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일 경기도 이천의 ‘치킨대학’에서 열린 제너시스 그룹 창사 10주년 기념식. 연단에 오른 제너시스 BBQ 윤홍근 회장(50)은 벅찬 감회에 젖었다. 1995년 창업한 치킨 브랜드 BBQ의 성장 과정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났기 때문이다.
제너시스의 대표 브랜드인 BBQ는 1호점을 오픈한 지 꼭 4년 만에 국내 1000호점을 돌파했다. 이는 10년 만에 1000호점을 낸 맥도날드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 현재는 1천8백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BBQ는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3년 중국 상하이에 진출해 10여 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다가 지난 7월부터 가맹사업을 전개해 현재 25개점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6월엔 스페인 마드리드에 1·2호점을 열었다.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 BBQ는 이렇듯 순풍에 돛단배처럼 해외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전 세계에 5만 개의 가맹점을 열어 세계 1위의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윤홍근 회장을 만났다. ‘닭고기 박사’인 그를 만난 건 공교롭게도 ‘구구데이’로 불리는 9월9일. 닭을 불러 모을 때 ‘구구’라고 하는 점에 착안, 제육업계가 닭고기 소비 촉진일로 지정한 날이다.
윤 회장은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나타났다. 서울 노원지역 가맹점 순회를 마치고 급히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9월1일부터 두 달간 지방을 돌며 지점을 순회하는 전국 투어에 나섰다. 하루 6~7시간씩 1백여 명의 가맹점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답사’가 그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1천8백여 가맹점주 직접 만나기 위해 두 달간 전국 투어
-BBQ가 벌써 열 살이 됐군요. 창사 10주년을 맞는 감회가 어떻습니까.
“경영학적 측면에서 기업의 존속기한, 흥망성쇠를 말할 때 3년, 10년, 30년, 100년 단위로 이야기합니다. 10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지요. 보통 창업 후 10년을 존속하는 기업은 1% 정도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 30년은 무방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천년 기업’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젊은 기업에서 이제 장년 혹은 노년 기업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마음만은 항상 청년이고자 합니다. BBQ로 대표되는 제너시스가 국내 1등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10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고객께 충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창사 10주년 행사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닭 한 마리를 먹는 남자’ 윤홍근 회장이 직접 맛을 점검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긴장을 풀 수 없다고.
“원래는 9월1일 ‘제너시스 패밀리 페스티벌’과 ‘2020 비전 선포식’을 함께 진행하려 했습니다. 임직원, 협력업체 관계자, 전국의 가맹점주 등 모두 6천 명을 초대해 제너시스의 10주년을 자축할 계획이었죠. 그러나 몇몇 가맹점주의 진심어린 건의를 듣고 마음을 바꾸게 됐습니다.
‘10주년 행사에 드는 돈도 돈이지만, 점주들이 하루 동안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데서 오는 유·무형의 손실을 생각해달라. 더욱이 새로운 전략상품인 BBQ ‘올리브 럭셔리 치킨’을 시장에 내놓은 지 겨우 3개월밖에 안되지 않았나. 회사의 총력을 올리브유 치킨의 성공적인 정착에 쏟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회장의 현장 격려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을 꿈꾼다면 샴페인은 좀 아껴뒀다 터뜨리자’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전국의 가맹점주를 초대하는 대신 제가 9월1일부터 두 달간 BBQ 등 7개 브랜드의 1천8백여 개 가맹점을 순회하는 전국 투어에 나선 것입니다.”
치킨의 튀김유를 최상품 올리브유로 바꿔 세계 진출에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윤 회장의 뚝심과 자존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홍근 회장은 ‘프랜차이즈는 곧 커뮤니케이션 사업’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본사와 가맹점 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가맹점주가 들려준 생생한 현장 이야기는 그가 기업 전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됐다. 올해 5월 출시된 ‘올리브 럭셔리 치킨’을 개발한 것도 고객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가맹점주에게서 ‘여러 주부가 비만을 유발하는 튀김 기름을 염려해 아이들이 치킨을 시켜달라고 조르면 세 번에 한 번만 시켜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아하!’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고객은 몸에 좋은 음식을 원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거죠.”
