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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인기 개그맨 L 심경고백 & 사건의 전말

■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5.02.11 14:40:00

지난 1월13일 인기 개그맨 L이 전 매니저와 함께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충격을 던졌다. 경찰서 유치장 면회실에서 기자와 만나 “억울하다”며 눈물을 쏟은 개그맨 L의 항변과 경찰이 밝힌 피해 여성의 주장.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인기 개그맨 L 심경고백 & 사건의 전말

지난1월12일 오후 4시 경기도 일산경찰서. 흰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인기 개그맨 L(29)이 경찰관과 함께 유치장 면회실에 들어섰다. 전날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그의 얼굴은 몹시 초췌해 보였다. 유치장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 그는 “맹세코 나는 성폭행하지 않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 여성과 술을 마신 후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어요. 그런데 왜 그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는지 이해가 안 가요. 이틀 전 ‘잠깐 조사할 게 있으니 일산경찰서에 들어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갔겠어요? 경찰에 출두하지 않거나 출두하기 전에 어떤 조치를 취하든지 했겠죠.”
경찰이 밝힌 피해 여성 신모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1월6일 새벽 3시경 L과 전 매니저 J(24) 등은 경기 고양시 한 성인오락실에서 만난 신모씨와 장항동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후 인근 신씨의 오피스텔로 자리를 옮겨 2차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후 이날 아침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온 L 일행은 놓고 온 휴대전화를 가지러 다시 신씨의 오피스텔을 찾았다고. 이들은 문이 잠겨 있자 신씨와 함께 사는 김씨(여)에게 “휴대전화를 놓고 나왔으니 문 좀 열어달라”고 해 안으로 들어간 뒤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신씨를 잇달아 성폭행했다고 한다. 김씨는 문을 열어준 뒤 곧바로 옆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기 때문에 이들의 범행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이날 오전 7시경 경기 일산경찰서는 “2명의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씨의 112신고를 접수받고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날 오전 9시경 신씨를 데리고 일산의 한 산부인과를 찾아 정액을 채취,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1월7일 오후 피해조서를 받았으며, 사흘 후 L과 J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1월11일 새벽 3시경 두 사람을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반면 L이 주장하는 신씨와의 성관계 과정은 다르다. 신씨의 오피스텔에 도착해 신씨와 전 매니저 J, 그리고 신씨와 한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는 김씨 등이 술을 마시다 김씨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먼저 잠이 들었다고 한다.
“그 여성이 경찰에서 제가 자신의 옷을 강제로 벗겼다고 하는데, 그런 일 없어요. 오히려 그 여성이 더 적극적이었어요.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면 그럴 수 없잖아요.”
신씨와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거듭 주장하는 L은 성관계 후 오피스텔에서 나온 뒤 휴대전화를 놓고 온 게 생각나 J에게 휴대전화를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이때 오피스텔을 다시 찾은 J가 신씨와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과정에서 세 사람의 진술은 모두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L은 경찰수사 과정에서뿐 아니라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J는 L의 주장과 달리 “오피스텔에서 L씨와 신씨가 관계를 맺을 때 소파에 앉아 있다가 L씨에 이어 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편 신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데 L씨 등이 강제로 성폭행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이 같이 이들 세 사람의 진술이 모두 일치하지 않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11일 오후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정황증거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2일 L과 J, 피해자 신씨와 대질심문을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대질심문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은 상당 부분 엇갈렸다고 한다. L은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신씨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 L과 J의 진술 또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확보된 증거와 정황상 성폭행이 성립된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재신청했고 검찰은 같은 날 오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월13일 오전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L과 J는 시종일관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L은 성관계에 대해서는 시인했지만 강제 성폭행 사실은 부인했고, J 또한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J의 경우 경찰조사에서는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원에서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L과 J는 구속적부심을 신청, 구속 6일 만인 1월19일 석방되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다.
“그 여성 쪽에서 저희 가족에게 ‘합의를 하자’며 돈을 요구했다고 해요. 형으로부터 그 얘길 들었는데, 전 절대 못해요. 합의는 결국 제가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평생 누명을 쓰고 살 수 없어요. 제 인생을 걸고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혀낼 겁니다.”
L은 “신씨 측이 제시한 ‘합의 건’과 관련해 자신의 형이 그 일을 잘 알고 있다”면서 형의 휴대전화 번호를 일러줬다. L의 형은 “신씨 측이 보낸 사람을 만나봤는데 동생과 매니저에게 각각 1천5백만원씩 총 3천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 신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신씨의 인적사항을 알아봤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신원은 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L의 형 또한 “신씨를 대신해 합의를 요구한 남자를 한 번 만나봤을 뿐”이라고 했다.
오랜 무명의 설움을 딛고 주목받기 시작하던 개그맨 L. 그는 “이 일로 인해 한 순간에 내 인생이 엉망이 돼버린 것 같다”면서 울먹였다. 진실은 이제 법정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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