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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동거

‘색녀열전’ 작가 장차현실이 얘기하는 ‘여자가 즐거운 섹스’

딸 은혜 소재로 다큐멘터리 찍은 영화감독 서동일씨와 살림 차린 만화가 장차현실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박윤희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5.01.03 16:35:00

경기도 양평에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아름다운 동거가 시작됐다. 이혼 후 딸 은혜와 단둘이 살던 만화가 장차현실씨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서동일씨와 새로운 가족을 꾸린 것. 각자 섹스를 소재로 한 만화책 ‘마님 난봉가’와 다큐멘터리 영화 ‘핑크 팰리스’를 선보인 두 사람을 만나보았다.
‘색녀열전’ 작가 장차현실이 얘기하는 ‘여자가 즐거운 섹스’

따로따로 또 같이 ‘섹스’를 소재로 한 이색 작업을 해 눈길을 끄는 한쌍의 남녀. 최근 만화가 장차현실씨(41)는 ‘밝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로버전 만화책 ‘마님 난봉가’를 펴냈고, 그의 남자친구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서동일씨(34)는 장애인들의 성을 화두로 한 다큐멘터리 ‘핑크 팰리스(Pink Palace)’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12월17일 경기도 양평을 찾았다. 청계산에 둘러싸인 이들의 보금자리는 한옥 두 채를 개조해 각각 작업실과 생활공간으로 나누어 쓰고 있었다.
장씨가 지난 봄 새로 사들인 이 집은 그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거의 폐가나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붕과 나무 기둥만 남겨두고 2개월 동안 집을 다시 짓다시피 보수작업을 했다고.
“지난 봄부터 동거를 시작했어요. 딸 은혜는 동일씨를 ‘오빠’라고 부르고 저는 ‘자기’라고 부르죠. 친정엄마는 ‘두 여자가 남자 하나 불러놓고 좋아서 난리구나’하면서 볼 때마다 웃으세요(웃음).”
앞으로 몇 개월 후면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난다. 지금 장씨는 임신 4개월째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날 장씨네 가족은 막 산부인과를 다녀오던 참이었다.
“임신하고 처음 병원에 가본 거예요. 아기가 뱃속에서 아주 열심히 잘 놀고 있대요.”
장씨가 은혜(13)에게 병원에서 찍은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자 은혜가 신기한 눈망울로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은혜야, 사진만 봐서는 잘 몰라. 엄마가 설명해줄게. 이게 아기 머리고 등이야. 뼈도 다 보이지? 어때 신기하지?”
“엄마, 여자야 남자야?”
“아직 몰라.”
“여자였음 좋겠어.”
“엄마는 예쁜 딸 키워봤으니까 아들 낳고 싶어.”
이 집에서는 새로 생길 가족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밝은 웃음이 수시로 터진다. 새삼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 장씨 마음에 꽉 들어차 있는 요즘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은혜가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어요. 의사가 각오하고 있으라고 해서 무슨 일 날까봐 얼마나 놀랐는데요. 다른 때 같았으면 눈물을 꾹 참고 울지 않았을 텐데 동일씨를 보니까 엉엉 울게 되더라고요. 옆에 기댈 사람이 있어 마음이 많이 안정돼요.”
이들은 은혜를 잃을까봐서 조마조마한 며칠을 보냈다. 병상을 지키며 밤을 꼬박 새는 날도 있었다. 다운증후군이란 은혜의 남다른 신체조건 때문에 장씨가 각별히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주었지만 이번에 은혜는 아주 호되게 앓았다.
“평소에는 오히려 은혜가 저를 잘 챙겨줘요. 정신없이 만화 그리고 있으면 직접 밥을 해서 상까지 차려놓고 먹으라고 불러요. 어깨도 자주 주물러주고요.”
서씨는 이렇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녀의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다 다큐멘터리 ‘핑크 팰리스’를 찍게 되면서 지난 3월 말 처음으로 두 모녀가 사는 집의 문을 두드렸다.
“장애아를 둔 학부모는 아이의 성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 내용도 ‘핑크 팰리스’에 함께 담아보고 싶어서 은혜를 찾아오게 된 거죠.”

‘색녀열전’ 작가 장차현실이 얘기하는 ‘여자가 즐거운 섹스’

새롭게 한 가정을 이루게 된 장차현실씨와 서동일씨, 그리고 은혜.


