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북부에 자리한 가평은 고소한 맛이 일품인 잣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축령산 자락에 있는 상면 행현리 일대는 가평 잣의 60%가 생산되는 ‘잣마을’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잣 까기 등 농촌체험을 하고 잣칼국수, 잣죽 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전통예술 체험관인 취옹예술관과 온갖 꽃과 식물이 가득한 아침고요수목원이 근처에 자리해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서울에서 잣마을 일대로 가려면 퇴계원-진접-현리(47번 국도) 코스나 남양주-마석-청평(46번 국도) 코스, 팔당-양수리-청평(45번 국도)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이동거리가 가장 짧은 마석 코스가 적당하고, 정체가 덜한 구간을 찾는다면 진접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 봄기운을 물씬 느끼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북한강이 넘실대는 양수리 코스가 제격. 강 주변에 싱그러운 나무가 가득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행현리 일대는 아니지만 잣마을과 10~15분 거리에 자리한 37번 국도변에 야생화 수목원인 ‘꽃무지풀무지’와 고려시대 청자와 쌍벽을 이루던 흑자를 빚고 연구하는 공방인 ‘가평요’도 있으므로 여유가 있다면 찾아가본다.
잣 음식 만드는 재미가 쏠쏠~, 가평 영양 잣마을
가평 영양 잣마을에서는 잣을 이용해 직접 잣칼국수, 잣죽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
잣마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잣 까기는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프로그램. |
사시사철 고소한 잣 향기가 진동하는 가평 영양 잣마을은 경기도가 지정한 슬로 푸드 체험마을. 이곳을 방문하면 축령산의 우거진 잣나무숲을 거닐며 삼림욕을 하고, 잣 까기 등 농촌체험을 즐기며 다양한 잣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2층 규모의 잣 체험장은 행현리의 33개 잣 농가가 모여 설립한 ‘가평축령산잣영농조합’ 안에 마련돼 있다. 1층은 잣을 이용한 각종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공장이고, 2층은 잣 음식을 만드는 체험장이다. 잣 까기는 조합 마당 한쪽에 잣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작은 절굿공이 모양의 나무를 망치 삼아 잣 껍질을 두들겨 깨는 것으로 어린아이들이 특히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가평의 별미를 맛보는 시간인 잣 음식 만들기에 참여하면 잣수제비, 잣죽, 잣칼국수, 잣주먹밥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고소한 잣가루를 듬뿍 넣어 끓이는 잣칼국수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만점인 음식.
취옹예술관에서는 전통예술을 테마로 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잣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부터는 잣 체험뿐 아니라 표고버섯 따기(4~11월), 감자·옥수수 쪄 먹기(5~11월) 등 다양한 농촌체험이 가능하다. 잣 체험을 할 때보다 2천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되지만 재미와 만족도는 두 배 이상.
가평 영양 잣마을 체험에 참가하려면 최소한 1주일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www.koreanut.co.kr)를 통해 자세한 체험내역을 확인한 뒤 신청할 것. 잣과 관련된 각종 가공식품의 생산과정을 볼 수 있는 잣공장 견학부터 잣숲 삼림욕, 잣 까기, 잣 음식 만들기까지 진행되는 패키지 프로그램은 1인당 2만5천원(오전 10시~오후 4시)이다. 잣 음식 만들기 프로그램에만 참여할 수도 있으며 체험료는 1인당 1만1천원이다. 잣 음식 만들기에 참여하면 병잣 80g을 기념품으로 준다. 문의 031-585-6969
토기 만들며 전통예술 구경, 취옹예술관
잣 체험이 끝나면 아침고요수목원 방향으로 직진해 취옹예술관으로 간다. 취옹예술관은 가평을 중심으로 한 경기 동북부 지역 주민과 예술인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전통 한옥 형태로 지어진 예술관의 건물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축령산과 어우러져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작가의 작품활동과 전시가 이뤄지는 전시실, 전통 다실 ‘다석지실’,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석이당’, 전통 한식당 ‘축령객주’, 객사 ‘백송재와 수향헌’, 시골 장터 등의 시설이 있다.
예술관 안에 들어서면 나무냄새와 흙냄새 등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냄새가 가득하다. 전시회 관람과 함께 전통 다도체험, 토기제작, 천연염색, 두부 만들기, 전통놀이 등 전통예술을 테마로 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구석기·신석기 시대의 토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토기제작 체험. 취옹예술관 김호 관장이 진행하는 강의를 들은 뒤 토기 디자인-태토 반죽-성형(만들기)-건조-소성(굽기)-고사의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주로 ‘빗살무늬토기’를 만들며, 토기제작 체험에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 1박2일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좀 더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다.
예술관 안에 있는 장터와 객사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재래 장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을 한 장터에서는 뻥튀기와 엿 등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먹을거리를 판매한다. ‘뻥이요’를 외치는 뻥튀기 아저씨부터 현란한 몸동작을 보여주는 엿장수까지 다양한 상인들이 즐거움을 더한다. ‘수향헌’과 ‘백송재’에서는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며 고구마, 옥수수, 감자 등을 구워먹을 수 있다. 10명 이상의 신청객이 있으면 예술 강좌도 진행되는데 그 내용은 홈페이지(www.chi-ong.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토기제작을 비롯한 각 체험 프로그램의 체험료는 대부분 1인당 1만~1만5천원이며, 3시간 정도 진행된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7~8시에는 다양한 무료 공연이 개최되며, 장터는 3월20일경부터 11월 말까지 열린다. 객사의 숙박료는 4인 1실 기준 6만원. 관람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7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2천원, 학생 1천원이다. 문의 031-585-8649
봄꽃 피고 새순 돋는 숲속의 정원, 아침고요수목원
가평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이다. 삼육대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지난 97년 문을 연 곳으로 최진실·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의 무대로 알려져 있다.
침엽수정원, 능수정원, 락가든, 분재정원, 허브정원, 아이리스정원, 단풍정원, 매화정원, 한국정원 등 19개 정원에 1천7백60여 종의 자생화와 수목이 자라고 있다. 3월에 둘러볼 만한 곳은 초화류전시장과 야생화전시장 같은 실내 전시관들. 도심보다 빨리 피어난 봄꽃들이 봄을 실감케 한다. 특히 초화류전시장은 베고니아, 후크시아, 애기달개비 등 다채로운 꽃들이 5~6월의 야외정원처럼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 좋다.
백두산의 봄을 미리 느껴볼 수 있는 ‘난 및 백두산 희귀 야생화 전시회’도 열린다. 춘란, 호접란, 알리움 등 30여 종의 난과 벌레잡이제비꽃, 각시석남, 세잎할미꽃, 호범꼬리 등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50여 종의 야생화가 색다른 봄을 전한다.
햇살이 포근하다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10만여 평에 이르는 수목원을 거닐어보는 것도 좋다. 김춘수의 ‘꽃’, 유치환의 ‘바위’ 등 20여 편의 시가 적혀 있는 산책로는 꽃 구경에 버금가는 즐거움을 준다. 수목원 전체를 둘러보려면 약 1~2시간이 걸린다.
개방시간은 동절기(11~3월) 오전 9시~오후 7시, 하절기(4~10월) 오전 8시~오후 9시다. 주차료는 무료이며 입장료(3월1일~4월14일)는 어른 5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 주말에는 진입로의 교통체증이 심하므로 수목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평일이나 주말 오전에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문의 031-584-6702~3 www.morningcalm.co.kr.
|
||||||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