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는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작은 도시. 충주시 탑평리에는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앙탑이 서 있다. 국보 제6호인 중앙탑의 공식 명칭은 ‘탑평리 칠층석탑’. 통일신라시대 때 나라의 중앙이 어디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동서남북 네 끝에서 사람들을 출발시켜 만난 곳에 세운 탑이라고 한다.
원래 충주는 한양으로 흘러가는 남한강이 있어 물길이 발달하고, 조령과 이화령을 넘어 한양으로 가는 뭍의 길도 발달해 교통의 요지였다고 한다. 그런 이곳에 85년 댐이 생기면서 물의 도시가 되었다. 거대한 내륙의 바다 ‘충주호’가 생겨난 것.
지난해 충주를 관통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접근이 쉬워졌다. 이곳에 겨울 추위를 물리쳐주고 아이들과 함께 이른 봄맞이를 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들이 있다.
유기농 야채 재배 과정 보며 수확의 기쁨 누릴 수 있는 장안농장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IC를 나와 주덕 방면으로 우회전해 약 5분을 달리면 신니면 마수리가 나온다. 10년 전 귀농해 유기농 쌈채소로 전국 순위 10위권의 농장을 일군 류근모씨는 2만여 평의 농장에서 상추·시금치·깻잎 등의 민속쌈채와 브로콜리·비트·겨자채 등의 서양쌈채, 허브쌈채 등 1백여 종의 쌈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기농 야채의 생산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직접 야채를 수확할 수도 있다.
사실 처음 농장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다. 황량한 벌판에 36동의 비닐하우스가 쭉 늘어서 있기 때문. 하지만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은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 모습을 보고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농장 안은 수확이 끝나 갈아엎은 이랑, 파종한 후 싹이 트도록 비닐을 씌워놓은 이랑, 싹이 터 1주일 정도 자란 이랑, 수확하기 직전의 이랑 등 여러 개의 이랑으로 나누어져 있다. 덕분에 한 곳에서 야채 씨뿌리기부터 상품으로 출하되는 과정까지 모두 구경할 수 있다. 겨울에는 36개의 비닐하우스 중 지력 회복이 필요한 곳은 휴지기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땅의 힘이 좋아야 맛있는 야채가 자랄 수 있기 때문.
유기농 야채 수확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안농장.
이곳에서는 수확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 농장 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쌈을 수확하는 방법, 무 뽑는 방법, 야채의 맛과 모양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안 농장에서 개발해낸 노란색, 붉은색, 검은색, 초록색, 흰색 등의 샐러드용 무도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색깔에 따라 그 맛도 다르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땅 속에 묻혀 있는 무의 색깔을 구별하기 힘들어 아이들은 직원들이 정해준 색깔의 무를 찾기 위해 땅에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무를 고른다. 일단 체험이 시작되고 나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직접 수확한 야채는 농장에서 마련한 점심식사에 바로 올라온다. 살짝 데친 브로콜리, 손으로 뚝뚝 자른 양배추 샐러드, 깨소금으로 무쳐낸 브로콜리 잎, 생콩가루를 풀어 넣은 김칫국 등이 주 메뉴인데 아이들은 평소 자주 먹지 않는 음식인데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아이의 잘못된 식습관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곳에서 야채를 직접 살 수 없다는 것. 유기농 야채는 전량 대형 유통센터 내 직판장과 장안농장의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기 때문에 별도로 판매하지는 않는다. 대신 농장체험자들은 기념으로 약간의 야채를 선물 받는데,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아이들의 입가에는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국내 유일의 솟대전문 조각가 윤영호씨가 흙집을 개조해 만든 솟대문화공간.
장안농장은 올해로 7회째 쌈 축제를 열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쌈축 제로 소비자가 직접 생산지를 찾아 체험해보면 쌈채소에 대한 믿음이 더 생길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시작됐다.
유기농 체험은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체험시간은 조정이 가능하다. 수확이 이루어지고 있는 주기에 따라 체험할 수 있는 쌈채소의 종류도 달라진다. 식사를 포함한 체험료 모두 무료. 문의 043-856-0798, www.ssamnhub.com
솟대의 의미와 우리의 문화 이해하는 솟대문화공간
충주호 한쪽에 자리한 동량면 하천리에는 하늘과 땅, 사람을 잇는 솟대문화공간이 있다. 국내 유일의 솟대전문 조각가 윤영호씨가 흙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충주호리조트를 지나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윤씨의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당 곳곳에는 솟대를 세우는 기둥과 도구들이 가득 쌓여 있고 솟대문화공간 도처에서 윤씨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 방안 벽면에까지 솟대가 전시되어 있다.
