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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첫프라이버시 인터뷰

데뷔 40주년 맞아 가족 뮤지컬 도전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 백일섭

“지금도 드라마 캐스팅돼 첫 대본 연습할 땐 새색시처럼 설레요”

■ 글·최호열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5.01.31 16:42:00

방송 3사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 아버지상을 맛깔 나게 보여주고 있는 탤런트 백일섭이 올해로 연기인생 만 40년을 맞았다. 그가 아직도 변함없는 연기 열정과 그동안 한번도 공개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 등을 들려주었다.
데뷔 40주년 맞아 가족 뮤지컬 도전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 백일섭

엄한 가장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뜨거운 사랑을 가득 담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아버지 상을 감칠맛 나게 연기하는 탤런트 백일섭(61). 그는 요즘도 KBS 일일드라마 ‘금쪽같은 내 새끼’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일드라마가 2월 초에 끝나면 한동안 쉬고 싶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한 주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드라마에 출연했거든요.”
“쉬고 싶으면 쉬면 되지 않냐”고 하자 “직장 다니면서 쉬고 싶다고 사표 내고 쉴 사람이 몇이나 되냐”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날 때쯤 다음 작품 섭외가 들어오면 ‘그래도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구나’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요(웃음).”
아내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 한 열흘 푹 쉬고 싶었던 그의 바람을 막은 것은 1월29일부터 2월 말까지 공연될 뮤지컬 ‘팔도강산’. ‘팔도강산’ 하면 흔히 70년대 희극인 고 김희갑씨와 원로배우 황정순씨가 주인공을 맡아 인기를 얻은 드라마와 영화를 연상하지만, 뮤지컬 ‘팔도강산’은 거기서 모티프만 빌려왔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르다. 노년 부부가 자식들의 가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그린다는 것.
연기인생 40년, 영화에 열정 더 바치지 못한 아쉬움 있어
“뮤지컬은 솔직히 제 전문 영역이 아니에요. 전에 신상옥·최은희 선생이 만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그땐 너무 단역이었고…. 뮤지컬은 지금까지 했던 영화나 연극, 드라마와는 다른 새로운 도전이니까 열심히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기로 한 거죠.”
그는 처음엔 열흘쯤 연습하면 되겠지 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드라마나 연극과 많이 달라 고생을 했다고 한다. 특히 연극은 배우들끼리만 모여도 연습이 가능한데 뮤지컬은 음악과 안무 등이 같이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고.
인터뷰 중에 꼬마 아이와 젊은 여성이 다가와 그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그만큼 그의 연기가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얻고 있다는 방증일 터. 그러고 보면 65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연기인생 만 40년을 맞는다. 40년을 맞은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하자 그는 한번도 숫자에 의미를 두고 산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항상 새로운 작품을 만나면 새로운 느낌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첫 대본연습을 할 때면 새색시처럼 설레기도 하고요. 물론 끝날 때쯤엔 지겹지만(웃음).”
그는 데뷔 후 지금까지 한번도 연기 이외에 외도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잠깐 다른 일을 해보려고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또한 몇 군데 대학으로부터 강의 제안을 받았지만 역시 사양했다고 한다.
딱 한번 외도 아닌 외도를 한 적이 있다. 90년대 초 영화사를 차리고 직접 제작에 나서려고 했던 것. 당시 그는 직접 메가폰도 잡을 욕심이었는데 시나리오를 고르다가 3년 만에 접었다고 한다.
“직접 해보니까 전 연기자이지 제작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나리오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흥행하겠다고 말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어요. 제작자의 마인드와 연기자의 마인드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죠.”

데뷔 40주년 맞아 가족 뮤지컬 도전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 백일섭

백일섭은 뮤지컬 ‘팔도강산’에 여운계와 부부로 출연한다.


