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화예술 자원봉사’라는 생소한 단어를 접하게 된 건 지난해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주최한 ‘문화예술 자원봉사자 교육’에 참가하면서부터다. 당시 임신 중이던 나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다루고 있는 교육내용이 태교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신청을 했다. 하지만 막상 주 1회 한 달 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에는 나도 모르게 봉사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출산 후 한 달이 안 돼 봉사활동을 다시 시작할 정도였다. 문화예술 자원봉사란 문화 프로그램의 기획, 운영, 진행을 돕는 일인데, 나는 요즘 ‘의정부 예술의전당’ 자원봉사 동아리인 ‘예당지기’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은 오후 2시와 4시에 소극장에서 어린이 연극 ‘하마가 난다’ 공연이 있다. 나와 동료 한 명이 공연 진행과 안내를 돕기로 했다. 오후 1시에 극장 사무실에 도착해 극장 안팎을 한 바퀴 돌며 홍보물과 시설을 점검한다. 좌석은 깨끗한지, 안내등에는 이상이 없는지, 입장 제한 출입구는 잘 잠겨있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오늘처럼 어린이 공연이 있는 날은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바짝 긴장을 해야 한다.
공연 시작 30분 전, 벌써부터 공연장 로비는 삼삼오오 모여있는 아이들과 엄마들로 북적거린다.
“아줌마, 오늘 하는 게 하마 맞아요?”
“그래 맞아.”
“진짜 하마가 날아요?”
“글쎄? 아줌마도 하마가 나는 건 못 봤는데…. 네가 보고 나중에 아줌마한테 얘기해줄래?”
너무 많은 내용을 늘어놓으면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해야 한다.
“관객 여러분들, 입장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흐르고 객석 입장이 시작되면 나는 관객들을 지정된 자리로 안내해준다. 특히 어린이 공연은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입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명 한명 좌석까지 안내해줘야 한다.
공연이 시작돼도 나의 일은 계속된다. 뒤늦게 화장실을 찾는 아이, 암전이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공연을 잘 볼 수 있도록 옆에서 세심하게 살피며 도와줘야 하는 것. 한번은 공연 내내 우는 아이를 안고 공연을 본 적도 있다. 그 꼬마 친구는 공연은 너무 보고 싶은데 혼자는 무섭고, 엄마는 아기인 동생 때문에 극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서 울음을 터뜨렸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 엄마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밀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오후 4시 공연까지 무사히 마치고 객석을 정리하니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온 생후 9개월 된 아들 진호 생각에 발길이 바쁘다. 남들은 출산 후 우울증이 생겨 힘들어한다고 하는데, 나는 봉사활동 덕분에 우울할 시간이 없다. 오히려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하고, 예술을 만드는 작업에 도움을 줬다는 자부심에 취하다 보니 엔도르핀이 절로 솟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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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의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real1life@ 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61-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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