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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를 담은 ‘오시안의 꿈’

2006. 05. 04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를 담은 ‘오시안의 꿈’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 오시안의 꿈, 1813, 캔버스에 유채, 348×274cm, 몽토방 앵그르 미술관


마법과 신기한 사건들로 풍성한 해리 포터 이야기. 그 이야기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옛 유럽의 전설과 만나게 됩니다. 옛 유럽에는 용감한 기사들과 마법, 신기한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장 도미니크 앵그르가 그린 ‘오시안의 꿈’도 그런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지요. 그림 맨 아랫부분에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남자가 전설의 주인공 오시안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얼굴이 돼지처럼 생긴 여인과 결혼했습니다. 아무도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은 그 여인과 결혼한 것은, 결혼만 해주면 자신이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여인의 말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추녀의 말을 믿어준 그는 진정 용기 있는 남자였습니다. 그 용기에 대한 보상이랄까,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아내와 오시안은 ‘티르나 느 오그’라는 젊은이의 땅으로 가 3백 년 동안 왕 노릇을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젊음과 행복에 취해 있던 오시안은 문득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대 그 땅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아내의 충고를 마음에 새기고 고향에 간 오시안. 그러나 불행히도 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고 맙니다. 그로 인해 타고 간 마법의 말은 그 자리에서 죽고 자신은 졸지에 눈먼 노인이 돼 버렸습니다.
그림 속의 오시안은 그렇게 노인의 모습으로 수금(하프)에 기대 잠이 들었습니다. 그의 꿈속에 나타난 왕국은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 눈의 왕 등 그가 아는 모든 이들이 얼음처럼 굳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 그 아득하고도 아련한 그리움을 실감하게 합니다.
혹시 우리가 간절히 원한다면 오늘밤 꿈속에서 오시안의 나라를 방문해볼 수 있을까요? 우리도 거기서 영원한 젊음을 누리며 수백 년 동안 왕 노릇을 할 수 있을까요? 왠지 자꾸만 가보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더∼
해리 포터는 판타지 소설이라 불립니다. 판타지란 현실에 있지 않은 것,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것을 상상력의 힘으로 마치 하나의 현실인 것처럼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동화나 소설뿐 아니라 그림으로도 판타지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현실처럼 느껴지는 상상이기에 더욱 우리의 흥미를 자아냅니다.
이주헌씨는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전문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4남매를 키우며 집필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어린이를 위한 주제별 그림읽기’ 시리즈의 두 번째로 다양한 인물화에 대해 설명하는 ‘신비로운 인물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를 펴냈다. 최근엔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관을 다녀와 그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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