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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일일드라마 주연 맡은 이민우

“서른 살 넘은 지금, 자신의 연기에 책임지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Cafe Mazia

입력 2006.07.25 10:51:00

군 입대로 지난 2년 반 동안 연기활동을 중단했던 이민우가 다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KBS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의 주연을 맡은 것. “처음 연기를 시작하는 듯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힌 이민우를 만났다.
제대 후 일일드라마 주연 맡은 이민우

오랜 세월 꾸준히 TV를 통해 보아온 연기자가 활동이 뜸해지면 ‘소식이 끊긴 가까운 친척’처럼 그 안부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특히 그 성장과정을 꾸준히 목격(?)했던 아역출신 연기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군복무를 마치고 2년 반 만에 다시 만난 탤런트 이민우(31)는 남달리 반갑게 느껴진다.
반듯한 인상, 낮고 부드러운 음성은 예의 그대로지만 좀 더 단단해지고 원숙해진 것 같다. 2004년 KBS 사극 ‘무인시대’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던 그는 지난 1월 제대한 뒤, 올 6월 KBS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에서 주인공 홍우경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드라마 시작하고 얼마 동안은 촬영장에 적응이 안돼 힘들었어요. 일일극 촬영상황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예전에는 일일극의 경우 스튜디오 촬영을 주로 하고, 복잡한 촬영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야외촬영이 많아졌어요. 미니시리즈 촬영하듯 강행군을 하더라고요. 처음엔 긴장해서 하나하나 따라가기도 바빴는데 한 달 정도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요. 그런데 적응이 된 만큼 연기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네요. 아직도 편하게 적응된 건 아닌가봐요.”
군에 가기 전에 비해 11kg가량 살이 빠졌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간 군대에서 고생이 심했나 보다며 지레짐작하니, 손사래를 친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나와서 보니 분명 제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더라고요. 살은 고생해서 빠진 게 아니라 운동하면서 빠진 거예요. 군 입대 전에 살이 많이 쪄서 76kg까지 나갔는데 지금 65kg이에요. 군에서 매일 한 시간 이상 줄넘기하고, 아침 점심 저녁에 팔굽혀펴기를 하다보니 살이 빠지더라고요.”
그는 연예사병으로 문선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먼저 제대한 홍경민이나 아직 군에 남아있는 지성, 박광현, 윤계상 등이 다 같은 소속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들어온 지 얼마 안돼 이재황, 홍경민이 제대했고, 제대하기 3개월 전에 지성, 홍경인, 박광현, 윤계상 등이 입대한 탓에 동료연예인들과 함께 군 생활했던 시간은 별로 없었다고.
“지성씨나 윤계상씨 등이 왔을 땐 제가 ‘초절정 말년’이라 그다지 에피소드를 만들 만한 시간도 없었어요. 뭐, 아랫것들…(웃음). 지성씨와는 군대 오기 전부터 친했는데, 고참인 제가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옆에 데리고 자는 것뿐이었죠(웃음). 나중에 제대하면서 혼자 나가려니까 좀 기분이 그렇더라고요. 미안하고, 걱정도 되고….”
군 제대 후 5개월여 쉬는 동안에는 사회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정말 ‘놀았다’ 싶게 쉬어본 건 처음 두 달 정도예요. 짧게 지방에 다녀오고,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웃음). 나머지는 사회에 적응하는 데 모든 시간을 썼어요. 먼저 홍경민, 이재황 등 제대한 친구들을 만났는데, 일을 너무 빨리 시작해도 문제지만 그냥 놀다보면 적응하는 데 6개월 넘게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신문 같은 거 많이 보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어요. 겨울이니까 모자랑 마스크 쓰고, 혼자서 아무데나 발길 가는 대로 걸어다녔죠.”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가 웃으며 말을 덧붙인다.
“사실,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에요.”

