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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 고초 겪으며 ‘강인한 리더십’ 보여준 박근혜 의원

글·송화선 기자 / 사진ㆍ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6.07.24 17:06:00

박근혜 의원이 6월16일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이끌며 ‘박근혜의 힘’을 보여준 그는 당분간 건강을 추스르며 의정활동에 충실할 계획. 하지만 조만간 본격적으로 2007년 대선 준비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유세과정에서 당한 피습 악몽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박근혜 의원의 근황.
피습 고초 겪으며 ‘강인한 리더십’ 보여준 박근혜 의원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는 최초로 퇴임식을 치른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지난 6월1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마당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붐볐다. 이날은 박근혜 의원(53)이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직에서 퇴임한 날. 한나라당 역사상 당대표가 임기를 마치고 퇴임식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모임에 참석한 당원들은 하나같이 들떠 보였다. 한나라당 대표의 임기는 2년. 박 의원은 2004년 3월 탄핵 역풍 속에서 3개월짜리 임시 대표직을 맡은 뒤, 그해 7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대표로 선출돼 2년의 임기를 채웠다.
그간의 대표들은 대부분 선거 패배 등의 책임을 지고 공식행사 없이 물러났지만, 박 의원은 달랐다. 그는 임시대표 시절이던 2004년 4·15 총선에서 의석 1백21석을 확보하며 당을 살렸고, 이어진 6월 지방단체장 재보선과 지난해 4·30, 10·26 재보선에서도 잇달아 승리를 거뒀다. 당 대표 임기 중 마지막 선거가 된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까지 압승을 거둔 그는 이날 명예로운 퇴임식을 갖게 됐다. 박 의원의 임기 동안 여당 대표가 무려 8번이나 교체된 점과 비교해보면, 그의 퇴임식이 우리 정치권에서 얼마나 이례적인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부상 후 병원에서 “많이 놀라셨죠?” 하며 오히려 놀란 당직자들 위로
박 의원의 퇴임이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그가 지난 5·31 지방선거 유세과정에서 피습당해 얼굴을 60바늘이나 꿰매는 대수술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기 때문.
160cm가 채 되지 않는 키에 가냘픈 몸매를 한 박 의원은 보호본능을 일으킬 만큼 약해 보인다. 입가에 늘 미소를 띠고 있는 그의 평소 표정 역시 잔잔하기만 하다. 하지만 박 의원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하나같이 그가 ‘강하고 의연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박 의원의 이런 면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이번 피습사건.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이던 유정복 의원은 “지난 5월20일 피습사건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는데도 박 대표가 워낙 침착하게 대처해 별일 아닌 줄 알았다”며 “세브란스 응급실에 도착해 보니 얼굴이 10cm 넘게 찢어진 상태로 피가 흘러 깜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당황한 당직자들이 아무 말 못하고 쩔쩔매고 있으니 박 대표가 오히려 ‘많이 놀라셨죠?’ 하며 저희를 위로하시더군요. 그게 칼에 찔린 뒤 처음 입을 열어 한 말입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면서는 ‘지금 선거 중입니다. 당에서는 흔들림 없이 선거운동에 임하도록 지시하세요’라고 하셨고요. 그런 상황에서 주위 사람을 걱정하고, 선거까지 챙기시는 모습을 보며 한 번 더 놀랐어요.”
박 의원은 3시간에 걸친 수술을 마치고 첫 업무보고를 받은 날도 “대전은요?”라고 물으며 선거 당시 격전지이던 대전 상황을 직접 챙겨 화제를 모았다. 5월29일 퇴원 뒤에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전과 제주도로 유세를 떠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의연함’은 젊은 시절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피살을 잇달아 겪는 등 큰 시련 속에서 자연스레 단련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이 30대이던 1989년 쓴 일기에는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너무나 끊임없이 겪게 되는 어려움들이라 이제는 어느 정도 만성이 되었다. 옛날 같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생각되는 고통일 텐데도 지금은 눈물 한 방울 없이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피습 고초 겪으며 ‘강인한 리더십’ 보여준 박근혜 의원

세브란스 병원에서 얼굴 상처를 치료받고 있는 모습.

피습 고초 겪으며 ‘강인한 리더십’ 보여준 박근혜 의원

퇴원 당일 대전으로 내려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는 박근혜 의원.


그러나 박 의원은 퇴원 후 수술대에서 누가 가장 생각났느냐는 질문에 ‘아휴’ 하며 잠시 망설이다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두 분 다 흉탄에 가셨는데 나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실은 두렵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적지 않았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상처에 반사적으로 손을 댄 순간, 생각보다 베인 부분이 크다는 걸 느꼈다. 피가 막 쏟아져나와 손으로 압박하고 지혈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지혈을 안 했으면 큰일날 뻔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피습을 당한 뒤 계속 미음과 죽만 먹다 지난 6월7일부터 식사를 시작한 박 의원은 “이젠 딱딱한 것만 빼놓고는 모두 잘 먹는다”며 “매일 아침마다 자명종 소리를 듣고, 세수를 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 잠잘 때 상처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도록 “꿈속에서도 조심한다”고 한다. 당분간은 상처 보호를 위해 계속 테이프를 붙이고 다녀야 하며, 6개월쯤 지난 뒤 상태를 봐서 성형수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다친 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두려운 마음 털어놓기도
이번 피습과정에서 박 의원은 큰 고통을 겪었지만, 한편으로는 시민들에게 강인한 리더십을 각인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퇴원 후 병원 앞에서 “이번에 죽을 수도 있었는데 살아서 퇴원했으니, 선진강국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힌 그는 “퇴임 후 당분간은 건강을 지키며 재충전하겠다”면서도 “언제쯤 재충전이 끝날까요”라는 질문에 “여러분들이 보고 싶다고 그러시면 나올게요”라고 말할 만큼 정치활동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당 대표 퇴임식에서도 “이 자리가 저의 임기를 끝내는 이임식이 아니라, 더욱 능력있고 역동적인 한나라당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서 내년 정권교체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사실상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사 옆 화분에는 박 의원이 지난 2004년 6월 당사 이전 때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심은 10년생 소나무가 ‘기다림 2007’이라는 팻말을 단 채 자라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준비 중인 박 의원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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