7배나 비싼 올리브유 쓴 건 1등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도전
BBQ는 지금껏 식용유로 튀기던 치킨을 올리브유, 그것도 최상급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로 튀겨 화제를 모았다. ‘삼순이’ 김선아가 ‘올리브 유~’ 하고 노래하는 CF로 유명세를 탄 이 제품은 일반 대두유보다 7배나 비싼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치킨 가격이 2000원이나 올라 먹기가 망설여진다는 사람도 주변에 있더군요. 비싼 올리브유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닭고기입니다. 또한 지방, 칼로리, 콜레스테롤은 낮고 단백질은 높은 대표적인 ‘3저(低) 1고(高)’ 식품이죠. 그러나 튀김용 기름에서 발생하는 트랜스지방산이 비만, 동맥경화, 심장병과 암을 유발한다고 해서 프라이드치킨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인 BBQ는 고객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어요.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웰빙의 총아’라고 불리는 올리브유였습니다. 올리브유는 일반 기름과 달리 항암 효과를 비롯해 성인병과 혈관 질환을 방지하고, 비만과 피부노화를 예방해줍니다. 아이들 두뇌개발에도 좋다니 치킨을 먹는 것이 곧 보약을 먹는 것과 같다면 반가운 소식 아닙니까. 이제 건강을 위해 닭을 먹는 사람이 많아질 겁니다.”
-올리브유 사용 외에도 BBQ 올리브 럭셔리 치킨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음식의 생명은 신선한 식자재지요. 그래서 저희는 얼리지 않은 100% 국산 신선육만을 사용합니다. 재료는 모두 냉장 상태(콜드 체인 시스템)로 당일 배송하지요. 또 가장 건강한 10호(한 마리 기준 1kg) 닭을 쓰는 것도 특징입니다. 보통 저가 치킨 체인점의 경우 600~700g의 건강하지 않은 닭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또 하나 빼놓은 수 없는 자랑거리는 맛입니다. 최첨단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의한 연구기술을 접목해 허브를 포함한 30여 가지 천연양념의 신비로운 맛을 도입했고, 8시간 이상 치킨을 양념에 재워 숙성시킵니다. 여기에 최고의 노하우를 자랑하는 튀김옷을 입혀 더욱 신선하고 바삭한 치킨을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전국의 모든 매장에서 팔리는 치킨이 같은 품질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바로 그것이 프랜차이즈 기업의 진정한 노하우겠지요. 현재 BBQ에는 전국의 가맹점을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해 음식의 품질과 맛을 관리하는 경영 컨설턴트가 있습니다. 또한 가맹점주들은 치킨대학에서 일주일 동안 치킨 요리법을 배우는 합숙 훈련에 들어가고요. 가맹점을 개설한 뒤 6개월 단위로 가맹점주들은 의무적으로 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듯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올리브유 치킨의 탄생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올리브유의 발연점이 낮아 튀김 요리에 적합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제너시스 중앙연구소는 롯데삼강, 스페인 폰즈사와 손잡고 3년간 연구 끝에 올리브유의 발연점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기름 속에 함유된 올리브 과육 찌꺼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불을 붙이는 순간, 과육 찌꺼기가 먼저 산화됨으로써 올리브유의 발연점이 낮아진다는 것. 결국 과육 찌꺼기를 걸러낸 순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사용함으로써 BBQ는 불가능의 장벽을 넘었다.
두 번째 문제는 일반 식용유 사용시 트랜스지방산에 의해 생기는 고소한 맛이 없다는 점이었다. 올리브유의 깔끔한 맛은 살리되 고소한 맛과 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맛은 과학’이라고 말하는 윤 회장은 양파 향으로 고소한 맛을 증가시키고, 파우더를 개선해 바삭바삭한 느낌을 강화했다. 올리브유에 튀겨내면서, 느끼한 기름 맛이 없어지고 치킨 맛은 한층 담백하고 깔끔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가격 상승이었다. 원가 상승을 우려한 가맹점주들이 올리브유 사용을 반대했고, 여러 전문가들도 최악의 경기불황을 들며 고급 치킨 출시에 우려를 표했다. 윤 회장은 50차례에 걸쳐 결정을 바꾸다 용단을 내렸다. 1등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시도였다.