제대 후 일일드라마 주연 맡은 이민우

‘열아홉 순정’은 따뜻한 드라마라는 점 마음에 들어 선택
‘별난남자 별난여자’ 후속으로 방영하는 KBS 일일극 ‘열아홉 순정’은 그가 다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와 택한 첫 작품이다. 촬영 일정이 빽빽한 일일극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따뜻한 드라마라 하고 싶었어요. 요즘 드라마를 보면 강한 걸 넘어서 독하잖아요. 자극이 심하죠. 제가 느끼기에 ‘열아홉…’은 그런 부분이 없어서 맘에 들었어요.”
자신의 연기에 대한 호평보다 출연하는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말을 들을 때 연기자로서 보람을 느낀다는 이민우는 ‘열아홉…’에서 맡은 홍우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따뜻하고 꿈을 가진 남자’라고 표현한다.
“홍우경이라는 역할은 디지털, 아날로그의 중간이라는 점에서 ‘디지로그’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저와 다른 것도 많지만 고전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닮았어요. 무척 반듯한 사람인데, 꿈을 이루기 위해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져요. 그리고 현실에서 꿈을 이뤄내고요. 저는 무엇보다도 우경이가 꿈이 있는 남자라는 게 좋았어요. 그 역할을 통해 ‘세상에 저렇게 따뜻한 남자가 있네’ ‘아, 저렇게 꿈을 실현할 수도 있는 거구나’ 그런 것들을 잘 보여주고 싶어요.”
‘바른생활’ 혹은 ‘모범생’ 캐릭터는 그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실제 성격도 반듯할 것 같다고 말하자 “꼭 그렇지는 않다”고 답한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반듯한’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사극의 경우 ‘춘향전’의 이몽룡을 빼면 ‘용의 눈물’ 양녕대군처럼 문제 있는 역이었고요. 현대극에선 까불거리는 역할도 많이 했는데 ‘카이스트’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그런 역할은 기억을 못하시더라고요. 실제 성격도 모범생 타입은 아니에요. 욱하는 성질도 있고요. 다만 제가 만들어놓은 규칙을 잘 지키는 건 있어요. 그게 세상의 규칙과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제 원칙에는 충실하기 때문에 얼핏 보면 착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요(웃음).”
자신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이민우는 그 때문에 ‘독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아역배우를 해서 학교에 자주 빠졌어요. 그렇게 중학교에 가서 첫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형편없었죠. 그때 ‘공부 못하면 개망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서인지, 저 자신보다는 탤런트 이민우로서 너무 창피했어요. 그래서 공부는 열심히 했죠. 고등학교 때 잠시 삐딱선을 타면서 무너지기도 했지만, ‘이민우 돌대가리래’ 이런 식으로 창피당하기 싫어서 열심히 해야 했어요.”
욕심나는 배역에 대해서 묻자 “특정한 배역을 연기하고 싶기보다는 좋은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으로선 배역을 구분하고 싶지 않아요. 배역에 관계없이 극이 좋다면 할 거고요. 마찬가지로 닮고 싶거나 뛰어넘고 싶은 배우가 누구냐는 말에도 답하기가 어려워요. 안성기 선생님이나 최불암 선생님, 최민식·송강호 선배님 등 훌륭하신 분들은 참 많죠. 하지만 ‘누구를 쫓아가고 싶다’ ‘누구를 능가하고 싶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을 때,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당신 연기는 누구와 비할 만하다’고 평가하면 모를까. 주제넘게 그런 얘기 하는 건 너무 이른 것 같아요. 저부터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냥(웃음).”
하지만 존경하는 선배 연기자로는 이덕화를 꼽는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그에게 이덕화는 사석에서 서로 ‘아버지’와 ‘아들’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가장 존경하는 분은 우리 아버지인 이덕화 선생님이죠. 자주 뵙고 연락 드리진 못하지만 어쨌든 호칭은 아버지와 아들이고요. ‘여인천하’를 같이하다 아버지(이덕화) 때문에 ‘오남매’라는 주말연속극에 부자관계로 출연하면서 아버지라고 부르게 됐죠. 함께 드라마를 찍으면서 멋진 남자, 멋진 배우라고 느꼈는데 저랑 스타일은 정말 다르지만 참 매력적인 분이세요.”

얼마 전 이민우는 “4년간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자친구에 대해 묻자, 일반인인 여자친구가 사생활이 공개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편하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했는데 생각보다 널리 알려졌어요. 그분(여자친구)께서 자신과 관련된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아달래요. 제가 나온 기사를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오니까 좀 황당한가봐요. 스트레스일 수 있겠더라고요. 앞으로 인터뷰에서 자기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해서 ‘넹’ 그랬죠. 4년간 한번도 싸운 적 없는데, 더 얘기하면 싸우게 될 것 같아요(웃음).”

이덕화와는 ‘아버지’ ‘아들’로 부르는 사이, 4년 사귄 여자친구 있어
제대 후 일일드라마 주연 맡은 이민우

네 살 때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제 27년 차 중견 연기자다.
“많은 분들이 ‘조선왕조 오백년’으로 데뷔한 줄 아시는데 그전에 CF랑 교육방송 같은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처음 했던 건, 호화 개인용 보트 선전이었는데 그 안에 침대와 냉장고 등이 들어 있었던 게 기억나요.”
우연히 시작한 연기생활이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을 정도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것에 더없이 만족한다”고 말하는 그는 지난해 서른을 넘겼다. 서른을 넘기면서 연기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고 한다.
“그전에 생각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돼요. 이제는 자신의 연기에 책임지는 진짜 배우가 돼야 할 테니까요. 지금부터는 모든 일들 하나하나가 흔적을 남길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막말로 얘기해서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거죠(웃음). 배우로서 설 수 있어야 계속해서 자기 몫이 생길 텐데 배우로 자립이 안돼 있다면 어디서 연기하겠어요. 그래서 많이 긴장되더라고요.”
군대에 있으면서 그간 자신이 ‘쉽게 했던’ 연기에 대해 반성했다는 이민우. “당분간은 드라마에만 매진하겠다”는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연예인이 아닌, ‘진짜 배우’로서 연기에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주제넘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누구나 끼만 있으면 되는 게 연예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배우라기보다는 연예인이었고요. 그동안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것을 많이 반성했어요. 이젠 배우로 연기에 임하는 자세, 배우로서 살아가는 자세… 그런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답을 찾진 못했지만.”
치열한 고민 끝에 ‘배우’로 거듭날 그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를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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