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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자린고비형 영어교육’

최연소 통역 봉사자로 활약한 김준영군 엄마 임영순

입력 2006.06.27 16:17:00

‘독특한 자린고비형 영어교육’

김준영군(13)은 지난해 경남 김해에서 열린 ‘2005 가야세계문화축전’에 최연소 영어통역 자원봉사자로 선발돼 화제를 모았다. 영어학원에 다닌 적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도 없지만 유창한 영어회화 실력을 자랑하는 준영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한국어 자막이 없는 외화 비디오테이프를 반복 시청하면서 귀가 트이고 말문이 열렸다고. 이같은 준영군의 ‘자린고비형’ 영어공부법은 엄마 임영순씨(43)의 독특한 교육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영어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 아이들이 잘하게 마련이에요. 학원이나 과외 수업, 어학연수 등 투자를 많이 해야 아이의 영어실력이 오르니까요. 하지만 저는 주제파악부터 했어요. 김해 같은 소도시에서 서울 강남의 아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지요. 더군다나 싱글 맘인 제겐 거액의 사교육비를 지불할 능력도 없거든요. 그래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준영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임영순씨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었다. 아빠, 엄마, 할머니, 이모, 삼촌 등 우리말을 가르쳐주는 많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자라는 아기도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4∼5년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익혀 능숙하게 말하게 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자명한 이치. 임씨는 준영군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자기 마음대로 좋아하는 외화 비디오테이프 서너 개를 반복해서 보도록 내버려두었다고 한다.
“준영이가 만화영화 ‘스튜어트 리틀’을 보면서 깔깔 웃기에 내용을 아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면서도 계속 재미있게 보더군요. 그때 전 내용을 알아듣게 하려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어요. 알아듣는 것은 나중 일이니까요. 영어 비디오를 재미있게 보며 즐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단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임영순씨는 하루에 몇 시간씩 영어학원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보다는 집에서 빈둥거리며 외화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영어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몇 배 더 효과가 좋은 영어공부법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가끔씩 아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가서 ‘스타워즈’나 ‘매트릭스’ 등을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관의 대형화면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영화장면을 보면 영어에 대한 자극을 더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영어란 공부할 대상이 아니라 영어문화권의 책이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해주었지요.”
임영순씨는 준영군이 4학년이 되고 나서야 영어 철자와 발음 사이의 관계를 가르쳤고 서점에서 영어교재를 사다가 풀게 했다. 그러면서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만화비디오를 구해서 보게 했다. 엄마의 경제력을 고려해줬는지 준영군은 같은 비디오를 여러 번 되풀이해 보는 것을 지루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준영군은 특히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해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면 임씨는 이것을 구해와 여러 번 반복해 보게 했다. 뿐만 아니라 준영군이 영화음악에도 흥미를 느끼고 팝송을 자주 흥얼리자 임씨는 위성방송 수신기를 달았는데, 요즘 준영군은 영어만화 채널을 즐겨보고 있다고.
“영어방송 프로그램은 영어뿐만 아니라 그 나라 또래 아이들의 문화까지도 익힐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특정 프로를 정해놓고 시청하게 하기보다는 준영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이것저것을 부담 없이 보도록 하고 있어요.”

길거리에서 만난 외국인과 대화하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 얻게 만들어
또한 임영순씨는 준영군이 외국인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적극성을 보였다. 거리에서 외국인이 보이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준영군에게 말을 건네보라며 등을 떠민 것. 처음에는 “엄마, 제발…” 하며 몸을 뒤로 빼던 준영군도 엄마의 완강한 고집에 마지못해 주저하면서 외국인에게 다가가 “어디서 왔냐” “직업이 뭐냐” “한국에 온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과외수업을 받으려면 적지않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거리에서 만나는 외국인을 활용함으로써 돈도 들이지 않고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제가 외국인 앞에서 쩔쩔매며 영어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러고는 준영이에게 ‘엄마가 할 줄 아는 영어는 하이(Hi) 정도’라면서 ‘준영이가 다 크면 함께 세계여행을 떠날 건데 네가 영어를 잘해야 우리 모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동기를 부여했죠.”
고등학교 미술교사 출신으로 미술강사이자 색채심리 인테리어 전문가로 활동하는 임씨는 지난해 7월 준영군과 함께 파키스탄 의료자원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파키스탄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고 벽화를 그리는 일을 담당했고 준영군은 통역 자격으로 동행했다.
“경비가 부족해 ‘애마’인 승합차를 팔았어요. 저는 미술캠프를 열었고 준영이는 저와 떨어져 통역 자원봉사를 했어요. 파키스탄에 머문 기간은 불과 8일 남짓이었지만 그 후 준영이는 영어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준영군은 지난해 경남 김해의 가야유적지 일원에서 열린 가야세계문화축전의 통역 자원봉사를 훌륭하게 해냈다. 주최 측에서는 처음에 준영군이 너무 어리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실력 테스트를 해보더니 흔쾌히 자원봉사자로 받아주었다고 한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어도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냈잖아요. 엄마가 꼭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아이는 영어를 잘하게 만들 수 있어요. 영어에 ‘무식하게’ 부딪쳐보는 것, 그것이 최상의 방법 같아요.”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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