“최고급 올리브유를 쓰니 7배 가까이 원가가 상승하더군요. 1마리당 4천원 정도 비싸진다는 계산이었습니다. 먼저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도움을 구한 곳이 올리브유 제조업체였습니다. ‘BBQ가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전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10%를 사용할 것이다. 신제품의 성공이 올리브유 시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 저렴하게 원료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요. 이는 단일회사로서 세계 최대의 수요 물량입니다.
가격 인상분의 일부는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올리브유 치킨을 반대하던 가맹점주들도 ‘고객의 내재된 욕구를 읽어야 한다’ ‘웰빙 트렌드를 선도해야 한다’는 제 뜻을 결국 따라줬어요. 나머지 인상분은 고객의 부담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치킨 한 마리 값이 1만1천원에서 1만3천원으로 올랐습니다.”
한국의 닭요리가 세계에서도 통한 숨은 비결
BBQ는 국내 시장에서 거둔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업을 시작한 지 겨우 석 달밖에 안된 스페인 마드리드점은 예상 매출액의 2배 가까운 점포당 하루 7백~8백 유로(90만~1백만 원)의 평균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말엔 매출이 1천5백~2천 유로(1백90만~2백60만 원)까지 증가할 만큼 인기가 높다. 2003년 중국 상하이에 개설한 BBQ 매장 역시 예상 매출액 2천 위안(26만 원)을 훌쩍 넘어 점포당 하루 평균 3천5백 위안(46만 원) 선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한국의 닭고기가 어떻게 스페인과 중국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굽고 튀기는 서양 음식과 달리 한국 음식은 원재료에 밑간을 하고 양념에 절이는 등 정성스런 조리 과정을 거치면서 은근한 고유의 맛을 창조합니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서양식은 ‘독주’라 할 수 있고, 한국음식은 ‘교향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그만큼 맛의 조화가 뛰어납니다.”
-국내 메뉴가 외국인들에게 그대로 통하던가요.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바비큐, 야채치킨 등 한국에서 판매되는 BBQ 메뉴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페인 사람들을 위해 매운맛을 다소 순하게 만든 정도지요. 닭을 통째로 먹는 게 익숙지 않은 중국에선 닭다리, 날개살 등 부위별로 치킨을 판매하고 있고요. 기본은 BBQ 메뉴 그대로지만, 각 나라의 입맛과 문화에 따라 조금 차별화시켰어요. 두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역시 프라이드치킨이더군요.”
-중국을 해외 진출의 첫 무대로 삼은 이유가 있습니까.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과 공통문화권에 속해 우리의 맛에 호감을 나타낼 거라 봤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계 브랜드의 각축장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진출해야 성공 여부를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을 세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셈이죠.
중국 진출을 위해 약 3년 동안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그동안은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나 외자기업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없었는데, 올해 법이 바뀌어 우리가 해외 투자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가맹사업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현재 상하이 등에 2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BBQ는 연내 100호점 탄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10년 내 1만 개 점포를 만들어 연간 2억2천만 달러(2천2백88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스페인을 해외 진출의 두 번째 국가로 정한 것은 조금 의외인데요.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한판 승부를 벌이려면 미국 본토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죠. 그러나 맥도날드, KFC 등 프랜차이즈의 본고장인 미국에 뿌리내리려면 좀 더 실력을 갖춰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페인의 경우 매년 관광객이 5천8백만~6천만 명인데 그중에는 영국·프랑스·독일 등지에서 온 유럽인이 많습니다. 또한 저희는 중남미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데, 중남미는 바로 스페인 문화권 아닙니까. 스페인을 거점으로 유럽과 중남미를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겁니다. 스페인은 국민 1인당 닭 소비량이 연간 33마리(한국은 1인당 10마리)에 이를 만큼 넓은 치킨 시장을 갖고 있기도 하죠.”
BBQ 치킨으로 시작해 창사 10년 만에 7개 브랜드, 전국 1천8백여 매장이라는 경이로운 성장을 이룬 제너시스 그룹(왼쪽).2003년 문을 연 중국 상하이 BBQ 매장(가운데), 지난 6월 오픈한 스페인 마드리드 BBQ 매장(오른쪽).
