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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음악이 있는 삶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 교수가 들려주는 ‘재즈가 아이에게 좋은 이유’

“자유롭고 즉흥적인 재즈 많이 들려주면 유연한 사고 기를 수 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선승희‘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정경진‘프리랜서’

2004. 10. 11

‘재즈’ 하면 난해한 음악 장르로 생각되지만 다정한 아빠가 피아노를 치며 가르쳐준다면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 음악이 되지 않을까. 재즈 유학 1세대 한충완 서울예대 교수는 지난 여름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해설이 있는 재즈 콘서트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마흔셋의 나이에 혼자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이기도 한 한충완 교수가 들려주는 재즈 & 가족 이야기.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 교수가 들려주는 ‘재즈가 아이에게 좋은 이유’

지난 8월 중순. ‘피아노 치는 아빠가 들려주는 기분 째지는 째즈 이야기’ 공연이 열리는 정동극장 앞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재잘거리고 있는 아이들 사이로 모터바이크 한 대가 들어왔다. 헬멧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바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43).
보랏빛으로 물들인 머리에 꽃무늬 남방을 입고 나타난 그는 미국의 버클리 음대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지금까지 4장의 솔로 음반을 발표하고 봄여름가을겨울, 이문세, 김현철, 이소라 등 대중 가수들의 음반 작업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한 재즈 피아니스트. 현재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지난 8월7일부터 22일까지 공연된 ‘피아노 치는 아빠가 들려주는 기분 째지는 째즈 이야기’는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전문 재즈 콘서트. 한충완은 이 공연에서 동요, 만화 주제가, 가요 등을 재즈로 편곡해 들려주고 해설까지 직접 곁들이면서 아이들을 재즈의 세계로 안내했다.
“‘아이를 위한 공연’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기분 째지는 째즈 이야기’라는 이름의 공연을 기획하게 됐어요. 음악은 신나고 즐거운 것이라는 걸 재즈를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그동안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 발레, 국악 공연은 많았지만 재즈 공연은 드물었다. 더욱이 전문 음악인이 해설까지 곁들이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 그가 굳이 어른들에게도 어렵게 느껴지는 재즈를 선택해 아이들에게 들려주게 된 까닭이 궁금했다.
“재즈는 자연스럽고 유동적인 음악이거든요. 스타일도 다양하고 또 즉흥적인 면도 강하죠. 그래서 재즈를 들으면 상상의 폭이 넓어져요. 특히 어릴 때부터 재즈를 들려주면 아이들이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되죠.”
‘자유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재즈가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라고 말하는 한충완. 실제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네 남매를 둔 아빠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인들이 재즈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제가 아이들 아빠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위한 곡을 만들게 돼요. 앨범마다 동요 한두 곡씩을 재즈로 편곡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고요.”

모터바이크 타는 게 첫손에 꼽는 취미, 홀로 네 아이 키우는 ‘싱글 파더’
한국 재즈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농화학을 전공한 뒤 뒤늦게 재즈에 입문했다. 학창시절부터 혼자 곡을 만들고, 피아노를 치며 늘 음악을 가까이해왔던 그는 진로를 결정해야 할 순간에 직면하자 음악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했어요. 처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더니 ‘음악’밖에 없더군요.”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 교수가 들려주는 ‘재즈가 아이에게 좋은 이유’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은 동요, 만화 주제가 등을 재즈로 편곡해 연주하는 등 아이들은 위한 음악작업을 계속해왔다. 지난 8월 공연 당시 어린이 관객들과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그 중에서도 재즈를 선택한 건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라 ‘공부’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그는 결국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86년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나 8년 동안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재즈뿐만 아니라 인도·남미·동구권·인도네시아 음악 등 다양한 음악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가 음악 장르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는 건 그의 열린 사고 때문.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구속받는 것을 싫어하는 그의 취미는 모터바이크 타기. 헬멧을 쓰고 모터바이크 위에 앉아 있는 그를 보면 불혹을 넘긴 나이를 떠올리기 힘들다.
이처럼 자유를 추구하지만 그에게 네 아이의 존재는 각별하다. 지난 2001년 이혼한 후 네 명의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그는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
“일이 바빠서 사실,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시간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과 같이 공원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비디오도 보고, 외식도 하죠.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네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혼자서 키우기가 버거울 듯한데 그는 오히려 아이들이 여럿이라 힘을 덜게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하나 둘이면 어른 손이 많이 필요할 텐데, 여럿이 있다 보니 저희들끼리 알아서 잘 지내요. 큰아이(15)가 막내(4)와 열한 살 차이가 나니까 말 안 해도 동생을 잘 챙겨줘요. 제 일을 많이 덜어주고 있죠.”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인 그에게는 자녀들을 위한 남다른 음악 교육법이 있을듯한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들에게 따로 음악 공부를 시키지는 않아요. 학원을 보낸다거나 제가 뭘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특별히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죠. 집에 피아노가 한 대 있는데 아이들은 거의 치지 않아요.”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음악 작업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그가 아이들에게 하는 유일한 음악 교육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
“집에서 제가 듣는 음악을 아이들도 함께 들어요. 아이와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어떤 음악을 들려주어야 할까’ 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꼭 들어야 하는 음악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가리지 말고 골고루 많은 음악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 듣는 것이 중요하죠.”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 듣는 것이 최상의 음악 교육
그는 재즈에 대해서도 “너무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히 정해진 음악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무리”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재즈에 대해 궁금해 할 때, 재즈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설명을 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질문에 이론적으로 공부를 해서 가르쳐주려고 애쓰기보다는 다양한 재즈 음악을 선곡해서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아이와 ‘함께’ 듣고, 자연스럽게 재즈의 특징을 느껴보라고 권한다.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 교수가 들려주는 ‘재즈가 아이에게 좋은 이유’

“대학에서 학생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감성적인 면을 좀더 많이 발달시킨다면 좋을 텐데’하고 말이죠. 요즘 많은 학생들이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 등에 다니며 정형화된 음악 수업을 받는데, 그런 식의 딱딱한 교육보다는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종류의 음악이건 상관없이 자기의 마음이 열릴 수 있는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그는 감성적인 면을 풍부하게 하고 창의력을 높이는 데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네 남매를 보면서 순간순간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는 한충완은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한 음악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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