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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프라이버시 인터뷰

새 음반 ‘더 로터스’ 내놓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아직도 공연 전에는 많이 떨려 무대 뒤에서 객석 둘러보면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어요”

기획·김명희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12. 06

지난 11월 중순 일본 나루히토 왕세자의 초청을 받아 일본에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팝페라 가수 임형주. 열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 일본 최대 매니지먼트 회사와 파격적인 조건으로 음반 판매계약을 맺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최근 4집 앨범 ‘더 로터스’를 내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새 음반 ‘더 로터스’ 내놓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무대앞 사이드에 마련된 특별석에 왕세자와 고이즈미 총리가 나란히 앉아 있었어요. 파티장의 모습이 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고 50여 개의 언론사에서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죠. NHK 방송국의 아나운서가 사회를 봤는데 ‘한국에서 온 임형주’라고 저를 소개했을 때 한국을 대표하게 된 것 같아 감개무량했어요.”
지난 11월16일 일본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의 초청을 받고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왕실 주최 파티에 참석했던 임형주(19). 철통같은 경호 속에서 1시간 남짓 열린 이날의 파티에서 그는 자신의 히트곡 ‘스마일 어게인’을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 과묵하기로 유명한 왕세자가 이례적으로 그에게 “노래가 좋다. 어쩌면 그렇게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느냐”며 “참석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는 “왕실의 초청을 받아 영광이었다. 마사코 세자빈도 만나고 싶었지만 일정상 불참해 서운했다”고 한다.
그가 왕세자의 초청을 받아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는 지난 9월 말 일본 아이치 엑스포에서 일본의 전설적인 가수 마쓰토야 유미와 폐막송으로 ‘스마일 어게인’을 함께 부른 데서 비롯됐다. 뉴에이지 가수 마쓰토야 유미는 지난 30년간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21회나 1위에 오른, 일본 가요계의 ‘신화’ 같은 존재.
평소 클래식에 조예가 깊고 바이올린 연주 실력도 수준급인 나루히토 왕세자는 마쓰토야와 임형주가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을 본 후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마쓰토야는 후지TV의 인기 연예 프로그램 ‘도쿠다네’에 함께 출연해 “임형주는 클래식으로 신한류(新韓流)를 이끌 주인공이다”며 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 왕세자가 이 방송을 보게 됐고 아이치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자축하기 위해 마련된 왕실행사에 임형주를 초대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랑의 아픔 담은 신작 앨범 ‘더 로터스’
새 음반 ‘더 로터스’ 내놓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임형주는 최근 4집 앨범 ‘더 로터스·The Lotus’를 발매했다. 연꽃이라는 뜻의 ‘로터스’는 영어지만 동양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물론 선곡도 ‘연꽃’의 이미지에 맞췄다. 세계 최초로 국악기와 팝페라를 접목했고, 동양적 음계가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했다. 타이틀곡 ‘연인’은 이런 조건에 가장 충실한 곡으로, 동양 5음계가 사용됐으며 곡 중간에 사물놀이와 태평소 소리가 나온다. 말 그대로 앨범 전체의 색깔을 잘 표현해주는 ‘타이틀곡’이다.
“‘연인’은 제 세 번째 창작곡인데 지금까지 만든 곡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요.”
‘연인’에는 ‘아련히 들려오는 바람소리도 그대 음성 같아서 오늘도 나는 저 바람에 입을 맞춰본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임형주는 “최근 내가 겪은 사랑도 가사에 어느 정도 스며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얼마 전까지 다섯 살 연상의 여자를 짝사랑했다는 그는 “지금은 (그녀와) 편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홍콩 배우 왕조현을 보는 듯했어요. 그래서 제가 ‘짝퉁 왕조현’이라고 놀렸지요. 일과 관련해서 만났는데 지금은 외국에 있어요.”
‘로터스’는 발매 2주 만에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다. 처음에 2만 장을 냈는데 발매 하루 만에 재주문이 들어와 3만 장을 더 찍었다고. 라이브앨범을 포함해 지금까지 그가 낸 다섯 장의 음반은 모두 클래식 부문 음반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고 한다.
현재 이탈리아 피렌체 산펠리체 음악원 1학년에 재학 중인 임형주는 내년에 오스트리아나 독일로 옮겨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가 산펠리체 음악원에 진학한 이유는 줄리아드음대 예비학교 시절 스승인 웬디 호프먼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새 음반 ‘더 로터스’ 내놓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 그는 지난 11월 중순에는 나루히토 왕세자(오른쪽에서 두번째)의 초청을 받아 일본 왕실 주최 파티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당시 호프먼 선생님은 제가 줄리아드 예비학교 성악과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입학한 것만으로도 줄리아드에서 공부할 내용의 절반은 다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셨어요. 그분은 ‘팝페라는 정통 클래식과 성악 기반이 탄탄할수록 곡을 표현하기가 더 수월한 장르이기 때문에 성악의 본고장인 피렌체에 가서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죠.”
스승의 권유를 받고 바로크 시대 음악을 뿌리부터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갔던 그는 “1년 반 수학하며 분위기를 익혔으니 이번에는 일반 오페라를 배워보고 싶다”고 한다.
그의 노래는 ‘대중음악에서 결여된 우아함과 고전미가 있고 클래식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에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노래가 CF에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She Was Beautiful’이 고현정의 LG 디오스 냉장고 CF에, ‘Once Upon a Dream’이 그랜저 TG CF에 삽입됐다.
클래식계의 ‘신 한류스타’로 꼽히는 그는 지난 5월 일본 최대 매니지먼트 회사 에이벡스(AVEX)와 음반 판매계약을 했다. 보아, 하마자키 아유미 등이 소속돼 있는 이 회사가 클래식 라인을 새롭게 설립하면서 1호 가수로 임형주를 지목한 것. 소니뮤직 소속이었던 임형주는 일반 가수들이 유통가격의 1%를 받는 관례를 깨고 22%의 개런티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 ‘무영검’의 뮤직비디오에도 참여를 했다. ‘더 로터스’의 타이틀곡 ‘연인’에 영화 장면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발해 왕자 대정현(이서진)과 그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지닌 무사 연소하(윤소이) 사이에 싹트는 운명적 사랑이 서정적인 선율과 잘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얻고 있다.


