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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무대 뒤 스타

‘연예계 미다스의 손’ 웰메이드필름 대표 변종은

“말기 암 선고받은 형 돕다 연예사업에 첫발, 연기자들과의 신뢰 없이 성공하기 힘들어요”

글·최호열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2005. 10. 10

이정현, 자두, 왁스, 하지원 등을 스타로 키워내며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웰메이드필름 변종은 대표. 이젠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어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그를 만나 성공 뒷얘기와 최근 하지원의 부동산, 주식 재테크로 구설수에 오르게 된 내막을 들어보았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 웰메이드필름 대표 변종은

90년대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매니지먼트 사업이다. 수십 명의 톱스타들을 거느리며 웬만한 중견기업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대표들은 우리나라 대중문화계의 숨은 실세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눈길을 끄는 사람이 9월 초 개봉한 영화 ‘형사’를 공동제작한 웰메이드필름 변종은 대표(38)다.
최수종, 하희라, 김승우, 박은혜, 하지원, 장희진, 신이 등이 소속되어 있는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온 그는 이전에도 한스밴드, 이정현, 자두, 왁스 등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켜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려왔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연예계에서 15년 동안 잔뼈가 굵은 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순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내내 긴장감과 쑥스러움에 어색한 표정을 짓던 그는 촬영이 끝나자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며 해맑게 웃었다.
“정식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95년경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매니지먼트 사업을 설명하면서 ‘연예사업은 도박’이라고 비유했다가 그 부분만 그대로 방영돼 큰 곤욕을 치렀어요. 그 후 한동안 얼굴을 들고 다니질 못했어요. 인터뷰도 절대 안 했고요.”
그런 그가 기자를 만난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업계에서 자리를 굳혔다는 자신감과 함께 얼마 전 소속사 배우인 하지원의 부동산, 주식 재테크를 둘러싸고 구설수가 나돌게 된 내막을 직접 밝힐 때가 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학창시절에도 내성적이었던 그가 연예계에 뛰어든 것은 큰형 변대윤씨 때문이라고 한다. 변대윤씨는 현재 음반사와 매니지먼트사, 케이블방송 등을 거느린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 (주)예당 대표로 가수 양수경의 남편이기도 하다.

양수경의 로드매니저하며 일 배웠는데 형수·시동생의 인연으로 발전해
“91년 일본 유학을 떠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큰형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당시 보호자 역할을 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병원에 함께 갔는데 악성종양이라며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내렸어요. 의사가 절 불러 형의 남은 삶을 정리시킬 준비를 하라고 하는데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그는 큰형의 정신적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생각에 말기 암이란 사실을 비밀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큰형은 자신이 말기 암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저를 부르더니 마지막 소원이라며 연예기획자로서는 성공했으니 죽기 전에 음반사를 차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꿈을 접고 형을 돕기 시작했어요. 형을 부축해 사무실에 출퇴근시키고, 낮에는 제가 상고를 나온 경력을 살려 재무관리를 맡아 일했죠.”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종합병원 두 곳에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형이 건강을 회복한 것이다.
“큰형은 암을 이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어요. 필리핀에 가서 심령치료도 받고, 암에 좋다는 온갖 민간요법을 다 썼어요. 물론 그런 치료가 효과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아요. 살겠다는 정신력이 암을 이긴 거죠.”

‘연예계 미다스의 손’ 웰메이드필름 대표 변종은

변종은 대표가 공동제작한 영화 ‘형사’. 하지원, 강동원, 안성기가 출연했다.


