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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사랑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 박씨 독점 인터뷰

에이즈 감염자와 시골 노총각의 순애보 그린

기획·최호열 기자 / 글 & 사진·김순희‘자유기고가’

2005. 08. 31

9월 말 개봉되는 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영화 ‘너는 내 운명’은 첫눈에 반한 여성이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사랑을 일궈낸 농촌 노총각의 순애보를 그린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박씨를 만나아내가 에이즈 환자임을 알고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영화 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동 사랑을 들었다.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 박씨 독점 인터뷰

‘사랑하는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다면, 결혼 후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내로부터 에이즈에 감염돼 당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할 수 있다면, 그래도 당신은 아내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에 대해 경남 한 시골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박종민씨(가명·44)의 대답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는 “그렇다”일 것이다.
아내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아내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던 남자.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아내를 사랑한 박씨의 순애보를 소재로 영화가 제작돼 화제다. 오는 9월23일 개봉예정인 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너는 내 운명’이 그것. 70대 노인의 성과 사랑을 그린 영화 ‘죽어도 좋아’에 이어 지고지순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너는 내 운명’의 메가폰을 잡은 박진표 감독은 8월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밝혔다.
“3년 전 박 감독이 저를 찾아왔더라고요. 당시 아내는 에이즈예방법 위반혐의(에이즈환자는 다방, 술집 등 의무적으로 보건검진을 받아야 하는 곳에서 일할 수 없다)로 구속된 상태였어요. 그때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아내 이야기를 다뤄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죠. 박 감독도 뉴스를 통해 아내의 이야기를 알게 돼 저를 찾아왔던 겁니다.”
박 감독과 막걸리 잔을 주고받던 박씨는 자신이 살아온 삶과 아내와의 사랑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아내 때문에 에이즈에 걸려 내 명(命)이 짧아진다 해도 어차피 살다가 죽을 인생이라면 아내와 함께 살다 죽고 싶다”는 박씨의 고백에 박 감독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박 감독이 아내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교도소에 함께 면회를 갔어요. 아내와 제가 대화 나누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더니 ‘기회가 되면 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보잘 것 없는 저 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나 할까 생각했죠.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실제로 제작되는 줄 몰랐어요.”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줄거리는 이렇다.
통장 5개, 젖소 한 마리로 목장 경영을 꿈꾸는 석중(황정민)은 ‘동정은 당연히 첫사랑에게 바치겠다’는 순진한 시골 노총각이다. 그런 석중 앞에 눈처럼 투명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동네 다방 종업원 은하(전도연). 한눈에 은하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석중은 그녀에게 촌스러운 구애를 시작하고, 겉으론 새침한 은하도 그런 그가 싫지 않다. 하지만 아들의 다방 출입이 불안한 석중의 엄마는 석중에게 억지로 선을 보게 하고, 그 장면을 목격한 은하는 홧김에 여관으로 차 배달을 자청한다.
여관에서 손님에게 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은하 옆을 밤낮으로 지키던 석중은 퉁퉁 부어 만신창이가 된 은하를 보며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수줍은 사랑고백을 한다. 석중의 진심을 받아들인 은하. 그들은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다.
꿈만 같은 신혼을 보내던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은하가 에이즈 감염자라는 것. 은하에게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어 석중은 끙끙 앓는다. 한편, 자신 때문에 석중이 전 재산을 처분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은하는 ‘내가 떠나면 남편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도 모른 채 몰래 사라진다. 석중은 말없이 자신을 떠나버린 은하를 찾아 헤맨다.

“아내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 모른 채 결혼”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 박씨 독점 인터뷰