윤씨는 15년 전 현대미술관(지금의 현대아트갤러리) 관장을 지내던 당시 권옥연 화백의 작품 속에 표현된 솟대를 본 뒤 솟대를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부터 솟대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그는 솟대의 역사부터 용도까지 솟대에 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다.
솟대는 인간과 하늘을 연결해주는 도구로, 솟대를 중심으로 한 일정 반경이 신에게 기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한다. 솟대는 인간이 하늘에 기원을 올릴 때 그 뜻을 전하는 매개체로 신성시되어오다 그 의미가 변하여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거나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또 집안의 경사에도 사용되곤 했는데 그것은 솟대에 올리는 새의 모습에 따라 지역과 그 쓰임을 구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도 솟대를 세웠는데 문과에 합격한 사람을 위해서는 학을, 무과에 합격한 사람을 위해서는 봉을 올렸다고. 때문에 집안에 솟대가 많으면 그만큼 좋은 일도 많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솟대가 썩지 않고 오래가면 집안에 좋은 일이 있을 징조라 하여 솟대를 만들어준 사람에게 감사의 뜻으로 조를 다섯 섬이나 선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며 솟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곳의 솟대는 꼭대기에 앉은 새의 모양이 기러기라는 점에서 다른 솟대와 다르다.
윤씨가 만드는 솟대는 다른 곳의 솟대와 다르다. 솟대 위에 앉은 새의 모습이 일자형의 나무를 깎아 만든 것과는 달리 그가 주로 얹는 새는 몸통이 동그란 기러기인 것. 그 이유는 위계질서가 정확하고 변심하지 않는 새가 기러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솟대문화공간 입장료는 무료. 문의 043-852-8811
아이들 창의력 높여주는 도예체험장 ‘일중요’
앙성면 목미리 하율마을에 자리한 ‘일중요’는 딸 셋을 둔 이준우 부부가 운영하는 도예체험공간으로 이들은 올해로 13년째 이곳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다. ‘밤골도예’라고도 부르는 일중요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흙으로 지어진 전통가마가 눈에 띈다. 그리고 마당 가득히 쌓여 있는 녹색, 보라색 등의 다양한 빛깔과 형태의 도자기들은 그동안 흔히 보아온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에는 석유가마와 장작가마가 있는데, 석유가마는 일률적인 색깔을 내야 하는 작품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고, 장작가마는 연기와 온도의 변화로 다양한 색의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한다고 한다.
일중요에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모양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완성된 작품을 집까지 택배로 우송해 준다.
이곳에서는 장작가마에 불 들이는 작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불 들이는 날은 일중요 홈페이지에 한 달 전부터 공지되는데, 2월에는 말일쯤 불을 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나무가 준비되는 정도에 따라 날짜는 변경될 수 있다.
가마와 ㄱ자로 놓인 건물은 방문객들의 체험공간인 동시에 이준우씨의 작업공간이다. 흙으로 마감된 외관에서부터 커다란 나무를 잘라 사용한 실내 기둥까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지붕도 나무를 켜켜이 얹어 만들었는데 편한 마음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했다고 한다. 공간에 매이면 작업도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나무로 지은 덕분에 습도 조절이 잘 되고 도예작품을 건조시키거나 보관하기에도 좋다. 황토로 마감된 내부공간은 작업하는 내내 상쾌함을 준다. 그리고 아이들이 뛰놀기에 좋은 너른 마당도 있다. 이곳 이름은 ‘날마다 중간만 살자’라는 의미로 ‘일중요(日中窯)’라고 지었다고 한다. ‘일중’은 이준우씨의 호(號)이기도 하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은 아이들이 창의성을 살릴 수 있도록 원하는 모양, 크기대로 자유롭게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완성된 작품은 가마에서 구워 유약처리까지 끝낸 뒤 택배로 보내준다. 체험료는 1인당 1만5천원. 체험 소요시간은 2시간. 문의 043-857-7500, www. illjung.com
추천 여행코스!
