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금보라는 ‘한번은 짚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아침 토크쇼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탤런트 금보라(42)가 지난 11월11일 김성택씨와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 김씨는 6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두 딸을 키워온 40대 중반의 회사원. 그동안 재혼과 관련해 침묵을 지켜온 금보라는 이날 결혼식도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식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남편과 각자 다른 차를 타고 식장에 도착한 금보라는 가슴라인이 돋보이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차에서 내렸다. 이어 하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는데 이들은 식장 앞에 미리 작성된 명단에서 이름을 체크한 뒤 결혼식장으로 입장했다. 70여명의 하객 중에는 탤런트 박정수, 유지인, 이영하, 가수 서수남, 진미령 등 동료 연예인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김동건 아나운서가 사회를, 가수 임병수가 축가를 맡았다. 박정수는 금보라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인데 이날 축하 메시지로 “두 번 하는 만큼 양심이 있으면 잘 살아”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봐온 박정수는 신랑에 대해 “인물은 물론 성품도 좋고, 무엇보다 보라를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물교환, 혼인서약 등의 간략한 식이 끝나고 2부 행사로 피로연이 열렸는데, 이때 신랑 김성택씨가 세레나데로 ‘사랑 TWO’를 불러 결혼식의 감동을 더했다.
결혼식 일주일 뒤 금보라는 SBS 아침토크쇼 <김승현·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출연해 처음으로 재혼과 관련해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방송에 앞서 “그동안 쌓인 오해가 많은 것 같아 언젠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먼저 “너무 조용히 결혼식을 치른 것 아니냐”는 MC의 질문에 그는 “두 번 하는 결혼이 뭐 좋은 일이라고 동네방네 알리나, 친한 분들만 모시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조용하게 치렀기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결혼식 장면에서는 그의 막내아들과 김씨의 두 딸도 보였는데,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두 딸은 일찍이 그를 엄마로 받아들인 듯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막내아들 역시 엄마 아빠가 입장할 때 꽃가루를 뿌리며 마냥 신난 모습이었다.
“‘너무 빨리 재혼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로서는 충분히 힘들고 긴 시간이었고,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성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게도 다시 한번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재혼을 결심했어요. 다만 저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이 가장 마음 아파요. 현재 열일곱 살인 큰아들은 아빠와 살고 있는데 아직 제가 재혼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요. 저에 대한 오해도 많고 그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아 제 마음도 편치 않죠. 오랜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둘째는 지금 미국에서 유학 중인데 처음에 비해 지금은 사이가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 같으면 결혼과 관련된 얘기를 일절 꺼내지도 못하게 했는데 요즘은 조금 마음을 열었거든요.”
이혼 후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에 감사
두 사람이 재혼을 결심한 뒤 가족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선택한 것은 바로 여행이었다고 한다. 얼마 전 큰아들을 제외한 여섯 식구가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끼리도 많이 친해졌고 네 명의 아이들 모두 두 사람을 엄마아빠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 요즘 그는 두 딸들과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정을 쌓고 있고, 둘째 딸의 곱슬머리를 펴주려고 직접 파마 약을 사는 등 딸 키우는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혼한 지 2년째 되던 해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 언니로부터 모임에 함께 나가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자리에서 처음 남편을 만났다고 한다.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멀리서 김씨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면서 ‘괜찮은 남자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와인을 마시던 그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와인을 보고 “평소 내가 즐겨 마시는 것인데 너무 비싸서 살 때마다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들은 김씨가 이내 자신이 아는 유통경로를 통하면 몇 배는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을 했고, 그는 반가운 마음에 종이와 볼펜을 꺼내 자신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뒤 10만원짜리 수표와 함께 건네며 대신 사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김씨 역시 흔쾌히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면서 모임의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다 술기가 조금씩 올라온다는 생각이 든 그는 화장실을 가는 척하고 살짝 자리를 떴는데 어떻게 알고 김씨가 그의 뒤를 바로 쫓아나왔다고. 김씨는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그는 “집이 가까워 그냥 가겠다”고 말하며 몇 번이고 김씨의 호의를 거절했다고고 한다.
“한차례 실랑이를 하고 저 혼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남편이 제 옆으로 와 함께 걷고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자신과 함께 있었는데 혹시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면 안 된다면서요. 그런 뒤 저를 안쪽으로 걸으라고 하더니 자신이 찻길 쪽으로 걷더라고요. 순간 ‘마음 씀씀이가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걸어서 같이 집 근처까지 왔는데 남편이 술을 한잔 더 마시자고 하는 거예요. 저도 싫지 않은 마음에 ‘그럼 차나 한잔 더 하자’고 했죠(웃음). 그런데 그날따라 술을 많이 마셨는지 찻집에 앉자마자 술기가 확 올라오더라고요. 원래 술을 많이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데 그날도 제가 녹차를 마시면서 끊임없이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더래요. ‘저는 나이도 많고요, 자식도 많고요, 주름살도 많고요, 빚도 많아요. 제 생년월일은 언제니까 궁합보시고 그래도 마음에 드시면 그때 다시 오세요’라고요. 저는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웃음).”