영화 ‘너는 내 운명’은 박씨의 삶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박씨가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98년 5월. 당시 박씨의 나이 서른일곱이었고, 아내는 스물넷이었다. 박씨는 부산에 살고 있는 후배로부터 아내를 소개받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에 들었지만 아내가 가진 것도 없는 농촌총각에게 시집올 것 같지 않아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
“소개받은 지 며칠 후 후배가 아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더라고요. 그날부터 같이 살았어요.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안돼 1년 넘도록 동거하다가 뒤늦게 혼인신고만 했죠.”
그는 동거하면서 아내가 결혼한 경험이 있고 딸 하나가 있다는 과거를 고백했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저를 만나기 이전의 일이 아내를 사랑하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어요. 아내의 과거까지도 사랑했으니까요.”
아내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안 것은 혼인신고를 한 직후였다고 한다. 보건소 직원이 찾아와 그동안 아내의 주거가 일정치 않아 확인해 보니 보건당국이 찾으려고 애썼던 (에이즈 감염) 환자였다고 말한 것. 아내도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박씨 부부는 “보건소의 판정을 믿을 수 없다”며 재검사를 요구했고, 보건소 측도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검사를 실시했다. 이번엔 박씨도 함께 검사를 받았는데 99년 10월 재검사 결과, 아내는 동일하게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왔고 박씨는 음성반응이 나왔다.
“한참을 울었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도 많이 했고요. 결혼해서 내 인생에 처음으로 꿈같은 날들을 보내다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으니까요. 아내는 ‘에이즈에 걸린 줄 알았다면 같이 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전 헤어질 생각이 없었어요. 아내가 일부러 저를 속인 것도 아니잖아요.”
그는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돼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내와 함께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어차피 살다가 언젠가는 죽을 인생인데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살다가 죽고 싶었다”는 것. 오히려 그를 걱정하는 아내에게 “죽을 때까지 지켜줄 테니 나만 믿고 의지하면서 살라”고 다독였다고 한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내와 함께 보낸 신혼시절이었어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 사랑을 받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 내 목숨조차 아깝지 않게 여길 수 있는 여자가 있다는 것. 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요.”
박씨는 보건소에서 시키는 대로 성관계를 할 때 콘돔을 사용한 것 외에는 예전처럼 똑같이 생활했고,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 역시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후 6개월마다 의무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으며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았다.
“아내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2년 넘게 한 이불 덮고 살았어요. 그런데 아내에게 제가 모르는 카드 빚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저에게 카드 빚이 있다고 말한다 해도 갚아줄 능력이 안 되니까 저 모르게 다방 같은 곳에서 일했나 봐요. 그게 2002년 초 경찰에 적발돼 구속된 거죠. 집에 경찰이 오가니까 동네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어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어 댔고요.”
그는 아내가 구속된 이후에도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역경이 오히려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 박씨는 아내를 위로하고 자신의 사랑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교도소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아내가 교도소에 있는 8개월 동안 거의 매일 면회를 갔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아내 얼굴을 보러 갔는데, 집에서 교도소까지 가려면 두 시간 남짓 걸렸어요. 왕복 4시간인데, 말이 4시간이지 오토바이로 장거리를 오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국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사고위험이 굉장히 높지만 그래도 겁나지 않았어요. 아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기쁨이, 아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컸으니까요.”
박씨의 아내는 면회 때마다 남편에게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늘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고.

에이즈예방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아내와 수백 통 편지 주고받으며 사랑 확인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 박씨 독점 인터뷰

