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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도전하는 삶

개그맨으로 변신해 화제 모으는 ‘바퀴 달린 사나이’ 박대운

“장애인이면 모두 우울하고 심각할 거라는 편견 깨고 싶어 개그맨에 도전했어요”

기획·구미화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08.03 13:20:00

KBS 코미디 프로 ‘폭소클럽’에 한 남자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바퀴 달린 사나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은 98년 휠체어를 타고 유럽 대륙을 횡단해 화제를 모았던 박대운씨.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개그맨으로 변신해 화제 모으는 ‘바퀴 달린 사나이’ 박대운

“가끔아이들이 제게 물어요. 아저씨는 왜 다리가 없냐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저씨는 다리가 없는 게 아니라 숏다리란다(웃음).”
지난 5월 말 시작된 KBS ‘폭소클럽’ ‘바퀴 달린 사나이’ 코너를 통해 처음 무대에 선 박대운씨(34).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그는 연세대 재학 시절인 98년 월드컵을 홍보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유럽 대륙 2002km를 횡단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공익광고에도 몇 번 출연했지만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개그맨으로 데뷔하는 첫 무대에서 ‘뼈 있는 유머’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데뷔 무대에서 “내 다리가 여러분과 좀 다르게 생겼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가끔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듯 장애를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걸로 생각한다”며 장애인은 ‘틀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인정하는 사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 작은 첫걸음, 아니 작은 첫 바퀴를 굴렸다”는 그의 마지막 멘트에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고, 방송 직후 ‘폭소클럽’ 시청자 게시판에는 “뼈 있는 유머 감명 깊게 잘 봤다”는 내용의 시청자 의견이 속속 올라왔다.

“장애가 있어도 밝고 건강하게 사는 이들이 많아요. 장애인 하면 슬프고 심각할 거라 생각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 개그맨에 도전했어요. 무대에 서면 다들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하던데 전 예쁜 여자, 못생긴 여자까지 구분이 되더라고요(웃음). 사람들이 웃어줘서 다행이에요. 방송이 나간 후 주위에서 끼가 많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매사를 가볍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개그맨으로 변신해 화제 모으는 ‘바퀴 달린 사나이’ 박대운

방송에 출연한 그를 알아보고 달려온 꼬마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박대운씨.


강원래·김송 부부, 홍록기의 주선으로 데뷔
그의 개그맨 데뷔는 강원래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그는 한때 신촌 세브란스병원 재활센터에서 카운슬러로 활동했는데 강원래의 아내 김송이 먼저 연락을 해와 강원래의 재활 트레이닝을 도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강원래·김송 부부와 절친한 홍록기가 그에게 개그맨으로 데뷔할 것을 권했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뤄 인기를 모았던 ‘블랑카’에 이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새 코너를 준비하던 ‘폭소클럽’ 제작진도 그를 반겼다.
“제 인생엔 뜻밖에 찾아온 기회가 여러 번 있었어요. 이번 일도 그 중 하나죠. 홍록기씨와 담당 PD가 한번 해보라고 했을 때 주저 없이 ‘그럼 한번 해보죠’하고 결정을 내렸어요. 제가 원래 심각하게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나쁘게 보면 무모하고, 좋게 보면 도전정신이 강한 거죠(웃음). 사실 방송 환경이 낯설기는 한데 홍록기씨가 녹화할 때마다 찾아와 격려해줘 용기를 얻고 있어요.”
개그맨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 말고도 그에게 좋은 일이 하나 더 있다. 지난 6월 주얼리 숍을 운영하는 최윤미씨(31)와 결혼식을 올린 것. 최씨와의 인연 또한 방송이 계기가 됐다. 99년 그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최씨가 2002년 KBS ‘이것이 인생이다’에서 또 한번 그의 인생 이야기가 방영되자 그에게 연락을 해온 것.

개그맨으로 변신해 화제 모으는 ‘바퀴 달린 사나이’ 박대운

지난 6월 부부의 연을 맺은 박대운씨와 최윤미씨.


최씨는 99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와 달리 박씨의 가정사를 비롯해 어두운 면도 다룬 ‘이것이 인생이다’를 보고 그전에 박씨의 밝은 모습을 보고 힘을 얻었으니 이번엔 자신이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1년여 메일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2003년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첫 만남에서는 최씨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한 달 뒤 두 번째 만났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한 최씨의 모습에 끌렸다고 고백한다.
당시 그는 경기도 일산에서 생과일 주스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장사가 잘 안 돼 데이트할 심리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씨는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히 그의 곁에 있어주었다고.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줬어요. 그래서 더욱 고맙죠. 지난해 12월 결국 가게 문을 닫았는데 금전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봤지만 대신 사랑을 얻었으니 아주 손해본 장사는 아니죠(웃음).”
그가 최씨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건 2003년 겨울이다. 그해 11월, 강원래·김송 부부와 구준엽이 그를 찾아온 적이 있는데 갑자기 강원래가 경련을 일으키자 김송이 날렵하게 안마를 해 풀어주는 모습을 보며 ‘내 곁에도 저런 사람이 있지’ 하는 생각과 함께 최씨의 얼굴이 떠올랐다는 것. 그는 얼마 후 최씨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이 성사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씨 집안에서 심하게 반대해 1년 반 동안은 교제 사실조차 숨겨야 했던 것. 최씨가 무남독녀인 데다 최씨의 어머니가 젊은 시절 보건소에서 일하며 여러 장애인을 지켜보았던 터라 장애인 가족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극구 반대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최씨 가족의 반대가 하나도 섭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른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쓴 건 전혀 없어요. 저희 두 사람이 변치 않고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시고 장모님께서 허락해주셨어요.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데 흔들림 없는 저희들 모습에 마음이 바뀌셨대요.”

MC로도 활동하며 사람들에게 청량제 되고 싶어
개그맨으로 변신해 화제 모으는 ‘바퀴 달린 사나이’ 박대운

그는 요즘 육아 관련 책을 읽고 있다. 내년쯤 아이를 갖고 싶다는 그는 자상한 아빠가 되는 것이 자신의 인생목표라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장애와 가난보다 아버지의 부재가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딴살림을 차려 명절이나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만 만날 수 있는 아버지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컸다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버지의 부재는 그에게 독이 아닌 약이 되었다고 한다.
늦은 밤까지 양계장 일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안 한 어머니 때문에 그는 청소년기에도 엇나갈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어머니께서는 제 장애가 마치 당신 탓인 양 입버릇처럼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요즘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얘기하세요. 흐뭇해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저도 행복하죠.”
그는 앞으로 개그맨뿐 아니라 MC로도 활약하고 싶다는 꿈을 내비쳤다. 장애인은 주로 마이크를 건네받는 쪽인데 자신은 누군가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스물여섯 살에 수능시험을 준비해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이유도 방송에서, 강연회에서 입담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고. 그는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 “사람들에게 청량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5년 8월 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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