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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행복한 그녀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로 데뷔 30년 만에 인기 끄는 탤런트 이숙

“수없이 좌절하면서도 묵묵히 걸어온 연기인생, 이제야 그 결실 보는 것 같아 행복해요”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ㆍ조영철 기자

입력 2006.06.21 16:38:00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박해미의 춤바람난 친구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 중견 탤런트 이숙. 최근 “춤바람에 이어 노래바람까지 일으키겠다”며 트로트 앨범 발매를 선언한 그를 만나 30년 연기인생과 뒤늦게 찾아온 전성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로 데뷔 30년 만에 인기 끄는 탤런트 이숙

“30년 연기인생의 한을 이번에 다 풀었어요. 화려한 옷, 야한 장신구, 섹시한 화장…. 그동안 그토록 원하던 모든 것을 원없이 해봤거든요. 하하하.”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소피아’ 역을 맡아 화려한 모습을 한껏 보여주고 있는 탤런트 이숙(50). 그는 “오랜 세월 내 마음에 맺힌 서운함과 울분, 상처는 아무도 모른다”며 입을 열었다.
“지금껏 제가 맡은 역할은 이름도 제대로 없는 것들이었어요. 고작해야 ‘전원일기’ 쌍봉댁 아니면 이 상궁, 최 상궁, 박 상궁 같은 게 전부였죠. 제가 아마 우리나라에서 상궁 역으로 최다 출연한 탤런트일 겁니다. 그렇게 30년을 보내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피아’라는 예쁜 문패를 달게 됐으니 기쁠 수밖에요.”
이씨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표독스런 시어머니, 집념 강한 커리어우먼 등 어떤 역이든 맡겨만 주면 잘해낼 자신이 있었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언제나 극 중간에 잠깐 등장하다 사라지는 작은 조역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엊그제 신문에서 작가 공지영씨가 ‘나를 키운 건 8할이 상처였다’고 말한 걸 읽었어요. 전 정말 그 말에 공감해요. 드라마 섭외가 들어올 때마다 ‘왜 내게는 주요 배역을 안 주는 걸까’ 고민하고 아파했거든요. 그 상처와 좌절이 오늘까지 나를 버티게 한 힘이죠.”
지난 30년은 이씨에게 ‘언젠가는 나를 알아주는 작가, 연출자가 있겠지. 나는 대기만성이니까’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건너온 세월이었다고 한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이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내내 “언젠가는 서울에 가서 내 꿈을 펼칠 것”이라고 벼르던 야심 많은 소녀였다고 한다. 사람들 앞에서 조리 있게 의견을 전달하는 말솜씨가 뛰어나 정치인을 꿈꾸기도 했다고. 대학(명지대 행정학과) 진학을 위해 서울에 올라온 뒤 우연히 치른 성우시험에 합격하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에게 ‘배우의 끼’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1976년 MBC 탤런트 공채 8기로 입사하면서부터. 당시 함께 합격한 동기는 탤런트 김보연, 전인택 등이라고 한다.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을 때 느낀 감격과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도 탤런트 시험 경쟁률이 ‘몇 천대 1’이었거든요. 제 수험번호가 250번이었다는 것까지 기억날 만큼 모든 게 다 생생해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쁨과 가슴 벅찬 기대로 시작한 탤런트 생활. 그러나 그에게 처음 맡겨진 역할은 떡장수 아줌마였고, 이후에도 시장 아줌마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안한 서민 이미지의 배역만 주어졌다. 심지어 그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드라마에서 가정부 역할만 맡는 탤런트’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이 ‘이 역을 할 사람은 이숙뿐’이라며 절 캐스팅했대요. 극 중 이야기가 실제 저와 똑같으니까요. 제가 원래는 시 쓰기 좋아하는 문학소녀였는데 수다스럽고 억척맞은 아줌마 역만 계속 맡다보니 성격까지 그렇게 변해버렸어요.”
그러나 그가 자신의 배역에 실망했다고 해서 연기까지 소홀히 했던 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연기 철학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에 맞게, 아무리 작은 역이라도 최선을 다했다고.
“신인 시절 한 드라마에 순대장수 아줌마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굉장히 작은 단역이었지만, 전 어떻게 하면 진짜 순대장수처럼 보일까 밤을 새워 고민했죠. 순대 가마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야 될 것 같은데 그 때만 해도 드라마 제작 여건이 안 좋을 때라 난로를 안 피워주는 거예요. 그래서 제 돈으로 기름을 사다가 불을 땠죠. 나중에 드라마 끝나고 방송국으로 전화가 걸려왔대요. 그 순대장수 아줌마, 정말 동대문에서 데려온 사람 아니냐고요(웃음).”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로 데뷔 30년 만에 인기 끄는 탤런트 이숙

