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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화폐 이야기 책으로 펴낸 배원준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01.10 14:08:00

은행에서 환전 업무를 맡은 것이 계기가 되어 취미로 세계 각국의 화폐를 모으고 있는 은행원 배원준씨. “화폐를 보면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그가 그간 2백60여 개국 3천여 장의 화폐를 모으며 일어난 에피소드와 각국의 화폐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계 각국의 화폐 이야기 책으로 펴낸 배원준

“신입행원 시절 환전 업무를 담당하면서 화폐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은행은 환전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보는데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고객들에게 화폐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그랬더니 고객들이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저 역시 재미있어 취미로 다른 나라의 화폐를 모으기 시작했죠.”
제일은행 금융결제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배원준씨(41)는 화폐를 물물교환을 위한 수단이 아닌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풍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보고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인물이나 희귀 동식물, 유서 깊은 건축물 등이 등장해 화폐를 보면 그 나라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는 것.
특히 그는 화폐에 나온 인물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세계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50프랑 지폐에는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등장하고 인도 화폐에는 간디 대통령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화폐를 들여다보면 모래가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단층 건물이 많이 지어졌고 유럽의 건축물은 종교적 영향을 받았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배원준씨는 처음 화폐를 모을 당시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 화폐를 수집했다. 은행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폐는 직접 사 모으고 그렇지 않은 나라의 화폐는 그 나라를 여행한 사람이나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모았다. 또한 환전을 위해 은행을 찾은 고객 가운데 환전이 안 되는 화폐를 가져오는 경우 그가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경매로 구입하거나 대사관 혹은 영사관을 직접 찾아가서 본국에 의뢰하는 방법, 외국에서 민박을 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구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한번은 아프리카 감비아 화폐를 구하기 위해 감비아 대사관에 찾아갔는데 구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결국 대사님을 직접 만나 제 의도를 설명하고 대사님이 가지고 있던 화폐를 받아올 수 있었죠. 화폐를 개인 소장용이 아니라 그 나라를 알릴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드렸더니 기꺼이 주시더군요.”
새로운 화폐를 수집했을 때 그가 처음으로 하는 일은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찾는 일이다. 지구상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국기는 어떤 것이며, 화폐 단위는 어떻고, 국가 원수는 누구인지, 우리나라와 환율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본다. 그 다음 화폐에 나온 인물이 누구인지, 동식물이 나왔다면 왜 나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그래서 화폐 한 장을 놓고 3~4시간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까지 화폐 구입에 8천만~9천만원 들어
그가 지금까지 회사생활하는 틈틈이 모은 화폐는 3천여 장.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액자에 보관하다보니 부피가 1.5톤 트럭 1대분에 이른다고 한다. 화폐를 개인 소장용으로 수집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화폐에 조그만 흠집이 생겨도 그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앨범에 보관하지만 배원준씨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있는 화폐에 더 애정을 갖고 있다. 그 나라 사람의 체취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그 화폐가 자신에게 오게 된 과정을 상상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
배씨는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화폐들을 잘 정리해 매년 화폐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를 여는 장소는 제일은행 본점과 전국 지점, 전국 초등학교. 특히 그는 화폐 전시회를 찾은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화폐 이야기 책으로 펴낸 배원준

최근 화폐에 관한 책을 펴낸 그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화폐 가운데 10%밖에 소개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2학년 딸이 있는데 어려서부터 아빠가 화폐를 수집하는 모습을 봐서인지 화폐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요. 텔레비전에서 어떤 나라가 나오면 화폐와 연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세계지도에서 찾아보며 그 나라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지요. 방학숙제의 단골 메뉴도 화폐 이야기고요.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자연스럽게 세계사 공부도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래서 그는 최근 출간한 ‘화폐로 배우는 세계의 문화’라는 책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다. 1권은 유럽의 화폐에 대해, 2권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화폐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와, 세계사와 관련해 자주 나오는 인물들만 추려서 책을 구성했다. 그는 2권 가득 화폐가 실려 있지만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화폐의 10%밖에 소개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지금까지 화폐 구입에 사용한 돈만 8천만~9천만원 정도. 1천 달러와 5백 달러짜리 미국 달러를 구입하는 데 5백만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은행에서 일하며 많은 이득을 얻었으므로 자신이 얻은 것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외환은행, 조폐공사 등에서도 화폐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관에서 하다보니 수교가 안 된 나라나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화폐는 구하기가 힘들죠.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화폐 수집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 같아요.”
배원준씨의 화폐 수집 욕구는 끝이 없다. 그는 지금도 늘 다른 나라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화폐가 바뀌었다고 하면 다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구입하고 또 그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는 인터넷 사이트 세계화폐박물관(www.numerousmoney.com)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화폐를 돈으로 환산하면 제가 투자한 만큼이 안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화폐를 수집하면서 얻은 기쁨, 화폐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면서 얻는 행복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요. 앞으로도 화폐를 통해 세계를 알아가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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