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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다부진 각오

10년 만의 복귀작 SBS ‘봄날’ 촬영 시작한 고현정

“10년이나 쉬었기에 강행군도 두렵지 않아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5. 01. 03

지난 11월9일 SBS ‘봄날’ 제작발표회장에서 연예계 복귀를 공식 선언한 고현정이 마침내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12월14일 이른 새벽부터 서울역에서 첫 촬영을 한 후 제주도에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 것. 고현정을 직접 만나 10년 만에 연기를 다시 하는 감회와 10년 세월이 무색할만큼 변함없는 자기관리법을 들어봤다.

10년 만의 복귀작 SBS ‘봄날’ 촬영 시작한 고현정

지난12월14일 오전 6시반경. 어둠이 짙은 서울역 광장에 20여 명의 장정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는 1월8일 첫 방송되는 SBS ‘봄날’ 촬영을 준비하는 스태프들이다. 이날 촬영 분은 섬에서 도시로 전근을 간 보건소 의사 은호(지진희)를 만나기 위해 이른 새벽 상경한 섬 처녀 정은(고현정)이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소매치기를 당하는 장면. 3회에 방송될 장면이지만 고현정(34)에겐 첫 촬영이다. 당초 12월13일쯤 제주도 비양도에서 첫 회분을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현지 세트 설치 등 미술작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제작진은 서울역 촬영을 먼저 진행했다.
쌀쌀한 날씨 탓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고현정이 모습을 드러낸 건 6시50분경. 옅은 갈색 스커트에 모자가 달린 청회색 코트를 입고 나타난 그는 연출을 맡은 김종혁 PD에게 인사를 건넨 뒤 다시 타고 온 에쿠스 차량으로 돌아가 촬영 준비가 완료되길 기다렸다.
20여분 뒤 스태프의 연락을 받고 차에서 내린 고현정은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의 지시에 귀 기울인 뒤 스태프로부터 건네받은 여행용 가방을 어깨에 메고 계단을 뛰어올랐다. ‘큐’ 사인이 떨어지자 고현정은 계단을 걸어 내려오다 반대편에서 올라오던 소매치기범과 몸을 세게 부딪친 뒤 멍하니 뒤를 돌아다봤다.
“컷!”
고현정은 쑥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하며 감독과 스태프를 향해 웃어보였다. 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 10년 만에 카메라 앞에 다시 선 고현정의 첫 촬영은 그렇게 시작됐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고현정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한 카메라 기자들의 몸싸움이 계속되었고, 촬영 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날이 밝기 전 새벽 신을 끝내야 하는 스태프들은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고현정은 내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10년 만의 복귀작 SBS ‘봄날’ 촬영 시작한 고현정

고현정의 드라마 첫 촬영이 있던 날 고현정은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차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첫 번째 ‘큐’ 사인 후 30여분 만에 서울역 촬영이 마무리 되자 고현정을 비롯한 ‘봄날’ 팀은 서둘러 지하철 4호선 동대문운동장 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고현정은 지하철표를 사기 위해 개찰구 앞에 섰다가 지갑이 없어 당황하는 장면과, 벤치에 앉아 가방을 샅샅이 뒤져본 뒤 지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크게 낙담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첫 촬영 후 인터넷 팬 카페에 촬영 소감, 팬들에 대한 고마움 담은 글 올려
고현정은 취재진을 의식해 스태프들이 준비하는 동안 차에서 대기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찍을 때마다 ‘OK’ 사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매니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지상으로 뛰어올라갔다가 다음 장면 촬영 준비가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은 다음에야 지하로 내려왔다. 개찰구 앞 신을 마치고 차에서 벤치 신 촬영을 기다리고 있던 그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재미있는데요”하고 첫 촬영 소감을 밝힌 그에게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어 부담스럽지는 않냐”고 묻자 그는 “아니에요” 하며 고개를 저었다.

