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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의 새로운 모습

근엄한 이순신에서‘껄렁한’불량배로 변신한 김명민

기획ㆍ김유림 기자 / 글·김은진‘세계일보 기자’ / 사진ㆍ홍중식 기자

2006. 05. 04

지난해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은 김명민이 건달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랜 무명시절을 보내고 뒤늦게 연기자로서 인정받아 연기인생을 꽃피우고 있는 그를 만났다.

근엄한 이순신에서‘껄렁한’불량배로 변신한 김명민

김명민(34)의 삶은 지난해 방영된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 출연하기 이전과 이후로 구별된다. 배우로서 출세작을 갖게 됐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진짜 배우의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KBS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던 그는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저 자신을 위해서 연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불멸의 이순신’에서처럼 찡한 감동과 희망, 용기를 주는 연기를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일개 배우인 제 연기가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 줄 몰랐다”고 말한 그는 나보다 남을 즐겁게 하는 일, 뭔가 메시지 있는 연기를 하는 게 배우의 소명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요즘 껄렁한 불량배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내며 시청자들로부터 또다시 호평받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불량가족’에서 ‘날건달’ 오달건을 연기 중인 것.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장이었다가 실수로 ‘아웃’된 오달건은 사고로 가족과 기억을 잃어버린 아홉 살 소녀를 위해 가짜 삼촌 노릇을 하면서 잃었던 인간미를 되찾고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건달 연기가 쉽지 않지만 그동안 살면서 화내고 소리 지르고 싶었던 욕구들을 연기를 통해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웃음). 시청자들에게 건달이라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점도 의미 있고, 이번에 맡은 인물이 드라마가 품고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더욱 애착이 가요.”

“‘대기만성형’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그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종영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요즘도 촬영장에 찾아와 자신을 “이순신”이라고 부르는 팬들을 대할 때면 고마움과 부담감이 동시에 든다고 말한다. 또한 “옆에서 자꾸 부추기니까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 줄 알고 자만해지거나 나태해질까봐 겁이 난다”며 웃었다.
물론 이순신 역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그는 가족들과 함께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선발된 뒤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낸 그는 2년 넘게 공들여 찍은 영화 두 편이 90%가량 촬영된 상태에서 엎어지자 연기생활을 접기로 마음먹고 이민을 준비했다고. 집과 차를 다 처분하고 떠나려던 순간 운명의 장난처럼 그의 연기인생에 불쑥 찾아온 것이 바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었다.
“아무래도 저는 대기만성형인가봐요. 솔직히 외모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잖아요(웃음). 열심히 노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겠죠. 스타성을 의식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걷고 싶어요.”
“결핍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김명민. 그에게서 의연함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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