1일 중부내륙고속도로(충주 IC)를 이용해 충북 충주시 도착-신니면 장안농장 유기농 체험과 점심식사-충주~제천 간 국도 이용, 동량면으로 이동. 조동리 선사유적박물관 돌아보기-목계나루에서 민물매운탕으로 저녁식사-충주호변 충주호리조트 1박.
2일 솟대문화공간 돌아보기-금가참숯 숯가마 체험과 점심식사-탑평리 칠층석탑과 조각공원·충주박물관 방문-고구려비 찾아보기-노은 신화숯불갈비에서 저녁식사-젤코바힐 1박.
3일 노은~앙성을 잇는 도로를 따라 앙성으로 이동. 일중요 도예체험하기-앙성탄산온천에서 온천욕 후 올갱이 해장국으로 점심식사-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 IC 이용, 귀가
가족여행전문가 한은희씨는…
여행 기획 취재 전문회사인 ‘월드컴’에서 국내여행팀장으로 활동하다 2003년 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 중. 아이들을 위한 여행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초등학생이 꼭 가봐야 할 생생 체험학습현장’을 펴냈다.
조동리 선사유적지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 선사유적지는 충청북도 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되어 있다. 충주지역의 신석기·청동기시대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다. 발굴 당시 신석기시대의 문화층에서는 빗살무늬토기가 많이 출토되었으며, 청동기시대 문화층에서는 민무늬토기 외에 집터, 불 땐 자리, 움, 도랑 등의 다양한 생활유적이 발견되었다. 각종 토기류와 화살촉·돌도끼·대패날·그물추·가락바퀴 등의 석기류와 쌀·보리·밀 등의 곡물, 복숭아 씨앗·도토리 등도 출토되었다.
중원고구려비
충주시 가금면 용전리에 자리한 삼국시대 기념비인 중원고구려비는 국보 제205호로 돌로 만들어졌다. 자연석을 이용해 사면을 다듬고 비문을 새긴 형태가 광개토대왕비와 비슷하다. 남한 유일의 고구려비로 역사적 가치가 크며 고구려가 한강 유역의 여러 성을 빼앗고 개척한 척경비로 추정된다.
금가참숯
충주시 금가면 월상리에 위치한 금가참숯은 재래식 숯가마 8기를 운영하고 있다. 시아버지 때부터 전통방식으로 단단하면서도 품질 좋은 숯을 생산하고 있다. 백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추출한 참나무 목초액도 믿을 만하다. 숯을 꺼내고 난 가마는 찜질방으로 사용하는데 황토로 지은 가마 안 가득, 숯에서 방출된 원적외선이 가득하다. 찜질 후 미역국(3천원) 한 그릇을 먹으면 개운한 기운이 더해진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료는 찜질복 포함 5천원. 연중무휴. 문의 043-853-7753, www.chamsoot1004.com
[숙박]
젤코바힐
충주시 노은면에 자리한 젤코바힐은 북충주 IC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고급 펜션. 고속도로와 인접한 곳에 있어 산중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이라는 뜻의 젤코바힐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운치 있게 서 있다. 펜션 뒤 보련산에는 가벼운 산책로와 등산로가 나 있다. 문의 및 예약 043-857-1889, www.zelkovahill.co.kr
충주호리조트
‘코타리조트’로도 불리는 곳이다. 충주호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23평형 콘도 2백71실과 46평형 콘도 6실로 구성되어 있다. 식당과 축구장 등의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문의 및 예약 043-848-6755, www. chungjuho.net
[맛집]
자연산가든
남한강 목계나루에 위치한 이곳은 20년 전부터 남한강에서 고기를 잡아온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민물매운탕 전문식당이다. 매콤하게 조려내는 참매자조림과 민물새우를 듬뿍 넣어 달콤한 맛을 내는 잡어매운탕을 전문으로 한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도리뱅뱅이도 맛볼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며 쉬는 날은 없다. 문의 043-852-2048
신화숯불갈비
노은면에 자리한 신화숯불갈비는 8년 경력의 주인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툭툭 담겨 나오는 음식은 투박하지만 맛깔스럽다. 양념이 잘 배어 있는 갈비를 숯불에 얹어 구우면 어른보다 아이들의 손이 더 바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므로 아침식사도 할 수 있다. 문의 043-853-8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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