10년 만의 복귀작 SBS ‘봄날’ 촬영 시작한 고현정

그는 7시로 예정됐던 첫 촬영을 위해 이날 새벽 5시에 일어났다고 한다. 10년 만의 첫 촬영을 앞두고 잠은 푹 잤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평소대로 잘 잤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배역이 섬에서 상경한 처녀인 만큼 옷차림이 수수하고, 메이크업도 전혀 안한 듯했다. “메이크업을 한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미소만 짓고 말이 없자 옆에 있던 소속사 사장 권진영씨가 “노메이크업”이라고 대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까르르 웃고는 “별로 예쁘게 보일 장면이 아니어서 메이크업을 거의 안했다”고 고쳐 말했다. 앞으로 밤샘 촬영 등 강행군이 예상되는 터라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했는데, 그는 “10년이나 쉬었는데요” 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촬영에서 고현정은 대사가 전혀 없었다. 어리둥절해하고, 당황하는 등 모든 감정을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만 표현해야 했는데 벤치에서의 그의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 지하 통로에 있는 의자에 앉아 가방 속을 탈탈 털어도 지갑이 나오지 않자 그의 눈에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것. 촬영을 마친 후 김종혁 PD는 “특별히 지도할 게 없었다. 아주 잘했다”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지하철역에서의 촬영을 끝내고, 고현정은 몇 시간 뒤 한강변에서 다시 촬영을 이어갔다. 지갑을 잃어버린 뒤 지진희의 집까지 걸어가는 장면이다. 서강대교를 홀로 걷는 장면을 촬영한 뒤 고현정은 “드라마의 성공을 자신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 없어요. 어떻게 자신이 있겠어요” 하며 떨리는 심정을 표현했다.
촬영장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측근에 따르면 고현정은 이날 촬영을 마친 뒤 가벼운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 이른 새벽부터 야외 촬영을 계속한 데다 오랜만에 하는 연기라 종일 긴장을 했다가 밤에 갑자기 풀어지면서 감기 기운을 보인 것 같다고. 10년 만에 다시 연기를 시작한 이날의 감흥은 그에게 남달랐을 터. 첫 촬영을 무사히 마친 고현정은 인터넷 팬 카페를 통해 오랜만에 연기한 소감과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12월14일 밤 10시경 인터넷 다음 카페 ‘그녀를 기다리는 소나무’에 ‘안녕하세요. 고현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 2002년 카페가 만들어진 후 그가 직접 글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현정은 먼저 “너무 오랫동안 인사를 못 드려서 죄송하다. 여러 번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모든 행동에 많은 생각과 조심스러움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며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맙다는 말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달리 드릴 말씀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결혼 생활 중에도 자주 들어와서 봤고, 이혼 후에는 정말 많은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간의 여러분의 사랑을 이렇게 글자로 표현하니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아 죄송할 뿐입니다.”
그는 첫 촬영을 마친 소감도 밝혔는데, “뭉클한 감정이 앞섰다”며 “그러나 개인적인 복잡한 생각들은 나 혼자 추슬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혹시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꾸짖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칭찬으로 용기를 북돋아줄 것을 당부했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지, 못했을 때도 그저 잘했다고 칭찬해주면 행복하고 의욕도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용기를 주고 제게 힘이 되어주세요. 일보전진이 더디더라도 놓치거나 상처 주는 곳 없이 두루 살피면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글을 마치며 추신을 통해 “카페 대문에 쓰인 ‘돌아와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이 항상 나와 함께 할 것이다. 기다려줘서 정말 고맙다”며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10년 만의 복귀작 SBS ‘봄날’ 촬영 시작한 고현정

서울에서 첫 촬영을 한 고현정은 이튿날인 12월15일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가 맡은 정은이라는 인물이 어릴 적 부모에게 버려진 뒤 섬마을 보건소장의 양딸로 자라는 설정이기 때문. 그는 보건소 의사 지진희와 애틋한 사랑을 키워가게 된다. 12월16일 제주공항에서 지진희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촬영한 고현정은 12월18일 아침 일찍 동료 연기자들과 스태프,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는 제주도청 관계자들과 함께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그동안 서울과 제주에서 부분적으로 촬영에 임했지만 본격적인 촬영은 이날부터 시작된 셈. 고현정은 제주도에 일주일 가량 머물며 아버지와의 섬 생활, 지진희와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 등을 촬영했다.
한편 고현정은 지난 11월9일 은퇴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로 여성들 사이에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제작발표회장에 입고 나온 그의 의상이 화제가 됐으며 그가 제작발표회 참석 전 헤어와 스킨케어를 받고, 메이크업을 했다는 강남의 뷰티숍을 수소문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
고현정은 제작발표회 당시 10년 전과 변함없는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고, 김치찌개와 김을 즐겨먹는다. 평소 걷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뒤 정기적으로 피부관리실을 찾아 전신경락 마시지와 스킨케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현정의 측근은 그가 선천적으로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가졌다고 말했다.
“워낙 피부가 맑고 투명해요. 민감하지도 않고, 트러블도 거의 생기지 않죠. 그동안 푹 쉬었으니 피부가 더 좋아졌고요.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고 있지만 그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어요. 보습 팩을 하고, 비타민 C를 공급하는 정도죠. 평소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맨 얼굴에 립글로스만 바르고 다녀도 참 예뻐요.”
제작발표회 때 고가의 수입 브랜드 옷을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던 고현정의 패션 스타일은 현재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가 맡고 있다. 김희애가 ‘아내’에서 보여준 럭셔리한 전문직 여성 이미지와 ‘천생연분’에서 황신혜가 유행시킨 에이지리스(Ageless) 캐주얼 스타일이 모두 정윤기씨의 작품. 그동안 톱스타들을 통해 개성 있고 고급스러운 패션 스타일을 유행시켰던 그가 고현정을 통해 어떤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낼지 궁금한데 정씨는 아직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임을 의식해서인지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95년 ‘모래시계’ 이후 10년 만에 연기자로 돌아온 고현정.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지진희와 그의 동생 조인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인을 연기하고 있는 그가 1월8일 시청자들에게 미모만큼이나 연기력도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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