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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불량주부’ 원작 만화가 강희우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2005. 05. 02

손창민·신애라 주연의 SBS 인기 드라마 ‘불량주부’의 원작자 강희우씨. 만화로 자신의 일상을 그렸다는 그의 만화 같은 삶.

화제의 드라마 ‘불량주부’ 원작 만화가 강희우

“도대체 누가 주부를 한가하다고 한 거야! 청소해야지, 빨래해야지, 식사 준비해야지, 게다가 재활용쓰레기 버려야지, 공과금 꼬박꼬박 내야지. 회사 다닐 때보다 머리 쓸 일도 많고 육체노동도 더 많잖아. 아, 주부 노릇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예전엔 미처 몰랐네.”
지난해 6월부터 지하철에서 배포되는 한 무료 일간지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 ‘불량주부일기’가 출근길 시민들, 특히 맞벌이 주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남자 전업주부의 일상을 코믹하게 다룬 이 만화는 그 인기를 타고 최근 손창민·신애라 주연의 SBS 드라마 ‘불량주부’로 만들어졌고, 4월 초에는 단행본으로 출간되기까지 했다.
“뒤바뀐 성역할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평등부부를 제시하고 싶었다”는 ‘불량주부일기’의 만화가 강희우씨(36).
그는 주인공의 실제 모델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불량주부일기’에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는 남자 전업주부의 생활상은 상당 부분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
“손창민이 맡은 남자 전업주부 구수한은 바로 내 모습”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만화 주인공과 비슷해요. 저도 살림을 하고, 시장에 쇼핑하러 가는 걸 좋아하고, 홈쇼핑을 좋아하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하죠. 그래서 아줌마들과 말이 잘 통하는 편인데,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아요.”
화제의 드라마 ‘불량주부’ 원작 만화가 강희우

강희우씨는 동네 주부들과 수다를 떨면서 만화 소재를 얻기도 한다고.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밖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집안일을 한 그는 지금은 여느 주부 못지않은 살림 솜씨를 자랑한다고 한다. 속옷이나 와이셔츠 등을 종류별로 나눠 세탁하고, 스프링이 오래가도록 침대 매트리스도 정기적으로 뒤집어주고, 가끔 가구 배치까지 바꿔준다고.
집안일 중에서 그가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재활용품 분리수거. 우유팩을 차곡차곡 접어서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종이 포장지에 플라스틱 마개가 덮여 있는 주스 통은 가위로 플라스틱 부분을 잘라낸 다음 버린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흔히 광고지를 신문과 같이 버리는데, 그는 코팅된 비닐을 말끔히 벗겨내고 버린다고 한다. 한쪽 끝부분을 잘 잡고 당기면 다 벗겨진다는 것. 이만 하면 살림의 고수가 아닐까 싶다.
“가사는 분명히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할 몫이에요. 그런데 남자들 대부분이 가사는 아내 몫이고 자신은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하죠. 도와준다고 생각하니까 생색을 내게 되고요.”
이런 말을 하니까 친구들의 아내로부터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결혼을 할 것”이라며 “결혼해도 살림에 열심인 남편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10년 동안 이두호 문하생으로 만화를 배운 그는 ‘조금 모자라지만 사랑스러운 불량주부’처럼 그 자신도 ‘조금 모자라지만 사랑스러운 만화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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