원래 서씨는 대기업 정보통신회사 광고팀에서 일하던 평범한 샐러리맨. 퇴근 후 취미 삼아 영상제작 관련 일에 기웃거리다 ‘핑크 팰리스’ 제작을 시작,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사십대 후반의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평생 동안 단 한 번의 성경험도 없었는데 총각 딱지를 떼려고 사창가에 갔다가 ‘장애인에게는 성을 팔 수 없다’는 업소 측의 거절로 쫓겨났어요. 그 내용을 잡지에서 보고 무척 충격을 받았죠. 그때부터 장애인들의 인권과 성에 관심을 갖고 ‘핑크 팰리스’를 찍게 되었어요.”
평소 장씨도 ‘여성’과 ‘장애’를 화두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던 터라 처음 만난 서씨와 10년 지기 친구처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반하게 됐고 서너 번 만나다가 서씨가 아예 장씨의 집으로 옮겨와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장씨는 한 번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초혼인 서씨보다 7살이나 많았지만 이런 것은 둘이 사랑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항상 마감에 쫓기느라 정서 불안에 시달리는데 동일씨랑 함께 있으니까 따뜻하고 안정된 느낌이 들어요. 더군다나 여성들이 원하는 스킨십을 참 잘 해줘요. 속으로 ‘어디서 배웠을까?’ 궁금해하면서도 새록새록 감동하죠.”
반대로 서씨는 그의 모습이 ‘사춘기 소녀’ 같아서 마음이 끌리게 됐다고 한다.
“감수성이 아직도 쌩쌩하게 살아 있어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사고가 많이 열려 있는 사람이라 좋아요. 다른 여자들처럼 돈 많이 벌어오라고 떠밀지도 않고요(웃음).”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성’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했다.
“여성이 위에 올라가면 남녀가 평등해져요. 저희는 서로에게 모든 것을 다 드러내니까 어떤 행위든지 다 가능해요. 다만 현실씨가 정력이 너무 세서….”
서씨가 말끝을 흐리며 빙그레 웃자 장씨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섹스 후 저는 쌩쌩해져서 이리저리 막 돌아다니고 만화도 열심히 그리는데 동일씨는 이불 속에서 ‘저 무서운 여자’하는 눈초리로 절 쳐다보다가 쓰러져 자요(웃음).”
장씨는 ‘색녀열전’ ‘마님 난봉가’ 등을 통해서 고백했듯이 대한민국 ‘밝히는’ 여자들의 대표선수이자 당찬 색녀 중의 색녀가 아니던가. 아무래도 서씨가 밀리는 눈치였다. 장씨에게 이부자리에서 남녀가 유쾌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저희가 이불 속에서 굉장히 평등하고 즐거울 뿐만 아니라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섹스의 즐거움은 테크닉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의식’ 속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요. 남자냐 여자냐를 떠나 주체적으로 누구에게나 즐길 욕구가 있다고 인정하면 어렵지 않아요.”
장씨는 자신도 한때 불감증 환자였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전 남편하고 살 때는 오르가슴이 뭔지 잘 몰랐어요. 저한테 아주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민에 빠졌죠. 섹스도 즐겁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혼 후 여러 차례의 생체실험(?)을 통해 검증한 결과, 예전의 섹스 트러블은 ‘불감증’이 아닌 ‘무지’에서 비롯된 문제였음을 알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제 몸과 성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죠.”
그는 ‘색녀열전’을 그리면서 성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성에 얽힌 옛날 설화나 민담을 채집했는데 거기 보면 남자는 늘 즐기고 여자는 당하는 입장이었어요. 사대부 양반 남자의 노리개가 되는 하녀 이야기만 수두룩하고. 한마디로 남성 중심의 성만 존재했던 거죠. 그래서 새롭게 여성의 시각으로 성을 다루면서 당당하게 성을 즐기는 ‘색녀’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색녀열전’ 작가 장차현실이 얘기하는 ‘여자가 즐거운 섹스’