맥도날드 넘어 BBQ를 세계 1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윤 회장은 중국과 스페인에 음식배달 문화를 전파했다. 도심에 위치한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과 달리 BBQ는 주로 주택가의 작은 매장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특히 엄청난 인구가 살고 있지만 배달문화가 없는 중국의 썰렁한 주택가에서 BBQ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엔 집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이 익숙지 않아 매장을 찾던 중국인들도 이젠 전화로 치킨을 주문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시켜 먹는 음식이 피자에 불과했던 스페인에서도 ‘배달 치킨’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월4일엔 북한 금강산 제2 온정각에도 BBQ 매장이 문을 열었다. 국내 치킨 브랜드가 북한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남쪽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이산가족 상봉 때 남북 가족들에게 치킨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판촉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최근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에 각각 1백만 달러의 로열티와 매출액 인센티브를 받고 ‘BBQ’ 브랜드 사용을 허락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등과도 BBQ 진출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윤 회장이 BBQ를 경영하며 늘 염두에 둔 것은 맥도날드다. 그의 목표는 전 세계에 미국의 음식문화를 전파한 맥도날드를 제치고 BBQ를 세계 1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만드는 것. 두 브랜드의 10년사를 비교할 때 BBQ의 성장 속도는 맥도날드보다 2~3배나 빠르다.
“맥도날드가 창립 5년 만에 가맹점 2백 개를 냈는데, BBQ는 4년 만에 1천 개를 돌파했습니다. 맥도날드는 1000호점을 내는 데 10년이 걸렸어요. 맥도날드는 창립 32주년이 되는 1983년에 미국 시카고에 햄버거를 연구하는 햄버거대학을 설립했는데, 우리는 창업 4년 만인 1999년에 치킨대학을 만들었어요. 또 맥도날드는 창업 15년 후에, BBQ는 8년 만에 해외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맥도날드가 세계 1위 브랜드로 등극한 것은 창사 40여년 만이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BBQ는 창립 25주년이 되는 2020년에 5만 개의 점포를 갖춘 세계 1위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BBQ의 성장에 자신을 보이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슬로푸드’ 전략에 있다. 기존 유명 프랜차이즈가 치킨이나 고기를 미리 만들어놓았다가 데우기만 해서 소비자에게 내놓는 ‘패스트푸드’를 판매했다면, BBQ는 소비자의 주문을 받고 나서부터 조리하는 ‘슬로푸드’다. 또한 몸에 좋은 올리브유로 조리한 웰빙 건강식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경기도 이천의 치킨대학에는 석·박사급 연구원 20여 명이 오직 닭만 연구하며 이곳에서 예비 가맹점주들은 점포 운영에 필요한 기술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교육도 받는다. 윤 회장은 이곳을 외식산업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전문대학, 4년제 대학으로 키울 계획이다.
“위기는 위기와 기회의 준말 아닙니까?”
윤 회장이 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94년. 당시 미원그룹(현 대상그룹) 직원이던 그는 미원그룹이 닭고기 도계업체인 ‘천호마니커’를 인수하면서 영업부장직을 맡게 됐다. 미원이 중국에 세운 사료공장의 사장으로 취임하기로 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난 발령이었다. 내심 중국행을 기대했기에 실망이 컸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부도기업 ‘마니커’를 업계 매출 순위 1위로 끌어올리며 타고난 영업맨의 자질을 증명해 보였다.
그 다음해엔 ‘마니커’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인 (주)제너시스를 창업했다. 치킨 전문점 이름을 BBQ라 짓고, 프랜차이즈 매뉴얼을 만들며 가맹점 교육은 철저히 시켰다. 주변에서는 “발에 차이는 게 치킨집인데 장사가 되겠냐”고 말렸지만 윤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동안 치킨을 술안주로만 취급하는 호프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어린이와 주부를 위한 ‘술은 팔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 전문점으로 특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내다본 것.
그의 선택은 옳았다. BBQ의 성장과 함께 제너시스는 닭을 숯불에 구워 먹는 ‘닭 익는 마을’, 우동·돈가스 전문점 ‘U9’ 등 7개의 외식업체 브랜드를 보유했고, 1천8백여 개의 가맹점을 지닌 굴지의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제너시스엔 위기도 수차례 닥쳤다. 그러나 긍정적인 성격의 윤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는 늘 “위기는 ‘위기와 기회’의 준말”이라고 되뇌곤 했다.