첫 만남에서 와인 주문 부탁하고 주소에 전화번호까지 가르쳐줘
그렇게 심상치 않은 첫 만남을 갖고도 한동안 김씨에 대해 잊고 지내던 그는 어느 날 집으로 배달돼온 와인상자를 보고서야 다시 김씨를 떠올릴 수 있었다고. 와인 병에 리본으로 정성스레 포장까지 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자신이 부탁했던 와인과 다른 브랜드라는 걸 알고 조금은 당황했다고 한다. 와인을 받고 연락도 한번 하지 않은 그는 김씨로부터 먼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문한 상품을 잘 받았냐는 내용이었는데 그는 답장으로 “받긴 했는데 제가 주문한 상품이 아니네요”라고 문자를 보냈고 김씨는 다시 “그것보다 더 좋은 상품으로 보내드렸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이에 그는 “제가 원하는 상품이 가장 좋은 상품이에요”라고 퉁명스럽게 답장을 했다고 한다.
와인을 계기로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두 사람은 며칠 뒤 그가 운동을 끝내고 그때 모임에 함께 나갔던 언니와 저녁을 먹던 중 다시 만나게 됐다. 식사를 하고 있던 곳이 김씨의 집 근처인 걸 안 선배 언니가 대뜸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보라랑 있는데 안 나올래?” 하고 물은 것. 그는 30여 분 뒤 식당으로 온 김씨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고 한다. 모임에서 봤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양복정장에 금테안경을 쓴 한 중년 남성이 그의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기 때문. 그는 언니에게 귓속말로 “누구야? 진짜 저 사람이 그때 그 사람 맞어?”라고 물어봤을 정도로 김씨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평소 금보라와 친분이 두터운 탤런트 가수 진미령, 유지인도 참석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첫날엔 굉장히 괜찮아 보였는데, 다시 만나니까 완전히 딴판이더라고요. 나이 많은 중년 아저씨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집에서 나오신다더니 어떻게 양복을 입고 나오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지금 딸들이 집에 있는데 혹시라도 아빠가 늦은 시간에 놀러 나간다고 생각할까봐 일 때문에 나가는 척하고 회사에 갈 때처럼 입고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사람한테 완전히 반했어요. 자식들의 눈 무서워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이 없거든요.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죠.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사람도 한때는 일에 미쳤던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1년 정도 병원에서 아내를 간병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해요. 요즘도 남편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가족끼리 함께 장을 봐와서 맛있게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는 것’이라고 말해요.”
첫 키스는 일년 전 그가 먼저 하자고 했다고 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고 기분이 좋은 나머지 그가 “우리 뽀뽀 한번 하죠. 돈 드는 것도 아닌데”라고 농담 삼아 말한 것. 당황한 남편은 차마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어두운 골목에서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고. 매사 로맨틱하고 진지한 남편에 비해 말괄량이 기질이 다분한 그는 “남편이 시처럼 낭만적인 문구를 보내오면 저는 항상 ‘깨는(?)’ 문자를 보낸다”며 “성격은 반대여도 생각은 잘 맞는다”며 웃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동료 연예인 이영하, 박정수, 서수남 등이 참석했고, 김동건 아나운서가 사회를, 가수 임병수가 축가를 맡았다.
결혼 프러포즈도 그가 먼저 했다고 한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트랙을 돌며 운동을 하던 중 더 이상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책임감 있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혼인신고 해줘요”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 서로에 대해 확신이 있는 만큼 결혼식을 올리지 않더라도 법적으로는 정식 부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남편은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혼인신고를 하는 법이 어딨냐”며 “안 된다”는 답장을 보내왔다고. 그가 재차 “혼인신고 안 해주면 안 만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남편은 할 수 없이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드디어 법적으로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서류절차가 마무리되자 바로 아이들을 설득하기에 나섰다.
책임감 있게 만나고 싶어 결혼 전 혼인신고 먼저 해
“아이들에게 저를 소개시키려고 남편이랑 연극을 했어요.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는 척하고 서로 합석을 했던 거죠. 그 뒤로 자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저희 사이를 아이들에게 인식시켜주려고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아이들과 팥빙수를 먹으면서 ‘이제 너희 키우는 것도 힘들고 아빠도 결혼해야겠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고 해요. 그런데 아이들의 대답은 딱 한마디 ‘팥빙수에 팥이 왜 이렇게 많아?’였어요.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이들도 알고 있었던 거죠.”
시어머니 역시 처음에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한다. 연예인에 아이가 셋이나 딸린 그가 편할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그를 직접 만나보고는 “살면서 아픔 한번 겪지 않은 사람 없다. 서로 비슷한 처지의 사람끼리 만났으니 더 잘 살거다”라는 덕담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을 때도 시어머니는 “웨딩사진을 가장 잘 보이는데다 걸어놔야 아이들이 보면서 엄마 아빠의 존재를 빨리 인식한다”며 “상처하고 이혼한 사람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날 방송에서 그는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의 가족들을 가장 괴롭혔던 건 익명성을 이용해 마음대로 ‘악성 리플’을 달아놓는 네티즌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상처받는 게 싫어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절 거절해왔지만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컴퓨터를 켜면서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안 좋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럴 때마다 그의 남편은 “왜 바보같이 참고만 있냐, 당신도 할 말은 좀 하라”며 안절부절 못했고 그는 그런 남편에게 “지난날은 지난날이고 이제는 당신만 나를 믿고 사랑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하며 위로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 일주일 전에 두 집 살림을 하나로 합쳤다. 그가 막내아들과 함께 남편의 집으로 들어간 것. 시끌벅적하지만 함께 모여 있는 가족들을 보면 그저 흐뭇한 마음이 든다는 그는 요즘에는 자신의 물건을 사러 가서도 예쁜 액세서리가 눈에 띄면 딸들이 먼저 생각난다며 미소를 지었다.
결혼 전부터 서로에게 “여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는 금보라·김성택 부부.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 이상 인생의 아픔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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