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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연애시대’로 연기 첫발 내디딘 이진욱

“사람들에게 행복, 추억 줄 수 있는 배우 되고 싶어요”

글·구가인 기자 / 사진ㆍ이영진‘ZOAZOA스튜디오’

입력 2006.05.18 15:54:00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신인 연기자 이진욱. CF를 통해 먼저 얼굴을 알린 그는 이제 ‘진짜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독한 면, 엉뚱한 구석이 많다고 말하는 신인 연기자 이진욱을 만났다.
드라마 ‘연애시대’로 연기 첫발 내디딘 이진욱

식당 일에 지친 어머니를 위해 트로트 ‘네박자’에 맞춰 막춤공연을 하는 아들(박카스), 조인성이 건네주는 캔 커피를 넘겨받으며 웃어주는 친구(맥스웰 캔커피), 몽골 유목민 할아버지와 커피 & 도넛을 나눠 먹는 여행객(던킨도너츠)….
CF에 등장하는 ‘청년’은 웃을 때 생기는 눈가의 주름이 매력적이다. 자칫하면 느끼해질 수 있는 게 남자의 눈웃음이지만, 그의 눈웃음은 참 선하고 건강(?)하다.
화보 진행을 위해 그 ‘건강청년’ 이진욱(25)을 만났다. 실제 모습 역시, 화면 속 이미지 그대로다. 밝고 부드러운 인상에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친근하다’고 인사말을 건네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누구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조인성, 박용하씨에서부터 일본배우 다케노우치 유타카, 홍콩배우 금성무, 심지어 톰 크루즈까지… 누구와 닮았다는 이야길 많이 들어요. 처음 한두 명한테 들었을 때는 ‘뭘 닮아’ 했는데,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요. 닮은 사람만 한 스무명은 되는 것 같아요(웃음).”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 출연 중인 신인 이진욱. CF로 먼저 얼굴을 알린 그는 광고에서 자신이 보여준 밝고 부드러운 이미지에 대해 “싫지 않지만 평소와 달라 어색하다”고 말하며 겉으로 보이는 선한 인상과 달리 “질기고 독한 면이 많다”고 한다.
“대체로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강한 모습도 많아요. 무언가를 결정하고, 밀고 나가야 할 때는 저돌적이죠. 한번 시작한 일은 질기고 독하게 매달리고요.”
던킨도너츠, 박카스, 현대 M카드 등 여러 CF를 통해 얼굴을 알린 그는 지난 3월 말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이 맡은 주인공 유은호를 쫓아다니는 민현중 역을 맡았다. 신예로서는 얻기 어려운 행운을 거머쥔 것. 언뜻 보기엔 탄탄대로를 걸은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나보다.
“CF로는 2003년에 데뷔했지만 모델이 아닌 연기자가 되고 싶었죠. 그렇게 되는 데 2년이 걸렸어요. 그동안 수차례 오디션을 봤고 수없이 떨어졌어요. 이번 ‘연애시대’ 역시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진 후, 따로 한 번 더 오디션을 요청해서 얻어낸 배역이에요.”
어렵게 따낸 배역이자 처음 맡게 된 비중 있는 배역인 만큼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남달랐다. 수영장에서 찍는 장면이 많자 국가대표 강사에게 3개월간 수영 특별훈련을 받는가 하면 하루 8시간 이상 연기수업을 받았다고.
“자유영에서 접영까지 마스터했으니까 통나무에서 물개로 변신한 거죠(웃음). 허진호 감독의 10분짜리 단편영화와 MBC 단막극 ‘베스트극장’에 출연한 적이 있긴 하지만 드라마에서 주요 배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열심히 해야죠.”