공연 전에 바들바들 떨기도 하는 여린 청년
새 음반 ‘더 로터스’ 내놓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발매하는 앨범마다 클래식 음반차트 1위를 기록하는 임형주. 그러나 그는 아직도 무대 앞에만 서면 떨린다고 한다.


올 한 해 눈부신 활약을 해온 그는 연말을 앞두고 더욱 바쁘다고 한다. 일본 왕실 공연을 끝내고 돌아와 하루를 쉬고 다음 날 전국 투어에 나선 그는 12월22일에는 일본 도쿄 국제포럼 A홀에서 ‘하나 되는 아시아’ 공연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다. 일본 국립합창단 5백 명이 그와 호흡을 맞출 계획이라고 한다.
임형주의 음역은 남자 성악가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하이테너. 하이테너는 일반 테너보다 음의 영역이 높아서 여성의 메조소프라노와 겹친다. 그래서 베르디나 푸치니의 오페라보다는 모차르트나 헨델의 오페라에 더 잘 맞는다고 한다.
성악가에게 있어서 목과 몸 전체는 도구이며 악기인지라 건강에 대해서는 세심한 신경을 쓰는 편.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감기에 걸려 목이 잠기면 공연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더욱 각별하게 건강에 신경을 쓴다고.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은 목소리를 지키기 위한 성악가로서의 최소한의 투자라고 할 수 있어요. 커피 대신 카페인이 없는 차나 꿀물을 많이 마시고 생수도 자주 마시죠. 또 녹용과 대추를 넣어 달인 물이 에너지원으로 좋아 즐겨 마시기도 하고요.”
평소에도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 것을 삼가는 그는 큰 공연을 앞두고는 더욱 말을 삼간다. 또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율무차나 죽 등으로 가볍게 끼니를 대신한다. 하지만 공연 전날에는 꼭 잘 먹어서 에너지를 비축한다고 한다. 하루 세 끼를 다 챙겨 먹고 특히 갈비나 불고기 등을 3인분 정도는 먹는다고.
“공연 전에는 많이 떨려요.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거나 기도도 하고, 대기실 화장실에 가 있거나, 아무 생각 없이 있으려고 오케스트라와 얘기를 하기도 해요. 그래도 어떨 때는 바들바들 떨리기도 해요(웃음).”
“무대 뒤에서 객석을 볼 때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는 그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조수미 선배도 떤다”며 웃는다. 그는 “조수미 선배로부터 ‘무대에 서기 전에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고 싶은 적도 있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고 한다.
임형주는 앞으로 클래식 잡지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롤링스톤’ 같은 음악 전문지가 없는데, 그런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이르면 5년 뒤 쯤 클래식, 가요를 망라한 음악 전문지를 만들겠다고 한다. 또 다음에 내놓을 5집 앨범에는 행복의 절정에 있는 사람이 들으면 좋은 밝고 환하고 기쁜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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