큰형을 보살피면서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1년 후에는 회계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본격적으로 매니저 일에 뛰어들었다.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했어요. 지금은 형수님이 된 양수경씨의 로드매니저를 맡아 매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하룻밤 동안 밤업소 6곳을 뛰었어요. 수원에서 의정부로, 다시 일산으로 가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죠. 사무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고요. 그러면서 매니저로서 알아야 할 것들을 빨리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큰형이 “이젠 독립을 해보라”며 양수경을 소속 가수로 넘겨주었다. 그는 톱가수 하나만 있으면 기획사를 쉽게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업이 뭔지도 모른 채 뛰어들다 보니 힘에 부쳐 1년 만에 사업을 접고 다시 큰형 밑으로 들어갔다.
“스타의 일정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는 열심히 형의 기획 노하우를 곁눈질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매니저에서 연예기획자로 업그레이드된 것이죠.”
그 결과 한스밴드, 이정현을 연이어 발굴해 대박을 터뜨렸다. 자신감을 가진 그는 다시 독립해 친구와 함께 기획사를 차려 왁스와 자두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10명의 신인가수 중에서 1명만 뜨면 성공이라는 가요계에서 그는 키우는 가수마다 성공을 거둔 셈이다.
“제가 키운 가수들이 모두 저마다 색깔이 달라요. 그 색깔에 맞춰 홍보방법도 차별화했기 때문에 성공한 거예요. 그런데 보람은 있었지만 너무 힘들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심했고요. 그래서 가수가 아닌 연기자를 키우기로 방향을 바꿨죠.”
그는 가수 기획사를 친구에게 넘기고 혼자 연기자 중심의 기획사를 만들었다. 지금의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다. 맨손으로 시작하는 사업이었고, 더구나 가수와 연기자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전혀 달라 그로서는 큰 모험이었지만 자신감 하나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또다시 미다스의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몇 년째 ‘유망주’로만 머물던 하지원을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당시 연기자로 슬럼프에 있던 최수종은 그와 함께 일하면서 사극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김승우와 박은혜도 마찬가지. ‘발리에서 생긴 일’로 뜬 탤런트 신이 역시 그가 발굴한 연기자다. 이쯤되면 미다스의 손이라 할만 하지만 그는 자신이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운이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세간에선 연예인과 기획자가 돈으로 모이고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게 해서 성공한 연예인이나 기획자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은 처음엔 잘나가는 듯하다가도 머지않아 무너진다는 것. 그보다는 신뢰와 의리를 가진 사람이 결국엔 성공한다고 했다.
“전 가족이란 단어를 좋아해요. 이곳 배우들이 이곳이 내집 같고, 여기 사람들이 내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전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톱스타라도 지금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깨뜨릴 것 같은 사람이면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죠.”
지난해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한걸음 물러난 그는 지금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젠 제가 하고 싶었던 영화와 드라마 제작, 더 나아가 대형 뮤지컬 제작에 도전할 거예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 워밍업을 했고, 영화 ‘형사’를 기획하며 첫발을 내디뎠어요. 드라마와 대형 뮤지컬도 준비 중에 있고요.”
그는 앞으로 어느 기획사가 톱스타를 더 많이 데리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기획사가 더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소속 연예인들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느냐에 의해 기획사의 가치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이미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형이 건물을 팔 상황이 돼 하지원에게 소개했을 뿐”
‘연예계 미다스의 손’ 웰메이드필름 대표 변종은

변종은씨는 앞으로 영화, 드라마, 대형뮤지컬 제작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가 성공가도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엔 주가조작 혐의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큰형의 회사인 예당의 주가를 조작한 작전세력 명단에 그가 들어 있었던 것.
“이유야 어떻든 제가 정말 잘못한 일이었어요. 30억원을 빌려주면 30억원을 벌어준다는 지인의 제안에 솔깃해 은행에 예치해놓은 영화 투자금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 빌려줬거든요. 그러다 주범으로 몰렸죠.”
그는 30억원을 벌기는커녕 20여억원을 손해봤다. 법원에서도 그 부분을 정상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사건의 영향이 남아 그를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요즘도 저에게 어떤 주식을 사면 되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최근에도 하지원이 산 주식이 많이 올라 10억 가까운 이익을 보았다는 기사가 나왔잖아요” 하며 웃었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낸김에 하지원이 스펙트럼DVD 주식을 매입해 2대 주주가 된 배경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로 인해 그와 하지원을 둘러싼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와 제가 DVD 제작사인 스펙트럼DVD를 인수하면 사업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함께 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전 지난해 20억원을 손해봤기 때문에 돈이 없잖아요. 마침 하지원씨가 여유자금 10억원이 있어 여기에 하지원 이름으로 은행에서 20억원을 대출받고, 회사에서 7억여원을 부담해 하지원 이름으로 주식을 인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앞서 말한 기획사와의 약속이 일부 깨지면서 우리가 주식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어져 일부 주식을 하지원씨가 매각한 거죠.”
하지원은 지난해 말에도 변종은씨 큰형 소유의 건물을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한 언론에서 그걸 1백20억원짜리 건물이라고 보도했는데, 말도 안돼요. 건물가격이 국세청 공시가로는 21억원이고, 부동산 시세로 쳐도 30억원이에요. 그걸 하지원씨가 자기돈 12억원과 은행융자를 얻어 투자를 한 거예요.”
문제는 그걸 왜 하지원이 샀냐는 것인데, 그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형이 그 건물을 아는 사람에게 팔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어요. 그 건물 지하에 예당 자회사인 ETN방송국이 있어요. 10억원이 넘는 기자재가 설치되어 있죠.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 팔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아는 사람에게 팔아야죠. 저는 돈이 없고, 최수종씨 부부는 이미 재테크를 알차게 하고 있고, 김승우씨는 결혼준비로 여윳돈이 많지 않았어요. 반면 하지원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소개를 해준 거예요. 향후 5년 동안 예당이 건물을 계속 사용하는 대신 비교적 싼 값에 건물을 살 수 있고 매달 임대료를 3천만원씩 받는다면 괜찮은 재테크 아닌가요?”
종종 연예기획사 사장과 소속 여자 연예인 사이에는 염문설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변종은 대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저도 소문 들었어요(웃음). 전 그런 소문에 개의치 않아요. 근데 저는 여배우와 같이 커피 한잔 마신 적이 없어요. 하지원은 물론 다른 여배우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현재 싱글이다.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그에게 농담으로 ‘소속사 여배우들 중에는 이상형이 없냐’고 묻자 “이상형을 찾는 나이는 지났죠” 하며 웃는다.
“저는 일을 할 때는 남자배우든 여자배우든 업무적으로만 봐요. 그런 면에서 냉정한데, 큰형에게 배운 것 같아요. 사적인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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