대학교 1학년 때 무작정 상경, 막노동부터 서비스업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
무엇인가에 ‘꽂히면’ 몰입하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건 그의 특기인 것 같다. 이진욱은 2000년 고향 충북 청주를 떠나 무작정 상경했다. 당시 열아홉 살, 대학 1학년을 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공부는 아니다” 싶어 학교를 그만뒀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에 올라올 당시만 해도 연기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드라마 ‘연애시대’로 연기 첫발 내디딘 이진욱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를 못 가고 성적에 맞춰 그냥 간 학교라 더 이상 다니기 싫었어요. 재수는 하기 싫고, 공부 말고 다른 게 하고 싶었죠. 그래서 무작정 짐을 싸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때까지 연기자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서비스업으로 나갈까, 아니면 중장비 같은 기술을 배울까. 그러면서 뭘 하든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어요.”
1남3녀 중 막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돌출행동에 그의 부모는 당황스러워했다.
“굉장히 반대하셨는데 대꾸하면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 전혀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저는 갑니다’ 그러고 왔죠(웃음).”
서울에 사는 누나 집, 친구 집 등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는 것이 미안해 한때는 “못 먹어서 병이 날 정도였다”는 그는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막노동도 했고요. 커피숍, 레스토랑, 소주방 등 다양한 서비스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웃음). 그래도 계속 경제적으로 쪼들리니까 사람 만나는 걸 피하게 되더라고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집에서 혼자 축구 보고…(웃음).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도 집으로 돌아갈 순 없었죠. 돌아가도 더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분명 내게 맞는 일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 즈음 관심을 갖게 된 게 ‘연기’였다. 서울에 올라온 지 2년이 지났을 때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학교 다닐 때도 장기자랑 한번 나간 적 없을 정도로 조용한 성격이라 지금도 저를 아는 친구들은 다들 놀라요. 그냥 연기를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연기학원에 등록하고, 혼자 프로필 사진 찍어서 잡지사와 에이전시 같은 데 찾아갔죠.”
그러나 처음에는 관심을 보여준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2003년 첫 지면 광고를 찍으면서 모델로 먼저 데뷔했다.
드라마 ‘연애시대’로 연기 첫발 내디딘 이진욱

“그때 여러 번 퇴짜 맞으면서 스타의 꿈은 진작 접었어요. 아, 나는 스타가 될 얼굴은 아니구나(웃음). 그렇지만 좋은 연기자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는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스타가 아닌 ‘좋은 연기자’가 되길 마음먹은 후부터 대학로에 찾아가 연기를 배웠다고 한다. 그는 연극 ‘클로저’ ‘출발’ 등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TV에 출연하지 않았으면 “계속해서 대학로에서 연극을 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무대 경험은 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처음 해보는 거니까, 재미있었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극무대에 참여해 많이 배우고 싶어요.”

존경하는 연기자는 백윤식, 소설 ‘향수’ 속 ‘연쇄살인범’ 연기 꼭 해보고 싶어
‘연애시대’에서 민현중은 평범한 이혼녀 유은호를 막무가내로 쫓아다녀 스토커 취급을 받는가 하면, 그녀에 대한 사랑도 거짓인 듯 진심인 듯 애매하고, 어떤 오해로 인해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있는 꽤 ‘비밀스러운’ 캐릭터다.
대학 1학년 중퇴, 꿈을 찾아 상경, 막노동 및 각종 서비스업 아르바이트, CF모델, 연기자… 스물다섯의 삶치곤, 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이진욱 역시 자신이 연기하는 민현중처럼 비밀스러운 점이 많은 인물이다.

드라마 ‘연애시대’로 연기 첫발 내디딘 이진욱

어떤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판소리 ‘심청가’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좋아한다는 흔치 않은 답변이 돌아온다.
“음악은 가리지 않고 들어요. 클래식과 국악 둘 다 매력 있어요. 판소리는 연기할 때 발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배웠는데 나중엔 정말 좋더라고요.”
좋아하는 책도 흔한 베스트셀러가 아닌 ‘고전’이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쥐스킨트의 ‘향수’를 재밌게 읽었다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정말 좋아해요. 그 책을 읽고 나서 나중에 ‘연쇄살인범’ 연기를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뒤틀리고 상처가 있는 역할, 평탄하지 않은 삶 같은 게 매력 있어요.”
평탄치 않은 삶을 이야기하면서 좋아하는 화가가 고흐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는 광기라 불릴 정도로 열정적인 삶에 매료된 듯했다. 일상에서 흔치 않은 강렬한 것, 이중적인 모습을 좋아한다는 그는 존경하는 연기자로 백윤식을 꼽는다. 백윤식만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을 닮고 싶다고.
“어릴 적 드라마 ‘파랑새는 없다’에 나오신 백윤식 선생님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해요. 사기꾼 무술인이었는데 웃기지만 슬픈 인물이었어요. 그런 캐릭터가 쉽지 않잖아요. 나이가 드신 지금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존경해요.”
지난 밤 촬영으로 날을 새웠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내색 없이 사진촬영을 하고, 인터뷰 내내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이진욱. 마지막으로 그에게 연기자로서의 꿈을 물었다.
“장국영이 사망한 뒤, 그의 팬들이 호텔 앞에 남기고 간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당신이 우리에게 준 행복, 추억을 잊지 못할 거라는 내용이었는데 저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소수일지라도 이진욱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그리고 제 연기를 보고 행복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06년 5월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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