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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궁금한 이 사람

노래 인생 40주년 맞은 가수 문주란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6.07.27 11:52:00

‘동숙의 노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등을 부른 허스키 보이스의 가수 문주란.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아 7월 새 앨범을 발표하는 그가 40년 음악 인생, 음악으로 인해 얻은 인생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 들려줬다.
“열다섯 살에 데뷔해 큰 사랑을 받고 눈보라도 맞다보니 노래의 참맛을 알 것 같아요”
노래 인생 40주년 맞은 가수 문주란

경기도 청평에 위치한 카페 뮤즈클럽. 북한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이곳 카페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특별한 콘서트가 열린다. 이 카페의 주인인 가수 문주란(55)이 팬들을 위해 작은 콘서트를 여는 것.
“6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어요. 공기도 맑고 경관도 좋아서 왔죠. 처음부터 콘서트를 하려 했던 건 아니었어요. 가끔씩 들르시는 손님들이 노래를 요청할 때마다 한두 곡씩 불렀는데 그게 입소문이 나 찾는 분들이 점차 늘면서 팬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젠 조촐하긴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해요.”
매주 토요일 저녁 8시면 60여 평의 넓은 카페가 전국 각지에서 모인 그의 팬들로 꽉 찬다고 한다. 떠들썩함이 싫어 서울을 떠나 지방에 터를 잡았지만,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팬들과 무대는 문주란에게 힘을 주는 원천이다.
“무대에 대한 정열은 지금도 식지 않았어요. 보통 라이브 공연을 하면 1시간 30분 이상을 해요. 어떤 분들은 공연이 끝날 무렵에 오시기도 하거든요. ‘찾아서 오다보니 늦었다’고 하는데, 한두 곡 부르다 멈추면 얼마나 아쉽겠어요. 그래서 어떨 때는 2시간도 넘게 (노래를) 불러요. 문주란이라는 이름 세 글자 보고 멀리서 찾아오신 거잖아요. 항상 감사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돼요. 무대에서 쓰러지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인지, 무대에서는 힘이 나요. 심지어는 몸이 아플 때도 팬들을 뵈면 힘이 막 나죠. 내가 언제 아팠냐는 듯. 이게 운명인가봐요.”

노래 인생 40주년 맞은 가수 문주란

팬들이 선물한 카페 앞 ‘동숙의 노래’ 기념비 앞에서.


인터뷰 중에도 등을 꼿꼿이 세우고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던 그에게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부탁하자 자연스레 다리를 누인 다음 가지런히 두 손을 앞으로 모은다. 고개를 옆으로 약간 기울여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얼짱 각도’의 교본이라고 할 만큼 빈틈없다. 40년 동안 대중 앞에 섰던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는 열다섯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중 앞에 선 40년 스타의 무대 매너가 그대로 배어있다.

노래 잘하는 어린이로 소문나 일찌감치 연예계 데뷔 제의 받아
“노래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열두 살에 시작했어요. 고향이 부산인데, 어린아이가 흉내도 잘 내고, 어른들 노래도 곧잘 따라하니까 아는 분이 방송국 경연대회에 신청을 했죠. 일주일에 한 번씩 대회를 열고 1등을 한 달간 유지하면 서울시민회관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저는 거기서 몇 주간 1등을 하다가 떨어졌는데, 사실은 방송국에서 노래는 참 잘하는데 너무 어리니까 (방송에) 내보내도 되는지 고민하다 떨어뜨린 거였어요. 결국 제 소식이 서울에 알려지게 돼서 데뷔 제의를 받았죠. 당시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는데 어린 마음에 서울에 가고 싶어서 밥도 몇 끼씩 굶고 아버지 바짓가랑이 잡고 사정했죠. 내가 돈 벌어서 살 테니 보내주기만 해달라고.”
66년 ‘동숙의 노래’를 발표할 당시 중학생이던 그는 타고난 끼와 재능으로 단숨에 최고의 스타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문주란은 어린 나이에 얻은 스타라는 타이틀이 버거웠다고 말한다.
“아마 지금으로 치면 보아랑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건데, 일찍 시작한 연예계 생활이 쉽지 않았어요. 철없을 때 데뷔하고 유명인이 되니까 바깥세상을 너무 모르거든요. 학교도 자주 빠져야 하니까 친구도 없고. 많이 외롭죠. 게다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창 놀고 싶을 땐데 그러지 못하고 항상 에스코트 받으며 다녔거든요. 전 그래서 지금도 혼자서는 어디를 잘 못 다녀요. 남들은 저를 의식하지 않는데도 혼자 다니는 건 신경 쓰여요. 감당이 안되는 것도 많았죠. 전성기 때는 공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소리도 참 많이 들었어요.”
그는 얼마 전 한 TV 토크쇼에 출연해 열아홉 어린 시절 가수 남진 등과의 스캔들로 자살을 기도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살기도 이유에 대해) 남진씨만 부각시키시는데 그건 아니고요. 남진씨는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누이처럼 친한 사이인데 그게 스캔들이 돼 속상했어요. 게다가 당시 첫사랑에도 실패했고, 이러저러한 일이 많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여 폭발한 거예요. 결국 그런 일이 있은 뒤, 중환자실에 있다가 보름 만에 눈을 떴어요. 그때 아버지와 가족,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죠. 하지만 있지도 않은 스캔들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어린 나이엔 상처가 됐어요.”
자신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점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이자, 사생활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그는 지금까지도 세간의 입방아에 속상했던 적이 많다고 한다.
노래 인생 40주년 맞은 가수 문주란