스스로 작품 연보 만드는 것을 포기했을 정도로 40년 동안 출연한 작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초창기 때는 영화를 많이 했어요. 상도 많이 탔고요. 그런데 드라마를 병행하다 보니까 우선순위가 바뀌더라고요. 영화를 하면서 짬을 내 드라마 출연을 한 게 아니라 드라마 출연을 하면서 틈틈이 영화에 출연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좋은 작품을 못 만났어요. 영화에 좀더 진득하니 매진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죠.”
최선을 다하지 못한 영화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드라마가 아닌 영화 ‘삼포 가는 길’을 꼽았다.
“당시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드라마도 포기했어요. 찍으면서 이만희 감독이랑 싸움도 많이 했죠. 당신이 의견을 말하면 저도 지지 않고 제 생각을 말하고, 그러다 밤을 새우기도 했죠. 이 감독도 제게 ‘넌 TV보다 영화 쪽’이라고 했고, 저도 영화에 주력할 생각이었어요. 다음 작품으로 ‘동맹’이란 영화도 함께 찍었는데 완성을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저도 영화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TV로 돌아왔죠.”
이젠 연기에 물이 올랐다고 자부할 만도 하건만 그는 아직도 멀었다면서 더 좋은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가 봐서는 15년 정도 더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제부터 좋은 작품을 만날 것 같아요. 흙냄새가 나는 연기, 시청자들의 가슴에 와닿는 연기를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진정한 연기는 보통 사람과 떨어진 모습이 아니라 그들과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남대문시장에 가면 저런 사람이 꼭 있을 것 같은 인물로 느껴져야 한다는 것. 그런데 아직 거기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겸손해한다.
믿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60~70년대 대표적인 몸짱 스타였다. 한 건강제품 광고를 30년 동안 했을 정도. 그런 그도 나이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요즘은 혈압이 높아서 매달 정기적으로 혈압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은 죽을 때나 하는 거죠”
“올해부터는 술과 담배를 조금 줄일 생각이에요. 골프를 좋아하지만 건강에 큰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등산을 할까 생각 중이고요. 집 뒤로 산이 있어 일주일에 한번씩 2시간 정도 아내와 함께 걷곤 하는데 좋더라고요.”
그는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10년 동안 잡지 인터뷰 요청은 물론 토크쇼 출연 섭외가 끊이지 않았지만 다 거절했다고 한다. 사생활이나 가족들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배우라는 생각을 잊고 살려고 해요. 제 가족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싫고요.”
드라마에서는 때론 푸근하고 가정적인 남자로, 때론 푼수 같은 남자로, 때론 완고한 아버지로 나오는 그의 실제 가정생활은 어떨까.
“젊었을 땐 고집도 세고, 성질도 있고 그랬는데 나이가 드니까 안 돼요. 아이들이 크니까 제가 지더라고요. 아내에게도 져요. 쥐어 산다기보다는 이길 수가 없어요(웃음).”
그는 부인 채미영씨(51)와 36세에 결혼했다. 중매로 만나 사귀다 자연스럽게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고.

데뷔 40주년 맞아 가족 뮤지컬 도전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 백일섭

“제가 연기자란 이유로 처가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총각 시절 누구랑 차만 마셔도 열애설이 터지는 등 언론의 가십기사로 많이 등장했거든요.”
그는 아내가 고맙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연예인의 생활을 이해 못해 부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는데 아내는 많이 이해를 해주는 편이었다고. 또한 내조도 잘 하고 아이들을 잘 키워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런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냐고 묻자 “그런 건 죽을 때나 하는 것”이라는 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부인이 섭섭하다고 안 하냐고 묻자 “우린 그렇게 살아요”하며 웃었다.
아들 승우씨는 프로골퍼다. 최근 군에서 제대했는데 올해는 열심히 해보겠다며 전지훈련을 떠나는 등 의욕이 높다면서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딸은 올 2월에 홍익대 미대 예술학부를 졸업하는데, 아나운서나 기자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딸이 예쁘다는 소문이 자자해 연기를 시킬 생각은 없냐고 하자 단호하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이들도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을 안 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제가 연기자는 아빠 하나로 족하니까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인터뷰를 마치고 연습실로 향하는 그의 얼굴엔 어설픈 인기나 돈에 현혹되지 않고 진정한 연기자의 길을 걷겠다는 장인정신이 묻어 있었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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