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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색다른 외출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출연해 눈길 끄는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

■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5. 06. 09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씨가 MBC 월요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출연해 화제다. 다소 엉뚱한 외도로 시선을 끌고 있는 그가 들려준 일에 대한 열정과 아내사랑.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출연해 눈길 끄는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

패션디자이너 장광효씨(48)가 시트콤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방영중인 MBC 월요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흡혈귀 가족의 딸 려원이 일하는 의류매장 디자이너로 출연 중인 것.
“처음엔 안 하겠다고 했어요. 코믹하게 비춰지는 게 싫고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거절했는데 제작진이 미국의 랄프 로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여럿이 시트콤에 출연한 적이 있다며 설득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디자이너가 책상에 앉아서 바느질하고 패턴을 뜨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까 밖에서 보던 것처럼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중 앞에 얼굴 내비치는 데 익숙해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지 않았는데 막상 장면과 장면을 연결시켜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안녕, 프란체스카’는 영화 ‘아담스 패밀리’를 모티프로 한 시트콤으로 흡혈귀 가족의 에피소드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그는 첫회에서 남자 모델 오디션 장면을 촬영하면서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차승원씨가 모델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한눈에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델로 성공하겠다 싶어서 제 무대에 세웠죠. 모델로 데뷔해 연예계에 진출한 이후 톱스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했어요.”
유지태도 그가 발굴한 스타. 7년 전 무심코 길을 걸어가던 유지태를 보고 모델로 발탁했다.
“압구정동에 있는 제 매장 앞을 어떤 청년이 지나가는데 한눈에 들어왔어요. 문을 열고 얼른 밖에 나가서 그 청년을 불러 세웠죠. ‘모델 한번 해볼 생각 없냐, 하면 성공할 것 같다’며 설득했어요. 모델을 뽑을 때는 몸매, 얼굴에 숨은 매력, 몸에 익은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해요. 단순히 얼굴이 잘생기고 몸매가 뛰어나다고 해서 모델로 기용하지 않죠.”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출연해 눈길 끄는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

‘안녕, 프란체스카’ 촬영장을 찾은 장광효(오른쪽 위 사진), 극중에서 그가 운영하는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려원과 함께(아래 사진).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의상학을 공부한 그는 남성복 캠브리지에서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뎠다. 95년엔 국내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남성 기성복 전시회에 참가해 주목받았는데, 그는 모델이 자신의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차승원 유지태, 첫눈에 가능성 알아보고 자신의 무대에 세워
“내 디자인의 ‘에스프리’는 조선시대 서민들이 그린 민화 속에 담겨 있다”고 말하는 그는 여성복보다 더 강렬하고 대담한 컬러의 남성복을 선보이고 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 꽃과 나무, 들판 등을 보며 자연에서 비롯된 색들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민화 속에 나타나는 색들도 전부 자연 속의 색이잖아요. 민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 첨단유행을 주도하는 의상 디자이너들은 뛰어난 유행 감각과 색상 감각 등이 요구되는 직업의 특성상 무분별한 사생활에 대한 소문 또한 끊이지 않아 세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출연해 눈길 끄는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


“디자이너 중에 일부 그런 분들이 있어요. 일을 열심히 해서 명성은 쌓았지만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가족도 잃고, 돈도 잃고, 명예까지 실추된 경우가 있어요. 전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선후배와 동료 디자이너들의 삶을 보면서 ‘옷만 잘 만들 게 아니라 내 인생도 잘 디자인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대학원 때 만나 3년간의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한 그의 아내 길애령 교수(50·목포대학교 성악과)는 장씨 못지않은 유명인이다.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제곡 ‘애가’를 불렀고, KBS ‘열린 음악회’에도 자주 출연하는 성악가인 것. 두 사람은 올해로 결혼한 지 만 21년째를 맞지만 자녀가 없다.
“결혼할 때 아이를 낳지 말자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셈이죠. 결혼할 당시에 아내가 지방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어 주말부부로 지냈어요. 지금도 주말부부로 지내고요. 아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기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그렇게 결정했어요”
길 교수는 방학 때 서울 청담동의 ‘남편 집’에서 생활한다. 학기 중에는 장씨가 광주광역시에 있는 ‘아내의 집’에 토요일마다 내려간다. 나이가 들수록 가정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그는 ‘애처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매주 토요일 광주에 가면 대청소를 해주고 와요. 쓰레기 버리고, 옷장 정리하고, 유리창 닦고 화장실 청소까지 하려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해요.”
시트콤에 출연해 ‘외도’를 하는 경험이 자신의 작품 활동에 활력소가 되고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친 장광효씨. 가족 시트콤이라는 점이 특히 맘에 들었다는 그는 “요즘처럼 사회가 암울할 때일수록 가정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돼야 한다”고 말하며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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