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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진행자로 나선 작가 공지영

기획·김명희 기자 / 글·황세원‘국민일보 문화부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6.04.12 10:52:00

작가 공지영씨가 3월 중순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진행자로 나섰다. “방송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결국 사람과의 소통”이라며 프로그램 진행에 열의를 내비치는 공지영씨를 만났다.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진행자로 나선 작가 공지영

화사한 얼굴빛에 명랑한 웃음 소리. 봄이라지만 바람 끝이 조금 매섭던 지난 3월 초 만난 작가 공지영씨(43)에게서는 상대방의 움츠린 어깨를 펴게 해주는 밝은 기운이 묻어났다.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겼고 내후년이면 작가가 된 지 20년째라고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공지영씨는 인생의 봄을 살고 있다.
최근작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은 그를 두고 ‘공지영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다 3월13일부터는 CBS 라디오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진행자로도 나섰다. ‘공지영의…’는 하루 한 명의 인물을 스튜디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3월8일 영화배우 안성기와 첫 방송을 녹음했다.
작가로서는 이미 기반을 다져놓은 그에게 초보 진행자로서 첫발을 떼기가 망설여지지 않았는지 물었다.
“망설임 같은 건 없었어요. 언젠가 좋은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쯤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거든요. 다만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알고 지내던 여자 PD가 ‘안 해주면 저 회사에서 잘려요’라고 하소연을 해서 ‘후배뻘 되는 여자 한 명 구해주자’는 생각으로 결심했는데, 이렇게 시작해서 말년에 유명 진행자가 되는 것 아닐까요?(웃음)”
얼떨결에 결정한 일이라지만 그는 벌써부터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듯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그가 언급한 ‘여자 PD’인 CBS 정혜윤 PD에게 “그 사람 섭외하면 어떨까?”를 몇 번이나 묻곤 한다고.
“제가 명랑한 듯하지만 수줍은 면이 있어서 교제의 폭이 좁아요. 이번 기회에 만나고 싶던 사람들 다 만나서 궁금했던 것들 물어볼 생각이에요.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유시민 장관처럼 비판을 많이 받는 사람이에요. 특히 전 의원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정말 궁금해요.”
공지영씨는 자신 역시 등단 이후 평론가들에게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며 “초기에는 심한 말을 들으면 한 달간 위궤양을 앓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리 심한 비평을 들어도 3분이면 털어내고 길어야 이틀이라고. “그래서 그 때보다 10kg이나 더 나가는지도 모르죠”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한동안 집필 중단했다가 막내아들 초등학교 들어간 2년 전부터 재개
TV는 잘 안 봐도 글 쓰기 싫을 때 인터넷 검색은 자주 한다는 공지영씨는 “나를 심하게 욕한 블로거(개인 홈페이지 운영자)가 있으면 이름을 적어놓는다”면서 “나중에 악역 이름이 필요할 때 쓰기 위해서”라고 익살스럽게 덧붙였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에게서는 시종 여유로움이 배어나왔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지영씨는 8년 전 ‘봉순이 언니’를 낸 후 자신의 사생활 등에 대한 악의적인 시선과 보도에 상처를 받아 7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중단했었다. 그 사이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그는 “거의 집에만 있었다”고 답했다.
“2002년 2월부터 1년 정도 세 아이와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기도 했는데 생각처럼 멋있지 않았어요. 아이 셋을 데리고서는 어디를 가도 고생스러울 뿐이죠. 여행을 가도 하늘 한 번 볼 여유가 없던걸요.”
그의 큰딸과 두 아들은 현재 각각 고3, 초등학교 6학년, 2학년이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2년 전쯤부터 여유가 생긴 그는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글이 써지지 않아 상당한 고생을 했다고.
“화가가 오래 붓을 놓으면 데생력이 떨어지듯이 작가도 그런 게 있나봐요. 단편 ‘빈 들의 속삭임’을 쓸 때였는데 도저히 써지지가 않는 거예요. 쓰려는 내용도 있고 표현도 있는데 문체가 만들어지지 않더라고요. 그 전에는 원고지 1백 장짜리 단편이면 하룻밤에 초고를 쓰고 열흘 정도면 완성을 했는데 이번에는 3개월이 지나도 안됐어요. 심지어 일기도 못 쓸 정도였으니까요. 포기하려고 했는데 글을 받기로 한 편집자가 끝까지 쓰라고 해서 6개월을 식은땀을 흘리면서 애를 쓰니 겨우 풀려나가기 시작하더라고요.”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진행자로 나선 작가 공지영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공지영씨는 조만간 자전적 소설도 집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일로 “이대로 늙기까지 하면 정말 글을 못 쓰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낀 그는 그 뒤로 칩거를 끝내고 사회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도 다녔고 최근에는 사형제 폐지 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2004년 10월부터 12명의 사형수를 매주 한 차례씩 서울구치소에서 만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인터뷰한 끝에 쓴 소설이다. 이 노력은 그에게 사형제 폐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줬다. 사형수 교화운동에 봉사한 공로로 오는 4월 법무부에서 받게 될 ‘교화위원증’은 작은 선물인 셈.
“사형제와 관련해서 특히 어머니, 아내, 3대 독자인 아들까지 온 가족을 처참하게 잃고도 사형제 폐지 운동을 하는 유가족에게 큰 감명을 받았어요. 가족을 잃은 뒤로 죽고만 싶고, 살인범이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은 뒤에도 자살할 생각만 하던 그분은 ‘젊은 사람을 죽여서 뭐하겠나’ 하는 마음에 탄원서를 작성한 뒤 마지막 점을 찍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끼셨대요. 이 분을 제 라디오 프로에 꼭 모셔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가족사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자전적 소설 준비 중
이야기는 다시 새로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선회했다. 공지영씨는 유명인사 외에도 빈민을 돕는 성직자, 농민, 미담의 주인공 등 희망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젊을 때부터 저는 ‘쿨’한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쿨한 여자가 될 수 있나, 책도 많이 읽어보고 그런 척도 해봤지만 재작년부터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랑이 많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받아들이고 좋은 일 하다 죽자는 생각이에요.”
공지영씨는 자신의 가족사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자전적 소설 ‘가족’(가제)을 현재 창간 준비 중인 월간지에 연재할 계획으로 있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할 예정이다. 다만 그의 얼굴을 자주 보기를 원하는 독자들은 만족시키지 못할 듯하다.
“TV에는 앞으로도 나갈 생각이 없어요. 술집에서 안주값 가지고 싸울 일도 있을 것이고, 아직 젊은데 남자랑 데이트도 해야 되잖아요?(웃음). 그런데 TV에 나가면 생각보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자유가 제한되더라고요. 일흔이 되기 전까지 TV는 멀리할 생각이에요. 작품과 목소리로만 만족해주세요.”

여성동아 2006년 4월 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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