독신인 그에게 애완견은 자식과 다름없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누구하고 어디 갔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땐 가슴 아파요. 사람들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 제겐 상처가 되는 거죠. 더욱이 지금까지 혼자 살다보니 그런 것들이 많이 불편해요. 하지만 일일이 생각하고 그에 반응하면 정상적으로 살 수 없죠.”

“외로움을 내 동반자라 여기며 이겨내요”
이른 나이에 시작한 연예계 활동은 그가 지금까지 독신생활을 하게 된 데도 영향을 준듯하다.
“제 운명이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고 사는 건 아닌가봐요. 어렸을 때부터 짜인 스케줄 속에서 구속받고 자라 그런지 누구에게 구속받고 얽매이는 게 싫어요. 게다가 진실한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고요. 독신으로 지내는 게 좋아요. 결혼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또 제겐 혼자서도 살아갈 힘이 있기 때문에 독신으로 사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요.”

노래 인생 40주년 맞은 가수 문주란

하지만 자신의 독신생활에 만족한다는 그 역시 때론 외로움에 젖을 때가 있다고 덧붙인다.
“주로 언니와 조카들이 함께 있어주고, 남진씨나 혜은이씨, 최백호씨 등 동료 가수들도 놀러 와요. 그래도 가끔씩은 참 고독하죠. 비 내리는 날이나 계절이 바뀔 때 종종 외로움을 느껴요. 강아지를 13마리나 기르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요. 하지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막 슬퍼하지는 않아요. 그저 외로움이 내 동반자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내죠.”
불교신자인 그에게 종교는 버팀목이다. 집 꼭대기 층에 따로 불상을 모시고 매일 아침저녁 기도를 드린다고.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백팔 배를 하고, 자기 전에도 백팔 배를 드려요.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누구에게 상처받거나 상처를 주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거죠.”
소녀시절 감성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듯한 문주란은 몸매도 그 시절 그대로다.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44사이즈의 옷을 입는다고 한다.
“42kg 이상 나가면 호흡이 짧아져서 노래 부르기가 어려워요. 저한텐 딱 42kg이 적당해요. 하지만 건강유지를 위해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아침이면 스트레칭을 하고, 시간이 나면 강 건너 산책로를 걷거나 집 주변 계단을 내려갔다 올라갔다 해요. 또 적게 먹고, 밥보다는 검은콩이나 검은깨, 찹쌀 같은 곡물을 섞은 선식을 먹어요.”
97년 ‘굿바이 홍콩’을 발표한 이후 약 10년간 활동이 뜸했던 그는 조만간 대형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또 7월경에는 5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새 앨범을 내며 그는 “팬들의 가슴에 남을 수 있는 곡을 부르고 싶다”며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혔다.
“한동안 팬들이 제 나이든 모습을 보고 실망하실 것 같아 활동을 꺼렸어요. 소녀시절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도 같았고… 그런데 카페에 찾아주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용기를 내게 됐죠. 그분들이 오히려 옛날보다 노래가 더 좋다고, 참다운 맛이 나온다면서 응원을 해주셨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런 건 있어요. 세월이 가고, 눈보라도 맞아보니까 노래의 맛을 좀 더 알 것 같거든요.” (문주란 뮤즈클럽 031-585-6688~9)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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