1980년대 초반 ‘리숙’이라는 예명으로 발매한 앨범을 들고 있는 이숙.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로 데뷔 30년 만에 인기 끄는 탤런트 이숙

연기인생 30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숙은 “바쁘지만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작은 역을 맡아도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애정과 욕심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늘이시여’에서 춤바람난 부잣집 주부 ‘소피아’ 역을 맡게 되자 완벽한 변신을 위해 50대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꼽 피어싱까지 했을 정도다.
‘하늘이시여’는 여러 가지로 그에게 뜻 깊은 작품이다. “이 인터뷰가 기사로 나올 때쯤에는 이미 드라마가 방송됐을 테니 괜찮을 것”이라면서 그가 미리 공개한 바로는 자경(윤정희)이 영선(한혜숙)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폭로하는 데 소피아의 활약이 크다고 한다.
“30년 연기하면서 그렇게 많은 대사를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하늘이시여’가 70회 방송되는 동안 한 대사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한 번에 했다니까요. 기절할 만큼 힘들었지만 행복했어요. 아쉽게도 ‘하늘이시여’는 6월 중순에 80회로 끝난다고 하네요. 한 100회까지 했으면 좋겠는데. 하하하.”
그는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만큼 현장 분위기도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얼마 전에는 소피아의 애인인 ‘퇴물 제비’로 등장하는 이대로가 그를 속옷 가게에 데려가 속옷을 선물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녹화가 끝난 뒤 정말 그 속옷을 사서 자신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이대로가 “와이프에게도 생전 해본 적 없는 속옷 선물”이라고 말하기에 자신도 “난생처음 남자에게서 받는 속옷 선물”이라고 맞받았다고. 다른 동료 배우들이 “이러다 정말 둘이 사고 내는 거 아니냐”며 놀려대 촬영현장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고 한다.

송대관과 듀엣곡 실은 4집 앨범 발매할 계획
‘하늘이시여’의 인기로 요즘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이제 곧 발매할 네 번째 앨범 준비 때문에 더욱 분주하다고 한다. 사실 그동안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 그는 이미 3장의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80년대 초반 ‘기도’ ‘애수’ ‘고독한 여자’ 등을 각각 타이틀 곡으로 한 앨범 3장을 냈어요. 수록곡 대부분이 발라드였는데, 가요 프로그램에 소개돼 팬레터도 올 만큼 반응이 꽤 괜찮았죠.”
‘눈이 나리네’라는 노래로 유명한 가수 이숙과 구별하기 위해 ‘탤런트 리숙’이라는 가수 활동용 예명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3집 활동 후 한동안 가요계에서 떠나 있던 그는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온 가수 송대관의 도움으로 4집 앨범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송대관씨 부인과 제가 친자매나 다름없거든요. 거의 매일 오갈 정도로 친하게 지내죠. 제가 하도 그 집에서 밥을 얻어먹곤 해서 아예 쌀을 포대째 들여보낸 적도 있어요.”

그 인연으로 송대관에게 3년 전부터 ‘앨범 낼 때 나하고 부르는 듀엣 곡 하나 넣어달라’고 졸랐는데 송대관이 결국 승낙해 4집 앨범에 그와 부른 곡을 싣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기존 앨범들과 달리 흥겨운 리듬의 트로트를 주로 담을 계획이며, 방송활동을 통해 ‘하늘이시여’에서 갈고닦은 멋진 춤 솜씨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그의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만간 그의 첫 베드신이 담긴 영화 ‘무도리’도 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직 개봉 날짜가 잡히지 않았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최주봉이 짝사랑하는 시골 다방 마담 역을 맡아 난생처음 ‘찐한’ 장면을 연기했다고 한다.
“기운도 없는 노인네가 다방 마담에게 계속 집적거리다가 돈을 주고 관계를 갖기로 했는데 결국 잘 안되는, 에로틱하다기보다 코믹한 장면이에요.”
그는 가볍게 웃었지만, 그의 웃음에서는 오랜 조역 생활을 딛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전성기를 만들어낸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묻어났다.
“전 ‘어변성용(漁變成龍)’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는 뜻인데, 어릴 적에는 신통치 않던 사람이 커서 훌륭하게 되는 걸 가리키는 말이죠. 두고 보세요. 언젠가는 저도 용이 돼 하늘 높이 솟아오를 테니까요.”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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