당시만 해도 본인이 워낙 ‘요조숙녀’과여서 ‘밝히는 여자’들의 실전담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아줌마들을 모아 그의 다락방에 모셔놓고 거의 매일 섹스에 관한 수다를 떨었다고.
“그때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무지에서 확 벗어났어요.”
그래서 이 무렵 나온 ‘색녀열전’은 ‘좋은 걸 좋다고 말 못하고 싫은 걸 싫다고 말 못한 세월 이제 더 이상 참고 살진 않으리’라고 외치는 얌전한 규수들의 발칙한 도발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최근에 나온 ‘마님 난봉가’는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동하여 아낌없이 내 모든 것을 주었거늘 누구냐, 나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이!’라고 외치며 서투른 머슴들을 아우르는 마님의 도를 완숙하게 보여준다. 본래의 ‘야함’에 능글능글한 ‘해학성’이 더해졌다고 할까.
“섹스만큼 사람에게 활기를 주는 것이 또 있나요? 성에 관한 만화를 그릴 때마다 제 자신이 항상 즐거워요. 여성들이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고 주체적으로 즐기면 좋겠어요.”
가장 좋은 성교육은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 보여주는 것
사실 그가 야한 만화를 그리다보니 문란한 여자로 오해받을 때도 많고 전화로 그의 발칙함을 꾸짖는 아저씨나 아줌마 독자도 많다. ‘제대로 즐기자!’는 그의 메시지를 ‘문란해지자!’로 혼동해서 빚어지는 해프닝이다.
“사람들이 제가 굉장히 자유롭고 제 멋대로 사는 줄 알아요. 동일씨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은혜랑 단둘이 살면서 여기저기 신문과 잡지에 연재만화 그리고 아이 돌보는 일에 쫓기느라 극장 한번 제대로 못 갔어요. 문화생활 같은 것 꿈도 못 꿔요.”
서씨는 두 여자랑 8개월 남짓 동거하면서 은혜와 장씨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은 여자 큰 여자’도 찍었다. ‘핑크 팰리스’가 장애인 인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라면 ‘작은 여자 큰 여자’는 은혜의 발랄함과 즐거움이 가득 담긴 영화다. 아무래도 셋이 한집에서 뒤엉켜 살다보니 다큐멘터리에는 두 모녀가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여과 없이 실려버렸다.
“은혜랑 소리 지르면서 막 싸우고 있는데 동일씨가 더 열 받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거예요. 저는 카메라에 대고 화내고 은혜는 ‘카메라 치워!’ 하면서 렌즈를 손으로 가리면서도 둘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죠(웃음). 저희 모녀의 코미디 같은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요.”
원래 ‘작은 여자 큰 여자’는 장씨가 한 신문에 연재하던 만화다. 은혜의 일상을 잔잔하게 다루면서 장애인이 처한 문제를 슬쩍 꼬집어 독자들한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은혜가 신체적 조건이 특수한 만큼 그의 관심사도 ‘장애인’ 문제에서 비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마치 성이 없는 ‘무성’ 취급 하잖아요. 특히 여성장애인들이 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죠.”
장씨는 “장애인들의 성적 욕구도 비장애인의 성적 욕구와 다를 게 없다”며 대다수 여성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은혜가 요즘 사춘기인데 은혜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춘기라는 시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때인가를 새삼 느껴요. 작년에 초경을 시작했는데 지인들을 불러서 ‘초경 축하 파티’를 열어줬어요. 사람들로부터 축하의 말과 선물을 받은 은혜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그는 사춘기를 맞은 은혜가 여성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아름다운 성에 눈 뜰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엄마다.

‘색녀열전’ 작가 장차현실이 얘기하는 ‘여자가 즐거운 섹스’

“가장 좋은 성교육은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스킨십도 은혜 앞에서 다 보여줘요.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일부러 가리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두 사람의 결합으로 가장 신이 난 사람은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장씨와 서씨가 서로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면 은혜는 옆에서 “키스나 하지”라는 말을 툭툭 던지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두 사람의 결합으로 가장 신난 사람은 딸 은혜
그동안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온 은혜에게 ‘오빠’가 생겨 이들이 창조해나갈 새로운 가족문화가 기대되는데 이 튀는 연상연하 커플은 동거에 들어가면서 몇 가지 삶의 조건을 이렇게 약속했다.
‘남자의 역할이나 여자의 역할을 구분지어 생각하지 말 것, 상대방이 내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지나치게 요구하지 말 것, 싸움이 일어났을 때는 서로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한 발짝 물러서는 노력을 기울일 것.’
또한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데도 동의했다.
“둘 사이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제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봄이 되면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 집에 불러놓고 간단하게 잔치나 할 생각이에요. 만일 둘이 헤어질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떤 끄나풀 때문에 같이 있지는 말자고 약속했어요. 둘이 함께 살고 싶어서 사는 것이지 아이나 돈 때문에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결혼은 딱 한 번으로 족해요.”
장씨는 미래를 대비한답시고 빼곡한 계획을 짜놓고 거기에 사람이 맞춰가는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삶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는데 괜히 남을 의식한 모양새나 불필요한 계획에 신경 쓰면 오히려 사람이 망가져요.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파도를 어떻게 행복의 방식으로 맞이할 것인가가 저희들이 더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물의 흐름을 따라가듯 계절의 변화무쌍함을 즐기듯 인생의 한때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장차현실, 서동일 커플의 모습에서 자연의 물오른 생기가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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