박씨는 지금도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아내는 ‘옥바라지하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자꾸 눈물을 흘렸어요. 아내 얼굴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팠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내가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교도소에 있는 아내 면회를 다니면서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박씨는 매일 면회 가는 것으로도 부족해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아내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도록 하루 일과와 함께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말을 적어 보냈다는 것.
“아내도 저에게 매일 편지를 썼죠. 교도소를 나오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주고받았어요. 아내가 김밥을 아주 맛있게 잘 싸거든요. 교도소에서 나오면 제가 좋아하는 김밥을 많이 싸 주겠다고 편지에 적었더라고요. 된장찌개도 참 맛있게 잘 끓였는데…. 아내와 함께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어요.”
박씨는 아내가 교도소에서 자신에게 보낸 편지 일부를 공개했다. 박씨는 “저와 아내 모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맞춤법이 엉망”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다음은 박씨의 아내가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다.
‘잘 지내고 있지. 생각이 많이 나. 당신하고 나하고 처음 만났을 때, 절에 놀러가 사진 찍고 할 때, 당신이 나한테 김밥재료 사왔을 때가 많이 생각이 나.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어. 그리고 당신이 내 옥바라지 한다고 고생하고 있는 것 다 알고 있어. 사랑하는 종민씨, 내가 좀 더 당신 신경 썼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지. 참 후회하고 있어. 당신이 만약에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었어.’
또 다른 편지는 “(당신은) 참 착한 사람이야”라는 말로 시작됐다. 아내는 박씨에게 “재판이 잘못되면 내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잘 참고 이해해줘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고백과 함께 편지 말미에 “사랑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당신에게) 편지 자주 쓰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당신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져. 당신한테 너무 미안해. 나도 당신 사랑해. 당신이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마워.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당신 사랑해. 당신이 많이 보고 싶어.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어. 열심히 잘 살게. 당신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 그리고 지금까지 잘 참고 기다리고 살았는데 나 여기서 (교도소에서) 나갈 때까지 기다려 줘. (당신이) 편지에도 나 기다린다고 했잖아. 당신 나 나갈 때까지 꼭 몸조심하고 밥 많이 먹고 잠도 잘 자. 그게 나의 바람이야. 당신 몸조심하고 일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쉬어가면서 해. (당신 나) 많이 사랑하고 있지?’
아내와 박씨는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를 하루가 멀다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씨의 부모 형제는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
“좋다고 할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다 싫어했죠. 이혼하고 다른 여자 만나 살라고 했어요. 친구들도 ‘왜 그런 여자를 잊지 못해 안달이냐’고 했어요. ‘아내를 버리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구들에게 ‘너는 아내가 몹쓸 병에 걸린 채 구속돼 옥고를 치르면 모른 척 하고 살겠냐’고 되물었죠. 살다가 남편이나 아내가 죽을병에 걸리면 다 헤어져야 하나요?”
아내로부터 에이즈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박씨는 아내가 교도소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아내는 출소 직후 친정으로 향했다.
“시골집에서는 못 살겠다고 하더라고요. 동네 사람들이 무슨 병에 걸렸고 왜 구속됐는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창피해서 얼굴 들고 살 수 없을 것 같다면서요. 아내가 다른 곳에 이사 가서 살자고 했어요. 장인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고요. 도시에 나가서 막노동이라도 하며 살자고 하는데 제 수중에 당장 방한 칸 얻을 돈이 없었어요.”
박씨는 동네 사람이 손가락질 해도 자신이 아내를 보호하고 감싸주면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중에야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박씨는 결국 자신의 무능함이 사랑을 갈라놓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아내 떠나보낸 후 지병 악화 돼 발목 절단 위기에 처해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 박씨 독점 인터뷰

박씨의 사연을 소재로 만든 영화 ‘너는 내 운명’.


“아내의 입장과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던 거죠. 아내는 시골집에서는 죽어도 살 수 없다고 하는데 전 방 얻어서 나갈 돈이 없고. 그렇다고 부모 형제가 보태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장인이 결국 ‘두 사람의 장래를 위해 이혼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하더라고요. 저와 아내는 이혼할 생각이 없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출소 후 3개월 만인 2003년 초여름에 합의이혼을 했어요.”
이혼 후에도 한동안 두 사람은 같이 살 방법을 찾았고 박씨는 방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사랑하니까 보내줬어요. 제 인생의 전부였던 아내를 보내야만 했던 제 마음, 그 아픔과 고통을 누가 알겠어요. 아무도 모를 겁니다. 아내와 헤어진 후 쉽게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었어요. 마음의 병이 깊어지자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되기 시작했어요.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었으니까요.”
박씨는 지난 5월 당뇨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7월 중순에 퇴원했다. 병세가 완화돼 퇴원한 것이 아니라 의사로부터 “오른쪽 발목을 절단해야 하니 빨리 수술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어 퇴원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의사가 오른쪽 발목을 절단하라고 하는데…. 수술을 하고 싶어도 수술비가 없어 할 처지도 안 되고. 발목을 자르자니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고….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고 싶어도 돈 때문에 못 가고 있어요.”
박씨는 2년 전 헤어진 아내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고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리움이 커져 머리와 가슴 속에서 사랑하는 여자의 모습을 지워내려고 애쓰고 있다는 박씨. 그는 “나의 보잘 것 없는 사랑이야기가 온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아내를 끝까지 지켜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요즘 사람들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가 자신들의 모습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전 그것으로 족하죠. (전 아내가) 딸아이와 함께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여자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죠.”
“원 없이 사랑했기에 자신의 삶이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다”는 박씨. 다리를 절룩이며 걷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면서 그가 하루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완쾌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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