기리며 이 극장의 대표를 맡은 이는 그의 전 부인 정유진씨(45).
벌써 4개월이 지났지만 정씨와 도헌군(12)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엔돌핀코드’ ‘병사와 수녀’ 등 김형곤이 생전에 출연했던 작품 사진들이 전시돼 있는 극장 안에서 도헌군과 어머니 정씨를 만났다.
고(故) 김형곤 전 부인 정유진씨와 아들 도헌군

지난 6월 ‘김형곤 홀’ 개관식에 참석한 정유진씨 (왼쪽에서 두번째).


김형곤 사망 당시 영국에서 유학하다 일시 귀국했던 도헌군은 아버지의 장례식과 삼오제를 마친 뒤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학업을 계속하다, 지난 7월 초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했다. 아버지를 닮아 다소 통통한 체격이던 도헌군은 그새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이번에 귀국할 때 도헌이 할머니와 같이 공항에 마중 나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몰라볼 정도로 살이 빠졌더라고요. 엄마 마음 아플까봐 그랬는지 전화통화를 할 때는 살빠졌다는 얘기를 전혀 안 했거든요. 한 5~6kg은 빠진 것 같아요. 도헌이가 받은 충격과 상처가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정씨는 “서울에 도착한 후에도 아들 얼굴에서 웃음을 찾기 힘들다”며 안타까워했다.

고(故) 김형곤 전 부인 정유진씨와 아들 도헌군

고 김형곤의 생전 공연 모습들이 걸려있는 ‘김형곤 홀’에서 아버지의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도헌군과 개관기념 공연작 ‘투엘브’ 연습장에 자리를 함께한 모자.(왼쪽부터)


“도헌이가 한국에 올 때마다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있는데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그걸 손에 쥐어줬더니 ‘엄마, 필요 없어. 이제 아빠한테 전화도 안 올 텐데’ 하고 말하더라고요. 도헌이가 귀국하면 도헌 아빠는 일하는 도중에라도 짬을 내 수시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곤 했거든요.”
엄마가 걱정할까봐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도헌군은 귀국 직후 엄마와 함께 치과에 가다 남몰래 눈물 흘렸던 일을 털어놓았다.
“엄마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잠시 후 일곱 살쯤 돼 보이는 사내아이가 아빠와 함께 타더라고요. 그러더니 ‘아빠, 아빠’ 하면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저도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그보다 더 다정하게 아빠를 불렀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도헌군은 이제 다시는 아빠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때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한다. 정씨는 “아들이 우울해하지 않도록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텅 빈 아빠의 자리를 무엇으로도 채워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런 도헌군에게 아버지를 영원히 기릴 수 있는 극장이 생긴 것은 큰 선물인 듯했다. 생전에 김형곤은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설 기회가 줄어들자 코미디만을 올릴 수 있는 소극장을 만들어 ‘평생’ 웃음을 선사하고 싶다는 뜻을 자주 밝혔다고. 김형곤홀은 2백 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코미디 전용극장으로 지어져 김형곤의 뜻을 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싶어하던 아빠의 꿈, 아들인 제가 꼭 이뤄드리고 싶어요”
“아빠는 늘 웃음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했어요. 살아계실 때 개관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아빠의 꿈이 돌아가신 뒤에나마 이뤄져서 기뻐요. 하늘에 계신 아빠도 무척 좋아하실 거예요.”
김형곤홀은 정씨를 비롯한 고인의 친구들과 르메이에르 건설 정경태 회장이 함께 만든 작품. 평소 연극에 관심이 많던 정 회장은 생전의 김형곤에게 코미디 전용 소극장 건립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정 회장이 도헌 아빠와 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발 벗고 나서서 큰 도움을 줬어요. 두 사람 사이에 말로 한 약속이니 지키지 않아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을 텐데, 도헌 아빠가 살아있을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줬죠. 극장 운영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요. 그 사람 친구들도 ‘김형곤이라는 이름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자’며 ‘죽은 친구’의 꿈을 위해 기금을 마련해줬어요.”
정유진씨가 김형곤홀의 대표를 맡은 건 극장 건립을 도운 정 회장과 다른 친구들의 부탁 때문이다.
“도헌이가 좀 더 컸더라면 도헌이에게 맡겼겠죠. 아직은 어리니까 제가 잠시 맡고 있다가 때가 되면 물려주려고요. 며칠 전에는 도헌이가 ‘생전에 소아암 백혈병 환자들에게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던 아빠의 뜻에 따라 나도 번 돈의 10%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하더라고요. 이곳 공연장 수익금 중 일부도 그 사람이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백혈병 환자들의 수술비 지원에 쓸 예정이에요.”
도헌군은 김형곤홀 개관기념 작품으로 오는 9월5일부터 10일까지 공연되는 코믹 오페라 ‘투엘브(twelve)’(연출 나진환)의 연습장면을 지켜보면서 “이 자리에 아빠가 함께 계셨더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며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세상 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했던 아버지의 뜻이 김형곤홀을 통해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도헌군도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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