“BBQ 100호점이 탄생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부 가맹점 사장들이 BBQ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술을 팔게 해달라, 일반 패스트푸드처럼 원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양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비용의 원료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이거든요. ‘BBQ 치킨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6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지요. 6개월이 흐르자 매출이 거짓말처럼 급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숨을 돌리고 나니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더군요. 사료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닭고기 공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라도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식습관을 바꾸긴 어렵잖아요. 비싼 쇠고기 대신 닭고기로 단백질을 섭취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우리는 공격경영을 펼쳤습니다. 결제조건을 현금 선(先)지급으로 돌려 원재료를 보다 싼값에 확보했지요. 그 결과 경쟁 체인점들이 가격을 대폭 올린 데 비해 BBQ는 인상폭을 5%로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창립 3년 안에 5백 개 가맹점을 내겠다던 목표를 2년만에 초과달성할 수 있었어요.”
2003년의 조류독감 파동은 윤 회장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이었다. 언론이 연일 조류독감으로 수만 마리의 닭이 폐사하는 장면을 보도하면서 닭고기 소비량은 급감했다. 2주일을 뜬 눈으로 지새운 그는 소비자에게 잘못 알려진 정보부터 바로잡기로 결심했다.
“조류독감은 호흡기 질환이기 때문에 뜨거운 열로 조리된 닭고기를 먹는다고 전염되는 병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시엔 ‘조류독감 걸린 닭고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어요.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한 외식업체들을 결집시켰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선 업체 대표들이 각 언론사를 찾아다니면서 ‘닭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보도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여러 언론이 닭고기 섭취를 권장하는 프로그램과 기사를 내보냈지만 소비량은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민 카드가 바로 ‘닭고기를 먹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20억원을 배상하겠다’는 광고였지요. 닭고기의 안전성을 확신하는 만큼, 사실 1백억원을 건다 해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이후 닭고기 소비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어린 시절 서울 다녀온 아버지의 선물이 사업가의 꿈 키워
칠순잔치를 치른 어머니와 아내, 두 딸과 늦둥이 아들 혜웅이에게 들러싸인 윤 회장.
사업가는 윤 회장이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꿈이었다. ‘물건을 만들어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도록 만들겠다’던 그때의 다짐은 제너시스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서울을 다녀온 선친께서 책가방과 운동화를 선물해주셨어요. 전남 순천에서 통고무신을 신고 책보만 메고 다니던 제겐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아버지께 ‘어디서 이런 걸 만듭니까?’ 하고 여쭸더니 ‘공장에서 나온단다’ 하시더군요. 공장은 이런 물건뿐 아니라 인간이 필요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나도 이 다음에 꼭 공장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는 아버지의 선물을 통해 품은 사업가의 꿈을 열 살배기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경영 마인드와 전략을 익힌 아들이 ‘천년 기업’의 기틀을 유지해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부의 세습’이라기보다는 ‘가문 경영’을 통해 뿌리 깊은 기업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올해로 열 살 된 아들 혜웅이는 제너시스의 탄생과 함께 태어났어요. 늦둥이의 탄생과 함께 제 사업도 번창했고요. 아이가 기업 경영에 눈뜰 수 있도록, 그래서 기업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도록 탄탄하게 훈련시킬 생각입니다.”
‘기업이 삶이자 인생’이라고 말하는 윤 회장은 10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한 번도 배당금을 받은 적이 없다. 벌어들인 돈을 기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곧 자신의 삶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위기에 의연하고, 수익은 회사에 되돌려주는 최고경영자의 태도는 부하직원들에게 귀감이 됐다.
매일 닭 한 마리를 먹는 남자.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며 현장 경험을 수집하는 경영인. ‘하면 된다’는 뚝심과 긍정적 사고로 동네 구멍가게처럼 인식되던 치킨 전문점을 매출규모 4천5백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미다스의 손’. 윤홍근 회장이 새롭게 일궈낼 세계 진출 성공신화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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