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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열대야’에서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유부녀로 변신한 엄정화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이윤원‘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12.01 15:27:00

배우 겸 가수 엄정화. 그가 이번에는 MBC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유부녀로 열연 중이다. 유부녀의 사랑을 불결한 인간의 욕망이 아닌 지독한 사랑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12월의 열대야’에서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유부녀로 변신한 엄정화

톡톡 튀는 말투와 유쾌한 웃음이 매력적인 엄정화(33). 그가 MBC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결혼 9년차 주부 오영심 역을 맡아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극중 그는 여고시절 고향인 남해의 작은 섬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의사 민지환(신성우)을 죽자 사자 쫓아다니다 덜컥 임신을 해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아이 둘을 낳고도 여전히 시어머니로부터 모진 구박을 받고, 남편에게도 무시와 외면을 당한다. 그럼에도 오영심은 특유의 단순함으로 쓸쓸한 결혼생활을 버텨낸다. 라디오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전화해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남편이 자신의 애인을 ‘소울메이트’라며 얘기해도 “쏠매트? 그건 무슨 매트야?” 하고 반문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던 중 오영심 앞에 암 선고를 받은 연하의 남자 정우(김남진)가 나타나고 그는 남편과 아이들을 버리고 정우와의 사랑을 선택한다.
대본을 보자마자 오영심 역에 애착이 갔다는 그는 “유부녀에게 나타난 또 다른 사랑을 ‘불결한 인간의 욕망’이 아닌 ‘지독한 사랑’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한다.
“드라마는 당분간 안 할 생각이었는데 대본을 보는 순간 ‘이 작품이다’ 싶었어요. 요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지만 오영심이란 캐릭터에서는 뭔가 모를 특별함이 느껴졌죠.”
그는 드라마 초반에는 오영심의 푼수 같은 모습을 표현하는 데만 급급했지만 촬영이 계속되면서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아내가 느끼는 쓸쓸함, 새롭게 찾아온 사랑에 대한 설렘과 괴로움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밤낮으로 고민했다고 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불같은 사랑 꿈꿔
드라마를 촬영하는 내내 오영심이 되어 산다는 그는 “불륜도 또 다른 사랑”이라고 말한다.
“배역을 맡고 나서 ‘만약에 내가 오영심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물론 정답은 없겠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런 불같은 사랑을 꿈꿀 것 같아요. 전 아직까지 그런 사랑을 못해봤기 때문에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죠. 사실 저도 드라마 제목처럼 추운 겨울날 열대야처럼 찾아온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고 있거든요(웃음). 불륜과 사랑을 구별하는 도덕적 잣대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불륜도 사랑의 한 종류라고 생각해요.”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리며 ‘찐한 사랑’을 기다린다는 그는 그 말 뒤에 “해서는 안 될 사랑은 없지만 모든 사랑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내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의 불륜코드를 뒤엎었다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남편의 외도가 주로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아내가 외도를 하고 남편은 분노하면서도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고 하죠.”

‘12월의 열대야’에서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유부녀로 변신한 엄정화

엄정화는 “연기를 시작한 뒤 노래 부를 때 감정몰입이 더욱 잘 된다”며 “연기와 노래 둘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오영심이 그저 ‘천하에 못된 여자’로 그려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한다. 드라마를 통해 결혼한 여자에게도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 여성의 정체성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작인 KBS 드라마 ‘아내’를 통해 가슴 뭉클한 눈물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연기 영역을 더욱 넓히고 싶다고 말한다.
스스로 “일 욕심이 많다”고 말하는 그는 12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그녀의 적’에서도 또 다른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여자가 어느 순간 잔혹한 연쇄살인범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한다.
아직은 결혼보다 일에 대한 열정이 앞선다는 그는 “연기를 시작한 뒤로 노래 부를 때 감정 몰입이 더욱 잘 된다”며 “연기와 노래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과 결혼이 동시에 찾아오고 만약 한 가지만 택해야 한다면 저는 일을 선택할 것 같아요. 당분간은 일이랑 결혼했다고 생각하면서 살려고요.”
연예계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엄정화. 그 변신의 끝이 어디일지 자못 궁금하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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